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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게세르의 전생 벨리그테 - 나란 고혼의 병을 고치다

강인태 2022. 8.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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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쭉 하늘의 신 중 하나인 나란 둘리안은 빛의 신이었는데, 나란 고혼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태양의 영광'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수많은 신들의 사랑을 받으며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호시탐탐 서쪽 하늘을 노리고 있던 동쪽 하늘 신의 수장인 아타이 울란은 자신의 마법으로 나란 고혼을 병들게 해버렸다.

 

나란 고혼의 병이 속수무책으로 깊어지며 3년이 넘게 이어지자,

불멸의 존재인 신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수척해진 그녀가 그대로 명을 다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죽게 되면 불멸이라 자부하던 자신들의 생명 역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들은 어떻게 해서든 나란 고혼의 병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맛대어 보아도 그녀의 병을 낫게할 방도를 알 길이 없었다.

그때 경험이 많은 만잔 구르메라는 늙은 여신은 금기시 되어있던 운명의 책을 펼쳐 나란 고혼의 운명을 알아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녀의 운명이 여기서 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면, 운명의 책에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적혀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운명의 책에서 나란 고혼의 병을 고칠 방법을 찾은 만잔 구르메는 서쪽 하늘의 수장인 한 히르마스의 아들 중 하나인 벨리그테(나중에 지상에서 게세르로 환생한다)를 불렀다.

구르메는 벨리그테에게 동이 틀 무렵 세상의 끝,

해가 떠오르는 곳에서 흰색 매가 노래를 부르며 비상할 것이니 그것을 잡아오라고 시킨다.

 

벨리그테를 부른 만잔 구르메

 

하지만 떠오르는 태양을 등진 흰색 매는 잡는 것은 고사하고, 그 존재를 눈으로 식별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감해하던 벨리그테에게 구르메는 그의 아버지인 한 히르마스가 과거에 그 매를 잡은 적이 있으니 가서 물어보라고 일러준다.

 

벨리그테는 아버지가 일러준대로 하늘의 서쪽과 북쪽이 만나는 곳으로 달려간다.

매를 붙잡기 위해서는 매가 자신의 등에 매달린 순금으로 된 편지를 읽느라 정신을 빼앗긴 한 순간을 포착해야했다.

벨리그테는 그 순간을 노려 마법의 화살을 매를 향해 날렸고, 화살은 매의 날개를 명중시켰다.

신의 사자인 매의 날개에는 아무런 상처조차 생기지 않았는데, 매는 오히려 순순히 벨리그테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새를 데리고 구르메와 함께 나란 고혼을 찾았고,

구르매는 새의 불타는 가슴과 나란 고혼의 가슴을 서로 맞대었다.

그리고 다시 서로의 등을 맞대게 했다.

그러자 나란 고혼은 3년을 이어오던 기침을 드디어 멈추었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언제 아팠냐는 듯 활기차게 움직였다.

 

구르메는 매에게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한잔 대접하고는 다시 공중으로 돌려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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