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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화 22

[중국신화] 황제와 사방을 다스리는 네 명의 상제

중국 신화의 정점에는 황제가 있다. 황제 이전의 복희와 여와 등은 그리스 신화의 우라노스나 크로노스처럼 파편적이며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모호한 존재다. 그리스 신화가 제우스와 그를 둘러싼 신들의 체계가 갖추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중국 신화 역시 황제와 그를 둘러싼 신들이 자리잡으며 본격화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야기에 동서고금을 아우를 드라마가 좀 약하다는 것. 황제 헌원은 중앙을 관장하는 상제였고, 그를 둘러싸고 동서남북을 관장하는 상제들이 있었다. 동방 상제 태호는 목(木)신인 구망을 보좌역으로 삼고 있었는데, 측량 도구들을 들고 다니며 봄을 관장했다. 염제 신농은 남방을 다스렸는데, 그의 이름(炎) 답게 저울을 들고 다니는 화(火)신인 축융을 보좌관으로 삼았다. 여름을 관장했을 것..

[중국 신화] 황제의 구슬을 찾아온 상망의 이야기

중앙의 천제인 황제는 곤륜산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하루는 유흥에 정신이 팔린 탓에 아끼던 곤륜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적수 근처에서 흑구슬(현주)을 잃어버렸다. 황제는 먼저 가장 지혜가 뛰어난 천신 '지'를 보내어 찾게 하였으나, 그의 지력은 그냥 까닭없이 떨어트린 구슬을 찾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다. 그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자 황제는 이번엔 낭간수를 지키던 천신인 이주를 적수로 파견했다. 이주는 머리가 셋 달린 덕분에 사방을 한꺼번에 살필 수 있었고, 세 개의 머리가 번갈아 자고 깨고를 반복하는 덕분에 쉴 새 없이 구슬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수는 넓디 넓었다. 세 개의 머리로 아무리 뒤져도 구슬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 황제는 다시 끽구라는 천신을 파견했는데, 그는 엄청난 힘의..

[중국 신화] 음식판 화수분 - 시육, 초할우, 월지국의 양

화수분은 전영택의 소설 덕에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존재가 되어 있다. 늘 재물을 쏟아 내니 세속을 벗어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혹할만한 유니크 아이템쯤 될 듯. 중국 신화에는 이렇게 화수분처럼 끝없이 식량을 제공해주는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몇가지 있다. 시육이라는 생명체는 팔다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이 없고 눈 두개만 소의 간에 붙어 있는 형상이었다. 이 녀석을 잡아서 그 고기를 한 조각 썰어내고 나면 곧 썰어낸 만큼 살집을 회복했다. 끝없이 고기를 제공하는 기특한 가축인 셈이다. 그래서 시육이 등장하는 곳은 주로 한가닥 하던 집안의 묫자리였다고 하는데, 매일 같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탄생한 녀석인 듯하다. 그리고 월준국에는 초할우라는 소가 있었는데, 이 녀석..

우왕의 치수를 도와준 운화부인 요희

운화 부인 요희는 신선들 중 최고의 지위에 오른 서왕모의 스물세번째 딸이자 염제의 딸이었다. 그녀는 동해로 가서 수련을 하며 신선이 되었고, 그 뒤에 돌아오는 길에 무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우임금은 중국을 13년 동안 뒤덮은 홍수를 해결하기 위해 무산을 깍아 협곡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천지가 진동하며 돌덩이가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에 우임금은 무산에 머물고 있던 요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운화부인은 우임금에게 귀신을 부리는 법술을 가르쳐주고, 자신의 신하들을 보내 치수 사업을 돕게 했다. 부인의 도움 덕분에 손조롭게 1차 치수 사업을 마친 우임금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그..

중국신화 - 곤(鯤, 고래)과 붕(鹏, 봉황), 그리고 우강

우강은 바다의 신이자 바람의 신이기도 했다. 그가 바다의 신일 때는 곤이라는 거대한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바람의 신일 때는 붕이라는 큰 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북쪽의 넓은 바다 속에서 곤으로 있다가 가끔씩 몸을 비틀어 날아오르면 붕이 되었는데, 그는 날개짓 한번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가 겨울이 되면 붕으로 날아올라 날개짓을 하며 남해로 날아갔는데, 이 때문이 겨울이 되면 매서운 북풍이 불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우강은 곤의 모습일 때는 유순하기 짝이 없었지만, 붕의 모습이 되면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매서운 북풍을 보낼 뿐만 아니라 그의 바람에는 역병의 균이 실려 있어서, 그 바람을 맞은 사람은 병이 나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 곤의 모습으로 바다 신의 소임을 다하던 우강은..

