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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천녀유혼

영채신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품행이 단정한 사람이어서 "내 평생 여자는 아내뿐이다." 라며 사람들에게 공언하곤 했다. 어느날 영채신은 금화성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묵을 곳을 찾았지만 성 안의 숙소는 방값이 너무나 비싸 성 북쪽에 있는 빈 절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문이 잠긴 탓에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날이 저물고서야 한 사람이 나타났다. 영채신은 얼른 인사를 하며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는데 "저도 여행중인 사람입니다. 이곳은 주인이 없어 썰렁한 절이니 함께 지내주시면 저도 감사한 일이죠. 저는 연생이라 합니다." 영채신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낯선 탓인지 좀처럼 남을 이루지 못했는데,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창틈으로 쳐다보니, 한 노파와 여자 하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재지이] 천의무봉과 같은 육 판관의 의술

능양현에 주이단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성격이 호탕했지만 머리가 썩 좋지는 않았는지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도 도통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한 친구 왈- "자네는 담력이 쎄다고 늘 자랑질인데- 오늘 한밤중에 시왕전에 가서 왼쪽 복도에 있는 판관의 신상을 가져온다면 내 인정해주지." 다른 친구들도 모두 동의하며 가져오기만 하면 돈을 모아 한턱내겠다고 했다. 시왕전의 판관 상은 워낙에 흉악한데다 밤이 되면 실제로 그가 저승의 죄인들을 고문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주이단은 개의치 않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주이단이 큰 소리를 내며 나타났는데, 과연 시왕전의 판관을 들쳐업고 온 것이었다. 판관을 본 친구들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

[요재지이] 화피 - 그림을 그린 가죽

왕생이란 사람이 길을 가고 있는데, 한 여자가 혼자서 보따리를 들고 바쁜 걸음을 걷는 것을 보았다. 보따리가 무거워보여 도와줄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여자는 열 다섯 살쯤 되어보이는 예쁜 아가씨였다. 첫눈에 반한 왕생이 물었다. "어인 일로 동이 트기도 전에 혼자서 길을 재촉하는 겁니까?" "어차피 도와주시지도 못할 것을 뭐하러 물으십니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테니 말해보시요." "저희 부모가 저를 부잣집에 팔아넙겼는데, 본부인이 질투가 심해 저를 하루종일 괴롭히는 바람에 도망치는 중입니다." "어디로 가려구요?" "집 나와 도망치는 사람에게 목적지가 있겠습니까?" "그럼 우리집으로 갑시다." 왕생의 권유를 여자가 흔쾌히 받아들이자, 왕생은 그길로 여자를 자기집 서재에 숨겨두..

[요재지이] 성생과 주생

성생과 주생은 동문 수학하며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성생은 가난해서 늘 주생에게 의지했고, 나이도 주생이 더 많이 성생은 그를 형으로 모시며 우애를 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주생은 아내가 죽자 나이 어린 여자를 후처로 맞아들였는데, 성생은 너무 어린 형수를 멀리하며 가능한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루는 성생이 주생의 집에 들렸는데, 마침 주생의 집 마름이 관가에 끌려가 매질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인즉슨 주생의 마름이 일대 세도가인 황씨 집안의 소치기에게 주씨의 밭에 침범했다며 욕을 한 것. "황가는 원래 우리 할아버지의 노복이었는데, 벼슬 자리에 올랐다고 어찌 이리 함부로 한단 말인가?" 퍼 불같이 화를 낸 주생이 당장 황씨의 집으로 쫓아가려하자 성생이 그를 말리며 말했다. "도둑놈들이 판치는 세..

[요재지이] 죽어서도 은혜를 갚은 섭생

회양 땅에 섭씨 성을 가진 서생이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남달랐지만 관운이 없는 탓인지 이상하게도 시험만 보면 떨어져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따. 회양현의 현령으로 부임한 정승학은 섭생의 소문을 듣고 그를 초대했는데, 이야기를 나누어보고는 아주 기뻐하며 그의 후원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정승학은 관아에서 학자금을 받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섭생의 생계가 궁핍해지지 않도록 수시로 돈과 양식을 대주기까지 했다. 정승학의 후원에 힘입어 섭생은 드디어 과거에 응했는데, 정승학이 그의 답안지를 구해보니 단연 일등감이었다. 하지만 섭생의 부족한 관운 탓인지 이번에도 합격자 명단에서 빠져버렸다. 자신을 밀어준 후원자에게 실망만 안겼다는 자괴감에 섭생은 결국 병이 들어 시들시들 앓아누워버렸다. 정승학 역시 윗..

