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201 소설 작법

[소설 작법] 기교를 사용하는 방법

강인태 2022. 4. 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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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소적인(Local) 소재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범세계적인(Global) 소재를 사용할 것인가에 따른 기교적 차이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특정 장소와 특정 시간에 국한된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세상 어느 곳에서나 벌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따라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는 남북전쟁 당시 미국이란 특수한 배경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대부분의 역사 소설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배경을 갖게 됩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경우도 14세기 중세 유럽의 한 수도원이 아니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6459223

 

장미의 이름 세트

20세기 최대의 지적 추리소설이자,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 20세기 최고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쓴 놀라운 지적 추리 소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랜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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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지금까지 예로 든 많은 작품들...

'살인의 추억'은 배경이 지방 소도시의 현대이긴 하지만,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이야기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가령 '살인의 추억'의 배경을 프랑스 소도시로 바꾼다면...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촬영장소만 바꾸는 수준에서 리메이크가 가능할 겁니다.

'러브 스토리(1970)'도 마찬가지죠.

많은 판타지 작품들 '왕좌의 게임', '헝거게임', '반지의 제왕', '배트맨' 등은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이런 것들은 Global한 소재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겠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Local적인 작품의 경우,

소위 고증이란 것이 Global한 것에 비해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시대의 생활상이라든가, 건물의 생김새, 당시의 가치관, 거리의 풍경 같은 것들을 고증을 통해서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이야기에 개연성을 더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장미의 이름'은 수도원의 모습과 분위기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 꽤 많은 텍스트를 할당합니다. 수도사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데도..

 

하지만 '러브 스토리'나 '살인의 추억'을 이야기하는데는..

그곳이 대도시다, 지방 소도시다, 완연한 깡촌이다..

라는 이미지만 전달하면 될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세밀하고 정확한 배경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이런 소재를 다룰때는 오히려 그런 설명들이 지루함만 가중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고증에 기반한 자세한 설명대신

이야기 전반에 흐르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드러내거나, 주인공과 갈들을 빚어낼 수 있는 환경 요소를 드러내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2) 배경과 상황(Situation)을 설명하기 위해서 엄격한 특성의 설명 대신 파노라마적인 묘사 사용하기

 

한마디로 전체적인 배경을 쓰윽 한번 훑어서 묘사하라는 건데요..

 

예를 들면 '해리포터'에서 해리가 호그와트에 도착하면서 호그와트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역사 등을 설명하는데,

조엔 롤링이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쥐스킨트 역시 '향수'에서 그루누이가 태어난 시장 거리의 분위기와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죠.

 

[물론 악취가 가장 심한 곳은 파리였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도시였기
때문이다. 파리 안에서도 특히 악취가 지옥의 냄새처럼 배어 있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페르 거리와 페론느리 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노셍 묘지였다.
8백 년 동안 시립병원과 주변의 교구에서 죽은 시체들이 기다란 구덩이 속에
묻혔고, 8백 년 동안 지하 납골당에는 뼈들이 차곡차곡 쌓여졌던 것이다. 후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몇몇 무덤이 위태롭게 무너져 버렸고, 그 결과
묘지에서 진동하는 악취에 참다 못 한 주민들이 단순한 항의 정도를 넘어서
진짜 폭동을 일으킨 후에야 비로소 묘지가 폐쇄되었다. 그래서 수백만 개의 두
개골이 몽마르트르의 지하 납골당으로 이장되었고, 그 자리에 식료품 시장이
들어섰다.
  바로 그곳, 프랑스 왕국에서도 가장 악취가 심한 그곳에서 1738년 7월 17일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태어났다. 그날은 그 해의 가장 무더웠던 날들 중의
하루로서 뜨거운 열기가 납덩이처럼 묘지를 내리 누르고 있었고, 썩은 참외와
불에 탄 쇠뿔이 섞인 듯한 부패 가스가 근처의 거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르누이의 어머니에게 진통이 찾아온 것은 페르 거리의 생선 좌판 뒤에서 선
채로 좀 전에 꺼낸 대구의 비늘을 손질할 때였다. 아침에 세느 강에서 잡았다는
그 생선들은 벌써 악취를 풍기고 있어 오히려 시체의 냄새를 압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르누이의 어머니는 생선 냄새도, 시체의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코는 냄새에 대해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더욱이
진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

 

2006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도 도입부에 시장 거리 전체를 조망하며, 심지어 배경을 설명하는 나레이션까지 동원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13810

 

향수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기상천외한 이 소설은 1985년 발간되자마자 전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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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파노라마적인 묘사나 서술을 동원하면 작가가 편협성에서 벗어나서, 환경이 지닌 보편성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법이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Situation)을 잘 설명해주는데도 도움이 되구요.

