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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신화 235

[게세르 신화] 지상에 내려온 나란 고혼의 고초

우여곡절 끝에 지상에 내려오게 된 벨리그테는 마법 피리를 이용하여 가뭄의 원흉이었던 안개를 걷어내고, 창궐해 있던 질병들을 물세테 달라이(Mul sete dalai - 얼어붙은 맑은 물)로 내몰아버렸다. 지상에 평온을 가져온 벨리그테는 주문을 외우며 투게쉰 칸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르갈 노욘의 꿈 속으로 들어갔다. 사르갈 노욘은 꿈에서 엘리스테 산 정상으로 가서 그곳에서 노래하고 있는 종달새를 찾아 그 새를 고이 모셔다 동생과 결혼시키라는 계시를 받는다. 잠에서 깨어난 사르갈 노욘은 서둘러 사람들을 모아 엘리스테 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 다다르자 과연 종달새 한 마리가 노래하고 있었고, 그 소리는 세상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르갈 노욘은 얼른 다가가 종달새를 잡아 들어보았지만, 종달새는 ..

[게세르 신화]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한 벨리그테의 조건들

벨리그테는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한 조건으로 10 개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했다. 첫 번째는 하늘에서 가장 용맹한 존재인 자사 메르겐(벨리그테의 형)을 자신에게 내어달라는 것. 아버지 한 히르마스는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아버지의 청을 거절했던 자사 메르겐은 졸지에 동생의 청으로 지상에 내려갈 팔자가 되었다. 두 번째는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준 세 누이, 세 번째는 아버지 한 히르마스의 밤색 말, 네 번째는 사간 달라이(흰색의 바다)를 평정하기 위한 신성한 힘이 담긴 흰색 지팡이, 다섯 번째는 황색 바다 샤라 달라이를 평정하기 위한 황금색 지팡이, 여섯 번째는 흑색의 바다인 하라 달라이를 평정하기 위한 마법의 힘이 담긴 검은 지팡이, 일곱 번째는 문헤 달라이 지역을 평정하기 위해 하늘신의 힘을 담은..

[게세르 신화] 지상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

동쪽 신들과 서쪽 신들 간의 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 지상에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나무들은 서서히 시들어가고, 풀들은 누렇게 변해버렸다. 강물은 바닥을 드러내고, 샘물은 물 대신 먼지가 일었다. 지상에서는 목을 축을 물 한 모금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상황. 결국 무당인 노파 '샤라그샤한'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가장 순결한 사내 아이 하나와 계집 아이 하나를 골라서 제단에 올라가 하늘에 기도를 드리게 했다. 그리고 눈물로 만든 정화수를 생명의 신과 심판의 신들에게 바쳤다. 샤라그샤한은 한 히르마스와 만잔 구르메를 비롯한 모든 하늘 신들을 부르며 이 지독한 가뭄에서의 구원을 요청했다. 이렇게 지상에서 요란스럽게 떠드는 소리는 결국 한 히르마스의 귀에 ..

[게세르 신화] 동쪽과 서쪽 하늘 신들 간의 전쟁 3/3 - 아타이 울란의 죽음과 환생

한 히르마스와 벨리그테는 약속한 대로 아타이 울란을 협공했다. 한 히르마스가 그의 허리를 붙잡고 번쩍 들어올리자 벨리그테는 '하라 조르혼'이라고 불리는 신성한 창으로 그의 발꿈치를 찔렀다. 그 순간 아타이 울란의 영혼은 그의 육신에서 분리되며 땅에 떨어졌고, 동쪽 하늘 신들의 수장으로써 불사의 몸이었던 그의 수명도 다해버렸다. 명이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워있는 아타이 울란은 그 시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던 모양. 한 히르마스는 쓰러진 아타이 울란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베어 지상으로 던져버렸다. 그 러자 한 히르마스의 말은 아타이 울란의 말을 물어뜯어 죽인 다음 역시 시장으로 내던져버렸다. 지상으로 던져진 아타이 울란의 머리는 이리저리 뒹굴다 때론 미친듯이 질주하기를 반복하다 척박한 땅인 호닌 호토에..

[게세르 신화] 동쪽과 서쪽 하늘 신들 간의 전쟁 2/3 - 아타이 울란의 세 아들

벨리그테에게 세 아들을 잃어버린 동쪽 신들의 수장, 아타이 울란으로서는 복수의 기치를 드높이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분노뿐만 아니라, 다른 신들의 눈도 있는데 세 아들을 잃고서 그냥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아타이 울란은 서쪽 하늘 신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고는 안개 신들에게 끝없는 안개를 서쪽 진영을 향해 뿜어내도록 명령했다. 또한 어두움을 담당하는 신들에게는 끝없는 밤을, 추위를 담당한 신들에게는 살을 애는 냉기를, 비의 신들에겐 끝없는 비를 요구했다. 하늘 나라 전체는 안개와 비, 추위와 어두움에 휩싸이며 신들은 전율과 공포가 휩싸였다. 벨리그테는 바람의 신, 회오리의 신, 불꽃의 신들을 불러 이들을 물리칠 것을 명했다. 바람의 신들은 안개를 걷어내고는 그..

