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양현에 주이단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성격이 호탕했지만 머리가 썩 좋지는 않았는지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도 도통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한 친구 왈- "자네는 담력이 쎄다고 늘 자랑질인데- 오늘 한밤중에 시왕전에 가서 왼쪽 복도에 있는 판관의 신상을 가져온다면 내 인정해주지." 다른 친구들도 모두 동의하며 가져오기만 하면 돈을 모아 한턱내겠다고 했다. 시왕전의 판관 상은 워낙에 흉악한데다 밤이 되면 실제로 그가 저승의 죄인들을 고문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주이단은 개의치 않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주이단이 큰 소리를 내며 나타났는데, 과연 시왕전의 판관을 들쳐업고 온 것이었다. 판관을 본 친구들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