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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신화] 다이어드레 - 신탁에 희생당한 아름다움

강인태 2022. 7. 2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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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스터의 대사제였던 캐쓰배드가 콘호바르 왕에게 찾아와 말했다.

 

"제가 신탁을 받았습니다.

왕가의 이야기군인 페드리미드 막 데일에게 딸이 하나 태어날텐데, 자라면서 엄청난 미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두고 왕과 영주들이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나라 전체가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입니다.

특히 그녀로 인해 세 명의 위대한 전사가 죽게 될 것이니 걱정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소?"

 

"막 데일이 딸을 낳으면 죽여버리십시요."

 

하지만 콘호바르 왕은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엄청난 미인이 될 거라고?

그렇다면 그냥 죽여버리기는 너무 아깝지.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내가 취해버리면 그만 아닌가?

감히 누가 내게 반기를 들것인가?

애매한 자가 탐한다면 분쟁이 일어나겠지만 왕인 내가 취하겠다고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결국 왕은 신하들에게 아이를 잘 키우라고 명했다.

 

그래서 다이어드레는 태어나자마자 가족의 품을 떠나서 고립된 성에서 리하르캠이란 노파에 의해 길러진다.

성장한 다이어드레가 리하르캠에게 말했다.

 

"나는 까마귀처럼 새까만 머리카락, 눈처럼 새하얀 피부, 그리고 피처럼 붉은 입술을 가진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리하르캠은 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어야 하는데,

오지랍 넓게도 자기가 딱 그런 남자를 알고 있다고 말해버렸다.

 

"그런 남자가 하나 있단다.

그는 왕실의 젊고 잘 생긴 전사이자 사냥꾼이야.

이름이 니셔."

 

리하르캠의 주선으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어느 날 다이어드레가 살고 있는 곳 근처를 지나던 니셔가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 소리를 들은 다이어드레가 그 목소리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고도 한다.)

 

왕이 부담스러웠던 니셔는 처음에는 다이어드레를 멀리하려고 했고,

그의 형제인 아인레와 아르단 역시 이 두 사람이 맺어지지 않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불타는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이성적인 의지로 막기란 불가능.

다이어드레는 니셔와 함께 스코틀랜드로 도피행각을 벌였고, 그들을 만류하던 아인레와 아르단 마저 이들의 도피에 동행하게 된다.

 

그들은 스코틀랜드에서 잠시 알콩달콩한 시간을 갖지만 그것도 잠시.

이 사실을 안 콘호바르 왕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왕은 퍼거스 막 로이를 시켜 그들을 추적해서 있는 곳을 찾아냈고,

퍼거스는 안전을 보장해줄 테니 돌아가서 왕에게 용서를 구하자고 설득했다.

 

(그냥 내버려두던 콘호바르 왕에게 그들이 훌륭한 전사로 국력에 도움이 되니, 그냥 용서해주기로 하고 그들을 돌아오게 하자고 신하들이 설득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여하튼 돌아가면 죽게 될 것이라며 만류하는 다이어드레를 무시하고 왕(혹은 퍼거스)의 약속을 믿은 어리석은 형제들은 아일랜드 행을 결정했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이들은 일단 왕을 만나기 전에 한 오두막에 머물렀다.

 

콘호바르는 리하르캠에게 말했다.

 

"다이어드레가 여전히 아름다운지 보고 오라."

 

하지만 그녀를 보호하고 싶었던 리하르켐은 거짓을 고했다.

 

"스코틀랜드에서 고생을 했는지 완전히 늙고 못생겨졌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의심한 콘호바르는 다른 사람을 시켜 다시 정찰하고 오게 했고, 그녀가 여전히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된다.

다시 욕심이 발동한 왕은 약속이고 체면이고 다 잊어버렸다.

군사들을 보내 니셔와 그의 형제들을 모두 죽이고 다이어드레를 데려온 콘호바르는 강제로 결혼한 뒤 그녀를 성에 가둬버렸다.

 

니셔의 죽음을 슬퍼하는 다이어드레

 

일년이 지난 후 콘호바르가 다이어드레에게 물었다.

 

"나를 제외한 이 세상 사람들 중 누가 제일 미우냐?"

 

"니셔를 죽인 이오갠 막 덜테르입니다."

 

아직도 니셔를 잊지못하는 다이어드레가 미웠던 콘호바르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너를 이오갠에게 줘버리겠다."

 

그는 그녀를 이오갠 앞으로 데려가 내던지고는 비아냥거렸다.

 

"니 꼴이 양 두마리 사이에 있는 암양 꼴이구나."

 

수치심을 느낀 다이어드레는 몸을 던져 바위에 부딪혀 죽어버렸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마차를 타고 가던 다이어드레가 니셔의 무덤을 보고는 슬픔이 북받친 나머지 몸을 바위에 던져 자살해버렸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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