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신화/중국 신화

중국의 인간 창조 신화 - 여와

강인태 2021. 6. 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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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신화들은 인류가 어떻게해서 생겨나게 되었느냐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될텐데,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창조자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다만 그 창조자를 바라보는 자세가 문명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텐데,

중국의 인류 창조자인 여와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양의 것들과 사뭇다르다.

 

서양의 창조자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두려움과 경외감이라면, 

여와를 바라보는 시선은 친근함과 안타까움이 근간이 되고 있다.

 

여와는 천신으로 지상을 마음껏 걷고, 뛰고 날아다녔는데.

우거진 수목과 말 못하는 짐승들 사이에서의 생활을 아무래도 좀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무거운 고독을 견디던 여와는 고심 끝에 자신과 닮은 존재들을 만들어 지상에서 살아가게 하면 그 외로움이 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와는 땅에서 황토를 파내어 물과 섞은 뒤 자신과 닮은 인형을 만들어 땅에 내려놓자,

그것이 살아움직이며 말도 하며 즐겁게 뛰어놀았으니 최초의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하나를 만들어놓고 노는 꼴을 보고 흡족해진 여와는 이어서 계속 만들어냈는데, 이걸 하나씩 만들어 내는 게 보통 노력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와는 지상을 인간들로 좀 더 많이 채우고 싶었지만 몇명 만들다보면 지쳐버리기 일수였다.

황토로 인간을 만드는 여와

궁리하던 여와는 덩쿨을 하나 구해다 진흙을 잔뜩 묻힌 후, 그것을 채찍처럼 휘둘렀더니 덩쿨에 묻은 진흙이 땅에 떨어지며 한꺼번에 많은 인간들이 탄생했다.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 결과 지상은 그녀가 원한 만큼 많은 수의 인간들로 채워지게 됐다.

그녀는 인간들이 계속해서 번성할 수 있도록  생식 기능을 부여한 후, 혼인제도까지 인간들에게 가르쳤다.

 

덩쿨을 휘둘러 인간을 만들어내는 여와

그러던 어느날 우주에 큰 변란이 일어났으니

하늘의 한쪽 귀퉁이가 무너져내리면서 큰 구멍이 뚫어져버렸고, 땅도 가로 세로로 갈라져버렸다.

이 와중에 큰 불이 나 숲들은 불타고, 땅에서 큰 물줄기가 쏟아올라 홍수가 나버렸다.

지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상황.

 

여와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류가 고난에 처한 것을 보고는 마음 아파하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짜내어 하늘의 구멍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돌을 녹여 그것으로 하늘의 구멍을 메웠는데, 천신인 여와로서도 너무나 힘든 작업이었다.

수리를 끝낸 그녀는 거대한 거북의 네 다리를 잘라 하늘이 다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네개의 기둥(사주)을 만들어 받쳤고(그리스 신화에서 아틀라스가 하늘 받들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지상에서 인간을 괴롭히던 용들과 다른 맹수들을 죽였다. 

 

녹인 돌을 들어 하늘의 구멍을 막고, 용을 죽이는 여와

결국 여와는 지상에 닥친 인류 멸종의 위기를 본인의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 막아준 후 힘이 거의 다 소진되어버렸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인류에게 생황이라는 악기를 선물해서 음악을 알게 한 후,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이처럼 중국의 인류 창조자인 여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자신의 피조물인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자애로운 존재, 마치 어머니처럼 그려진다. 

항상 근엄하고,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인류를 벌하기도 하는 서양의 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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