누군가 감옥에 갇혔다면... 그 감옥이 전체적으로 어떤 땅에 위치하고 있는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경비들이 지키고 있고, 어떤 첨단 시스템이 감시하고 있는지를 파노라마적으로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3) 등장인물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다시 말하면 동기가 부여되지 않은 말과 행동은 과감하게 버리라는...

 

피츠제럴드는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려고 하는 성공한 남자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40대 중반의 한 성공한 사업가는 10살 언저리의 딸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그가 스무살 어린 대학생과 바람이 나는 장면을 구상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죠.

어쩌면 가진 것들을 많이 잃어버릴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어린 여자와의 연애가 절실해지는 동기 부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더 엄청난 사업 거리를 손에 넣어서 더 큰 성공가도를 꿈꾸는 장면 같은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성적인 매력이 없는 아내,

사업에 물도하느라 대면대면 멀어지기만 한 딸,

그들이 있는 집의 냉기...

회사에서의 숨막히는 스트레스...

뭐 이런 것들이 배치되어야겠죠.

그런 것들을 배치하는데 있어서 다음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4) 육하 원칙에 대한 답을 구하라...

 

누가: 이 상황에 말려드는 인물은 누구인가?

어디서: 이 상황은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무엇을: 이 상황의 중심 사건은 무엇인가?

언제: 언제 일어나는가?

왜: 왜 이 상황이 일어나는가?

어떻게: 구체적 행동은?

 

만약 좀 전에 예로 든 바람 피는 장면이라면

 

누가: 사업가 S와 여대생 P양

어디서: S의 차 안

무엇을: P를 자신의 정부로 만들려는 S

언제: 자신의 강연회 뒷풀이 후, S를 차에 태워 집에 바래다주면서

왜: S 손님 취급 받는 집이 싫어서, 사업 성공에 도취된 바보로 전락해서, P는 돈이 궁해서, 아빠 콤플랙스 때문에, 그냥 좋아서...

어떻게: 돈질에 대한 약속, 키스까지만? 섹스까지?

 

 

(5) 상황에서 부여된 동기는 보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너 내 애인할래?" S가 물었다.

"하면 뭐가 좋을까요?" P가 되물었다.

"맛있는 거 먹고, 등록금 걱정 안하고, 가끔 비싼 선물도-"

S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P가 대답했다.

"그래요. 난 돈이 필요하니까."

 

이런 대화라면 P가 S의 정부가 되겠다는 동기는 보이지만, 왜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동기는 증명되지 않았죠.

그렇다고 P가 자신의 입으로 내가 얼마나 궁한지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웃깁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6) 등장 인물이 직접 동기부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다른 화자를 통해서 그것을 드러낼 수 있다.

 

앞선 예를 이어가자면...

 

"너 내 애인할래?" S가 물었다.

"하면 뭐가 좋을까요?" P가 되물었다.

예쁜 얼굴에 싸구려 티, 고등학교 때부터 매고 다닌 게 틀림없는 낡은 가방, 그리고 강연회 때 한 질문.

대학 때 등록금은 어떻게 했냐고...

"맛있는 거 먹고, 등록금 걱정 안하고, 가끔 비싼 선물도-"

S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P가 대답했다.

"그래요. 난 돈이 필요하니까."

 

약간은 더 생겼죠.... 하지만 여전히 약해 보입니다.

 

다음에 이런 장면을 추가할 수도 있겠죠.

 

P는 S의 학과장인 친구 K교수를 만났다.

"그 친구 잘 바래다 줬냐?" K가 물었다.

"어? 아.. 응. 잘 바래다줬지. 애 착해보이던데?"

"착할 거야. 여튼 안타까워. 그 녀석 보고 있으면-"

"왜?"

"작년에 졸지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거든. 여행갔다가. 그냥 저냥 돈 걱정 없이 살았었나 본데-

그 뒤로는 애가 틈만 나면 책상에 엎드려서 자. 알바다 뭐다 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나봐. 그래도 아직은 씩씩한데-"

"그러게 등록금을 뭘 그렇게 많이 받냐?"

 

아니면 등장인물이 질문을 해서 부여된 동기가 드러나게 할 수도 있겠죠.

 

"너 내 애인할래?" S가 물었다.

"하면 뭐가 좋을까요?" P가 되물었다.

예쁜 얼굴에 싸구려 티, 고등학교 때부터 매고 다닌 게 틀림없는 낡은 가방, 그리고 강연회 때 한 질문.

대학 때 등록금은 어떻게 했냐고...

"맛있는 거 먹고, 등록금 걱정 안하고, 가끔 비싼 선물도-"

S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P가 대답했다.

"그래요. 난 돈이 필요하니까."

"그 대답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구나... 부모님이 안 도와주셔?"

"돌아가셨어요. 작년에-"

P는 남의 이야기하듯 무관심하게 내뱉었다.

"그 뒤로는 알바다 뭐다- 아저씨 애인하는 것도 알바라고 생각하죠 뭐.."

S는 키스하고 싶던 욕구가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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