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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공학 129

[요재지이] 배나무를 자라게 한 도사

한 시골 장터에 낡은 두건을 쓰고 다 떨어진 솜옷을 입은 도사 한 명이 나타났다. 그는 배를 팔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배 하나만 달라고 구걸했는데, 장사치는 매정하게 그의 청을 거절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수레에 배가 몇백 개나 있는데, 고작 한 개도 안 주면서 어찌 그리 화를 낸단 말이요?" 도사의 말에 옆에 있던 사람이 제일 못 생긴 배를 하나 골라서 줘버리라고 했지만, 배 장수는 시끄럽다며 듣지 않았다. 도사 역시 뻔뻔하게 배 하나만 달라며 배 장수에게 엉겨붙으며 실랑이가 길어지자, 옆 가게 점원 하나가 참다못해 자기 돈을 털어 배를 하나 사서 도사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도사는 감사의 인사를 하며 주위에 모여든 구경꾼들을 향해 외쳤다. "배 장수가 이렇게 인색하게 구니, 제가 여러분에게 배를 ..

[요재지이] 벽화 속의 미인

강서 지방 사람인 주효렴은 맹용담과 함께 우연한 기회로 한 사찰에 방문하게 되었다. 절을 둘러보던 두 사람은 불당에 있는 탱화에 유독 눈길이 갔는데, 특히 주효렴은 탱화 속에 있는 한 소녀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길게 늘어트린 머리에 꽃을 손에 쥐고 미소를 짓는 것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처럼 느낀 것. 그렇게 정신없이 탱화 속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주효렴은 갑자기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다. 자신이 살던 곳과 전혀 다른 풍경의 세상이 펼쳐졌고, 한 노승이 설법하는 것을 들으러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모여든 사람들 틈에 끼어 설법을 듣고 있자니, 뒤통수에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탱화 속의 그 소녀가..

수메르의 훔바바(Humbaba)

훔바바는 거대한 괴물로 가시비늘이 덮인 몸통에 사자의 얼굴과 발을 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꼬리와 생식기 끝에 뱀의 머리가 달려 있다는 것.(아마 훔바바는 숫컷만 있나봅니다 ㅎㅎ) 훔바바의 주무기는 메두사처럼 노려보기인데, 눈을 마주치면 공포에 떨게 된다는- 그리고 사자후 같은 울부짖는 소리를 통한 음파 공격. 이런 걸 종합해서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아래 그림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태양신인 우투가 키우며 신들이 사는 삼나무 숲을 지키는게 훔바바의 임무였는데, 수메르의 영웅 길가메시와 엔키두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된다. 길가메시와 훔바바의 싸움은 여러버전이 전해지는데, 또다른 태양신 샤미시(혹은 우투와 동일한 신)의 도움으로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있고, 누나와 여동생을 아내로 주겠다는 거짓으로 방심시켜서 ..

[소설 작법] 기교를 사용하는 방법

(1) 국소적인(Local) 소재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범세계적인(Global) 소재를 사용할 것인가에 따른 기교적 차이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특정 장소와 특정 시간에 국한된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세상 어느 곳에서나 벌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따라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는 남북전쟁 당시 미국이란 특수한 배경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대부분의 역사 소설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배경을 갖게 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경우도 14세기 중세 유럽의 한 수도원이 아니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소설 작법] 흥미를 유지시키는 방법

이야기를 하는 내내 상대방의 흥미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겠죠. 피츠제럴드는 이것에 대해서 다분히 반복되는 여러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걸 정리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이 되더군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중언부언일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느니만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으면 되지... 무슨 흥미를 유지하는 방법이야?"라고 생각된다면 건너 뛰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1. 이야기에 사용되는 단어, 문장 등은 온전히 그것을 보고 듣는 사람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입니다. 기업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면 주위에서 지겹도록 듣는 멘트입니다. "먼저 오디언스를 파악하라." 이것을 가장 잘 한 사람이 헤르만 헤세가 아닐까 싶은데요... 잘난 척 하며 어른 행세를 하고 싶은 10대와..