[게세르 신화] 동쪽과 서쪽 하늘 신들 간의 전쟁 1/3 - 세겐 세브덱의 회유

동쪽 하늘의 수장 알란 아타이 울란은 자신의 계략(나란 고혼을 병들게 해서 서쪽 하늘 진영을 무너뜨리려고 한)이 실패로 돌아가자 또다른 방책을 찾는다. 동쪽에도 서쪽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세겐 세브덱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 아타이 울란의 세 아들은 심복 두 명을 불러 세겐 스브덱이 살고 있는 사히다그 산으로 보냈다. 하지만 벨리그테(게세르의 전생)는 자신의 신통력을 통해 이 계책을 알아챘다. 그는 즉시 서쪽 하늘 진영이 용사 2명을 세겐 세브덱에게 파견하여 그를 서쪽 하늘 편으로 끌어들이게 했다. 양진영의 밀사들은 공교롭게도 동시에 세겐 세브덱에게 도착해서 자신들의 진영으로 올 것을 강변했지만, 세겐 세브덱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어느 진영에 속하고 싶지도 않고, 거처를 ..

[게세르 신화] 게세르의 전생 벨리그테 - 나란 고혼의 병을 고치다

서쭉 하늘의 신 중 하나인 나란 둘리안은 빛의 신이었는데, 나란 고혼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태양의 영광'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수많은 신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호시탐탐 서쪽 하늘을 노리고 있던 동쪽 하늘 신의 수장인 아타이 울란은 자신의 마법으로 나란 고혼을 병들게 해버렸다. 나란 고혼의 병이 속수무책으로 깊어지며 3년이 넘게 이어지자, 불멸의 존재인 신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수척해진 그녀가 그대로 명을 다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죽게 되면 불멸이라 자부하던 자신들의 생명 역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들은 어떻게 해서든 나란 고혼의 병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맛대어 보아도 그녀의 병을 낫게할 방도를 알 길이..

[게세르 신화] 게세르 신화에 대해서

게세르 신화는 소위 중앙 아시아와 동아시아(티벳, 몽골, 시베리아 등등)라고 불리는 지역들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지역적으로는 가장 광범위한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어쨌거나 인종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곳의 신화가 의외로 우리에게 아주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기왕에 게세르 신화를 접하기 시작한 김에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라는 책을 토대로 좀 더 쉽고 간결하게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역시나 멀고 먼 옛날... 지상에서 인간들이 평화롭게, 너무나도 평화롭게 살고 있던 시절... 서쪽 하늘에는 착한 신들이 55명, 동쪽 하늘에는 나쁜 신들이 44명 살고 있었다. 착한 신들의 수장은 히르마스 텡그리, 그리고 나쁜 신들의 수장은 아타이 ..

[켈트신화] 그라이네(Grainne)의 비극적인 사랑

코르막 맥아이르트는 피아나의 통치자인 핀 막쿨에게 자신의 어여쁜 어린 딸 그라이네를 시집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의 약혼식 파티가 있던 날. 그라이네는 핀 막쿨의 부하인 젊고 매력적인 디아르무이드를 보고는 첫눈에 반해버렸다. 사랑에 눈먼 순간에 더 용감해지는 것은 여자. 그라이네는 과감하게 디아르무이드에게 구애를 했고, 처음에는 핀에 대한 충성심에 그녀의 사랑을 거절하던 디아르무이드도 결국 그녀의 아름다움에 넘어가고 만다. 둘이 함께 야반도주를 감행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 이 사실을 안 핀 막쿨은 평소답지 않게 흥분했고(젊은 남자에게 사랑을 빼앗긴 늙은이의 무너진 자존심은-), 두 사람을 뒤쫓는 수색대를 파견하게 된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수색대에게 잡힐 뻔했지만 디아르무이드의 양아버지이자, 사랑의 ..

[켈트신화] 다이어드레 - 신탁에 희생당한 아름다움

얼스터의 대사제였던 캐쓰배드가 콘호바르 왕에게 찾아와 말했다. "제가 신탁을 받았습니다. 왕가의 이야기군인 페드리미드 막 데일에게 딸이 하나 태어날텐데, 자라면서 엄청난 미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두고 왕과 영주들이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나라 전체가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입니다. 특히 그녀로 인해 세 명의 위대한 전사가 죽게 될 것이니 걱정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소?" "막 데일이 딸을 낳으면 죽여버리십시요." 하지만 콘호바르 왕은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엄청난 미인이 될 거라고? 그렇다면 그냥 죽여버리기는 너무 아깝지.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내가 취해버리면 그만 아닌가? 감히 누가 내게 반기를 들것인가? 애매한 자가 탐한다면 분쟁이 일어나겠지만 왕인 내가 취하겠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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