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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지상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

강인태 2022. 8. 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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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신들과 서쪽 신들 간의 전쟁이 끝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 지상에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나무들은 서서히 시들어가고, 풀들은 누렇게 변해버렸다.

강물은 바닥을 드러내고, 샘물은 물 대신 먼지가 일었다.

지상에서는 목을 축을 물 한 모금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상황.

 

결국 무당인 노파 '샤라그샤한'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가장 순결한 사내 아이 하나와 계집 아이 하나를 골라서 제단에 올라가 하늘에 기도를 드리게 했다.

그리고 눈물로 만든 정화수를 생명의 신과 심판의 신들에게 바쳤다.

샤라그샤한은 한 히르마스와 만잔 구르메를 비롯한 모든 하늘 신들을 부르며 이 지독한 가뭄에서의 구원을 요청했다.

 

이렇게 지상에서 요란스럽게 떠드는 소리는 결국 한 히르마스의 귀에 닿았고, 지상의 불행을 외면할 수 없는 한 히르마스는 만잔 구르메를 불러 해결책을 상의했다.

만잔 구르메는 예의 그 나란 고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있었던 운명의 책을 펼쳐들었다.

운명의 책을 들여다본 만잔 구르메는 깜짝 놀랐다.

당장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으면 지상의 모든 생명들이 그 빛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들로서도 지상의 인간들이 없으면 여러모로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울고 웃기는 재미도, 그들이 자신들에게 바치는 정성도 모두 없어질 것이니...

만잔 구르메는 한 히르마스에게 당장 구원의 손길을 보낼 것을 청했다.

 

한 히르마스 역시 얼른 사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첫째 아들인 자사 메르겐을 불러 지상으로 갈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아들에게서 들은 대답은 그가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싫습니다.

저는 지상으로 내려가 비루한 인간의 운명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비를 맞으며 떨고, 날아다니는 화살에 찔려 죽는 그 따위 존재가 되라니요.

동생들에게나 부탁하십시요."

 

장남의 매몰찬 대답을 들은 한 히르마스는 둘째인 벨리그테를 찾아갔다.

하늘의 문제에 항상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벨리그테 역시 지상으로 가라는 아버지의 부탁에는 냉정했다.

지상의 인간들을 도와줘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둘째도 거절하자 한 히르마스는 하는 수 없이 막내인 세째 아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막내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더 냉담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만든 문제는 아버지가 해결하십시요.

제가 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게 다 동쪽 신들과 전쟁을 벌인 아버지 때문에 생긴 일 아닙니까?"

 

모든 아들이 자신의 청을 거절하자 한 히르마스는 그나마 덜 냉담했던 벨리그테를 찾아 설득하기로 작정했다.

벨리그테가 아무리 사양해도 가야할 이유를 대며 가기를 종용하기를 계속...

결국 벨리그테는 더 이상을 말을 할 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한 벨리그테는 그 대신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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