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201 소설 작법

[소설 작법] 이야기의 첫장 쓰기

강인태 2022. 3.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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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할 것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이제 이야기의 첫장을 써볼까요?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시작을 해야 그 다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이어질 테니까 말이죠.

피츠제럴드가 제시하고 있는 첫장을 쓸 때의 기본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 너무 엄격하게 따질 것 까지는 없습니다만...

지금까지 가치가 있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런 원칙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클 겁니다.

 

(1) 일련의 인과관계를 가져오는 사건을 다룬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이야기의 3장이 끝나기 전에는 드러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가능한 주인공의 성격 범위 바깥에서 발생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군요.

 

한마디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지? 라는 호기심의 순간이 너무 길어지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주인공의 성격 범위 바깥이라는 건 그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셜록 홈즈'의 모든 이야기는 의뢰인의 등장으로 시작하죠.

홈즈와 왓슨의 잡담을 방해하는 의뢰인의 벨, 노크, 발걸음 등등-

 

'왕좌의 게임'은 장벽 너머 존재와 생존이 걸린 큰 싸움이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기나긴 서사시의 클라이막스라는 것을 밝혀줍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영화가 시작한지 3분이 채 되기 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려줍니다. 

소설로 썼다면 당연이 첫장에서 일어난 일이겠죠.

 

 

(2) 배경을 드러냅니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는 숲]

[북쪽에서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마치 절규하는 나무들의 울부짖음처럼 들려왔다.]

[처음엔 북쪽으로, 다음엔 북서쪽, 그리고 다시 북쪽으로, 월에서 너무 멀리까지 왔다.]

[로버트 왕을 위하여!]

등을 통해 이야기의 배경이 다분히 춥고, 인적이 드문 숲, 그리고 지리적으로 북쪽, 그리고 정치적으로 전제군주의 통치 중이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경운기], [촌스러운 차림의 아이들], [누렇게 벼가 익은 논]

을 통해서 공간적으로는 도심이 아니라는 것, 시간적으로는 적어도 1970년대말 이후, 1990년 이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3) 뒤따를 갈등을 암시하는 특별한 장면을 담는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대적이 불가한 미지의 존재가 나타났고, 그들로 인해 큰 위기가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특별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외딴 곳에 옷이 풀어헤쳐진 시체의 발견]은 증거나 목격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4)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스토리를 이해시키기 위한 작은 장면을 담는다.

 

'왕좌의 게임'의 실질적인 첫 장인 브랜 편에서는 월에서 도망친 자에 대한 처형이라는 작은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다정한 아버지지만 비정할 수밖에 없는 군주로서의 에다드의 성격을 드러내고,

스토리를 이루는데 충성심, 신의 같은 것들이 중요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죠.

그리고 이것이 판타지적인 요소를 담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다이어 울프'를 등장시키죠.

 

'살인의 추억'에서는

경운기에 털래털래 실려가는 송강호의 모습을 통해 그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삶에 찌들었고,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시골 형사라는 것을...

그리고 깨진 거울 조각을 이용해 하수구 안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통해,

그가 철두철미하진 않지만 임기응변에는 능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성격이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서도 활용될 것이라는 암시를...

 

 

(5) 주인공 또는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의 나이나 외모를 드러냅니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윈터펠의 주요인물들 에다드, 롭, 브랜, 테온, 존 스노우 등의 인물들을 대략적인 나이와 성격과 외모를 살짝 드러냅니다.

 

'살인의 추억'도 마찬가지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배우를 분장시켜서 등장시키는 것만으로 대략 해결되겠네요...

 

 

(6) 화자가 누구인지, 작가가 전지적 권한을 어느 정도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드러냅니다.

 

이 부분은 쓰다보면 자연히 되겠죠. 그러지 않고서는 몇 줄 쓰지도 못할 테니...

한가지 유의할 것은 첫장에서 드러난 전지적 권한의 수준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장에서는 제한적인 전지적 권한을 사용하던 것이, 나중에는 온갖 사람들의 마음 속을 드러내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죠.

 

 

(7) 독자/관객의 흥미를 끌어내고 유지시켜야 합니다.

 

역시나 당연한 말이죠.

주요 갈등을 보여주거나, 주요 갈등을 일으킬 작은 갈등을 보여주거나,

흥미진진한 복선을 제시하거나 해서 말이죠.

 

 

(8) 어떤 문체와 어조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를 설정해야 합니다.

 

똑같은 개그라도 누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빵터지기도 하고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죠.

심지어 같은 사람이 해도 자리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라집니다.

아마도 그 사람이 가진 말투와 어조에서 그 차이가 갈리겠죠.

심각한 어조로 해야만 재밌는 이야기가 있고,

과장된 말투로 내뱉아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웃길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무미 건조하게 내뱉아야만 진수가 드러나는 개그도 있죠.

 

이야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문체와 어조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문체와 어조를 구사하는 것 역시 작가의 중요한 재능 중에 하나일 겁니다.

여러 문체와 어조를 구사하는 역량이 없다면...

자신의 문체와 어조에 맞는 이야기를 개발하는 수밖에 없죠. 그것도 좋은 전략일듯 합니다.

여튼 요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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