[요재지이] 점쟁이와 우공

우공은 의협심이 강하고 무술 실력이 뛰어났는데, 하루는 하인이 갑자기 돌림병에 걸려 위독해졌다. 하인을 걱정한 우공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하인의 안위를 물으려 했는데, "하인의 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신 겁니까?" 하며 점쟁이가 먼저 물어왔다.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우공을 향해 점쟁이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했다. "하인은 괜찮겠지만 당신이 문제입니다. 삼일 뒤에 죽을 운명이군요." 신묘했던 점쟁이라 우공은 더 깜짝 놀랐는데, 그 기색을 살핀 점쟁이가 덧붙였다. "열 냥만 주시면 액땜을 해드리겠습니다." 점쟁이의 말에 우공은 곰곰히 생각했다.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이 정한 것인데, 점쟁이의 술법 따위로 면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면한다고 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닥칠 것만 같았다. "필요없소이다." ..

[북유럽 신화] 이그드라실과 9개의 세계

천지창조를 단행한 오딘은 세계가 좀 더 안정적인 질서를 유지하도록 구조화했다. 일단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신과 거인, 그리고 인간을 서로 다른 공간에 살도록 세계를 3개로 나누었는데, 첫번째는 자신을 비롯한 신들이 사는 아스가르드, 두번째는 인간들이 거주하는 미드가르드, 세번째는 거인들이 살아갈 요툰하임. ​ 아스가르트를 최상단에, 미트가르트는 중간에, 요툰하임은 미트가르트의 바깥에 두는 구조. ​ 그리고 그 세계들을 지탱하는 거대한 물푸레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었으니, 그게 바로 이그드라실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3개의 공간으로 불리되어 있는 세계는 이그드라실을 중심으로 조금씩 분화되어서 9개의 세계가 된다. ​ ​ 그리고 이그드라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세계마다 거대한 샘을 두었는데, 아스가르드에 ..

[북유럽 신화] 아제와 바네의 세력 다툼

북유럽 신들은 크게 아제(Die Asen) 계열과 바네(Die Wanen) 계열, 둘로 나누어지는데, 아제 계열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딘, 토르 등이 속한 집단으로 지금의 스웨덴이 자리잡은 언저리의 아스가르트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다. 바네 계열은 풍요의 신 프라이를 중심으로 농사나 목축에 좀 더 적합한 덴마크 언저리의 바나하임을 다스리고 있었다. (아마 스웨덴과 덴마크가 지금까지도 사이가 안 좋은 건 이런 신화에서부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네요.) ​ 사냥과 전쟁에 능한 아제의 신들과 농업과 목축에 능한 바네의 신들은 성정부터가 달라서, 아제들은 사납고 성질이 급했고, 바네들은 여유롭고 온순한 스타일. 스타일로만 봐서는 아제가 바네를 침공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 ​굴바이크(Gullweig)..

[북유럽 신화] 해와 달의 탄생

오딘과 그의 형제들이 만들어낸 세계에는 요툰하임이란 곳이 있었는데, 거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노트(Nott)라는 검고 어두운 거인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신과 결혼하여 아들 다그(Dag)를 낳았다. 다그은 어둡고 검은 엄마와는 달리 밝고 하얗게 빛나는 존재. ​ 오딘은 노트와 다그를 찾아와 각각에게 마차를 내어주며 말했다. ​ "두 사람은 이제부터 12시간씩 번갈아 가며 하늘을 내달리도록!" ​ 노트는 서리 갈기라는 뜻을 가진 말 흐림팍시가 모는 마차를 타고 달렸으니, 그 동안은 그녀처럼 어둡고 흐림팍시처럼 서늘한 밤이 찾아왔다. 반대로 다그는 빛의 갈기라는 뜻을 지닌 스킨팍시라는 말이 모는 마차를 타고 달렸는데, 예상대로 낮이 찾아왔다. ​ 이렇게 낮과 밤이 생겨나자 해와 달이 필요하게 ..

[오디오 이야기] 아마티 오마쥬 by 소너스 파베르

우연찮게 손에 들어온 아마티 오마쥬. 지난 10년간 ATC 50, PMC FACT8 , ATC 12 등등이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도 늘 거실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풍성하고 편안한 소리가 다른 스피커들을 항상 이겨내더군요. 매칭해본 파워 앰프만도 올닉 t-2000, 네임 nap 250, 소닉크래프트 오딘, 유니슨 리서치 신포니아, 바쿤 7511, NCDV, 하이펙스 NC400, 바쿤 5521 등등. 그중에 올닉 t-2000과 바쿤 5521이 제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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