[소설 작법] 이야기의 첫장 쓰기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할 것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이제 이야기의 첫장을 써볼까요?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시작을 해야 그 다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이어질 테니까 말이죠. 피츠제럴드가 제시하고 있는 첫장을 쓸 때의 기본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 너무 엄격하게 따질 것 까지는 없습니다만... 지금까지 가치가 있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런 원칙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클 겁니다. (1) 일련의 인과관계를 가져오는 사건을 다룬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이야기의 3장이 끝나기 전에는 드러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가능한 주인공의 성격 범위 바깥에서 발생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군요. 한마디로 도대체 ..

[소설 작법] 캐릭터 만들기 (4/4)

(8) 이름을 통해 캐릭터 드러내기 이름은 평상 시에도 묘한 느낌을 만들어내죠. 괜히 예쁠 것만 같은 이름도 있고, 똑똑할 것 같은 이름도 있고 말이죠. 그런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가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노골적으로 캐릭터를 드러내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김건강, 김현살, 엄청난, 김순경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을 내세운 '수상한 삼형제'처럼 말이죠. 좀 지나치긴 하죠..^^ (9) 갈등, 진리의 순간, 고백, 선택권의 부여, 해설, 묘사, 서술, 행동 등을 사용해서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사실 너무 당연한 거기도 하고, 앞의 설명들과 중언부언되기도 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여하튼 이렇게 많은 방법들을 중언부언 설명하고 있는 피츠제럴드의 의도는 캐릭터라..

[소설 작법] 캐릭터 만들기 (3/4)

(5) 어떤 특성에 꼬리표를 달아서 캐릭터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인물의 두드러진 특성을 분리시키거나 반복해서 표현함으로써, 캐릭터를 살아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한 마디로 어떤 인물에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 같은 것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그 꼬리표가 어떤 동기를 유발한다면 더욱 성공적인 캐릭터 만들기가 되겠죠. 꼬리표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 신체적 특성 왜소하다든가, 눈이 나쁘다든가 하는 특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거죠. '왕좌의 게임'에서 티리온은 난쟁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죠. 핸드라는 지위에 앉았을 때도, 바다 건너 망명 신세가 되었을 때도, 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리아는 깡마른 체형이 계속 강조됩니다. 검술도 힘이 아닌 속도와 리듬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서도 존재가 없는 존재가 되..

[소설 작법] 캐릭터 만들기 (2/4)

어떤 인물에게 이런 저런 특성들을 부여했다면...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단순히 그 사람이 이렇다든가 저렇다든가 하는 식의 드러내기는 오히려 이야기를 지루하게만 만들고, 정작 필요한 특성은 잘 드러나지도 않을 수 있다는군요. 피츠제럴드는 여기에 대해서 몇가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1) 환경과의 갈등을 통해 캐릭터들 드러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인공은 환경과 갈등을 겪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극복하려는 동기가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거죠. '삼국지'를 예로 들자면 조조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을 접대하려던 일가족과의 갈등을 이용합니다. 그가 문밖에서 들려오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의심하는 과정을 통해서 조조가 ..

[소설 작법] 캐릭터 만들기 (1/4)

드디어 캐릭터 만들기입니다... 제가 제일 잘 못하는 부분이라며 지적질을 받기도 했던 부분인데요..ㅠ.ㅠ 아니나 다를까 피츠제럴드도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나 혹은 지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였을 때 주로 이런 반응들과 함께 출판을 거절하거나, 작가의 길을 그만 가기를 권한다는 거죠. "인물들이 입체적이 아닌데-" "인물들이 변화가 없이 단조로워." "인물들의 성격의 다양한 면들이 부각되질 않았어요." "인물들 간의 차이가 없어. 그놈이 그놈 같아." 결국 다 캐릭터를 드러내고 묘사하는데 실패했고, 그래서 이야기도 뭔가 밋밋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말을 듣고 다시 읽어보면 대부분 작가 자신도 그렇게 느끼게 된다고- 캐릭터를 만든다(Characterization)이란 뭘까요? [작품에 등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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