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게세르는 견딜 수 없도록 울어대자, 센겔렌은 다시 아이를 산중턱에 데려다 놓고 피신했다.
버려진 게세르는 검은 솥을 찾아서는 그 속에 새카만 이로 가득 채운 다음, 한 살이 된 말을 잡아 탔다.
솥을 짋어지고 말을 탄 게세르는 검은 바다인 하라 달라이로 향했다.
하라 달리이에 도착한 게세르가 모닥불을 피우고 검은 솥에 가득 들어 있는 이를 삶기 시작하자 그 냄새가 하라 달라이 전체에 진동했다.
그러자 그곳을 지키던 일곱 악령들이 그 냄새에 이끌려 게세르에게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 솥에 삶고 있는 것이 무었이냐?"
이 질문에 게세르는 아주 직설적으로 대답한다.
"이것은 그대들을 꾀어내기 위한 미끼다.
이곳에서 그대들이 살고 있는 삶은 비루하기 짝이 없으니, 이제 이런 삶은 청산하고 나와 함께 평화롭고 우정어린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어떠한가?"
한 살도 되지 않은 아기의 이런 제안에 악령들은 콧방귀를 뀌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오동통한 아기의 모습에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하지만 아기에게서 풍겨나오는 정체모를 위엄에 쉽게 해치진 못하고 내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눈을 두 번 깜빡이는 동안 네가 한 살 먹은 검은 망아지를 타고 이 하라 달라이를 한바퀴 돌고 온다면 네 말을 들어주마."
게세르는 영웅의 면모를 보이며 미션에 성공한다.
악령들을 적잖이 놀라며 검은 솥에 든 이들을 같이 먹자고 아이에게 권하며 긴장을 풀었다.
그러자 게세르는 그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내가 바다를 갈라지게 할테니, 그대들은 그곳을 내려가도록 하시요.
그곳이 그대들이 온 곳이며, 매우 복된 곳이나 나도 뒤따라 가겠소."
게세르가 채찍으로 바다를 내려치니 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생겼다.
악령들은 이런 모습에 압도되며 순순히 그 길을 따라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뒤따라가는 척하던 게세르가 바다를 향해 입김을 불어넣자 갈라졌던 바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며 악령들은 꼼짝없이 그 밑에 갖혀버렸다. 이렇게 게세르는 흑해인 하라 달라이를 평정해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날 이번엔 황색 솥과 황색 이, 황색 망아지를 이용해 황해인 샤라 달라이의 일곱 악령들을 제압해 바다 밑에 가두어버렸다.
이렇게 하라 달라이와 샤라 달라이를 평정한 게세르를 목격한 사르갈 노욘(애초에 가뭄에서 지상을 구해달라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센겔렌의 맡형)은 센겔렌을 찾아가 이제 게세르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올 것을 명한다.
이렇게 센겔렌과 나란고혼, 게세르는 마을 바깥에서의 유년기를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고, 게세르는 사르갈 노욘이 양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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