저파룡(猪婆龍) - 악어를 닮은 신물의 불행한 최후

저파룡(猪婆龍)은 그 생김새가 악어와 닮아 타(鼉, 악어 타)라고도 불렸는데, 주로 강이나 호수에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었다. 성품이 게을러 잠자는 걸 좋아하고, 눈은 항상 졸음이 가득했으며, 그렇게 쉬고 있는 자신을 건드리면 화를 벌컥 내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악어가 모티브가 된 녀석인듯) 북방 천제인 전욱은 음악을 좋아했는데, 하루는 이 저파룡을 불러 음악을 연주하라고 했다. 하지만 저파룡은 딱히 연주할 줄 아는 악기도 없거니와 목소리도 그리 곱지 않은 탓에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저파룡은 하는 수 없이 드러누워 자신의 꼬리로 희게 반짝거리는 자신의 뱃가죽을 두드렸는데, 그 울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특히나 그 울림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힘을 북돋우는 힘이 있었으니, 사람들은 저파룡을 잡아다..

서방 천제 소호

소호는 서역 1만2천리를 다스린 서방천제이니만큼 그의 나라 소호지국에는 산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신하들은 대부분 새들이었는데, 제비, 때까치, 종달새, 금계 등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우선 집비둘기는 비가 올 것 같으면 아내를 둥지 바깥으로 내쫓고, 맑아지면 다시 불러들였는데, 아내에게 엄한 것과 부모에 대한 효심이 비례한다고 여긴 소호는 그에게 교육을 맡겼다. 그리고 그 모습이 위엄이 있는 수리에게는 병권을 맡겼고, 공평무사한 뻐꾸기에게는 토목 공사를 맡겼다. 사사로움이 없이 용맹한 매에게는 재판을, 산비둘기에게는 조정 일의 기록과 공표를, 다섯 종류의 꿩에게는 목공, 금속공, 도공, 피형공, 염색공 등 수공업을 맡겼다. 그는 중앙 상제였던 전욱의 아저씨이기도 한데, 그가 전욱이 놀러..

달에 대한 상상력 - 황아와 금성

황아(皇娥)는 천상에서 옷감을 짜는 선녀(직녀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였는데, 일하다 짬짬이 뗏목을 타고 은하수를 건너 서쪽 바닷가에 있는 궁상 나무 아래까지 가서 놀곤 했다. 궁상 나무는 높이가 끝이 없는 뽕나무였는데, 그 열매가 심상치가 않았다. 크고 탐스러운건 물론이고, 보랏빛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것이 보기만 해도 신비감을 자아냈다. 그런 열매가 만년에 한번씩만 열렸는데, 그것을 먹고나면 천지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었다. 황아가 이 궁상 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소년이 나타났다. 그는 백제의 아들로서 새벽하늘 동쪽에서 밝게 빛나는 금성(계명성)이었다. 둘은 첫눈에 반해 마냥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들은 황아가 은하수를 건너는데 이용한 배에 계수나무 가지로 만든 돛대를 만들..

중국의 인간 창조 신화 - 여와

대부분의 신화들은 인류가 어떻게해서 생겨나게 되었느냐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될텐데,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창조자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다만 그 창조자를 바라보는 자세가 문명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텐데, 중국의 인류 창조자인 여와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양의 것들과 사뭇다르다. 서양의 창조자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두려움과 경외감이라면, 여와를 바라보는 시선은 친근함과 안타까움이 근간이 되고 있다. 여와는 천신으로 지상을 마음껏 걷고, 뛰고 날아다녔는데. 우거진 수목과 말 못하는 짐승들 사이에서의 생활을 아무래도 좀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무거운 고독을 견디던 여와는 고심 끝에 자신과 닮은 존재들을 만들어 지상에서 살아가게 하면 그 외로움이 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와는 땅에서 황토를 파내..

중국의 정착 신화 - 늠군

홍수 전설처럼 세계 곳곳의 신화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화 중 하나가 정착 신화다. 즉, 누군가가 살기 어려운 여러 사람들을 이끌고 어딘가 좀 더 살기 좋은 환경 혹은 살아갈 수 있는 땅에 정착하는... 건국 신화보다 약간 앞단계라고 해야할 듯. 그리스 신화에도 카드모스의 테베 건설이나, 아이네이아스의 로마 정착 이야기가 있는데, 중국의 파족이 사천성 동북쪽 언저리에 자리잡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파족은 원래 남방에 있는 무락종리산(지금의 중국 한가운데쯤 있는 이창 지방의 청강 하류에 있는 산인듯하니, 옛 중국은 북경을 중국의 가운데라고 생각한 탓인 듯 함)의 동굴에서 살고 있었는데, 모두 다섯 개의 동굴에 파씨, 번씨, 심씨, 상씨, 정씨 일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의견이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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