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그테의 부탁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지상으로 내려와 갖은 고초를 겪던 나란 고혼은 지상에 내려온지 10달이 지나자 이상한 목소리가 자신의 몸 속에서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
"모자를 살짝 들어주세요. 제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나란 고혼이 모자를 살짝 들자 정수리를 통해서 순수한 영혼이 빠져나가며 하늘로 올라갔다.
이 영혼은 벨리그테의 형인 자사 메르겐이었는데,
그는 하늘 나라에 머물다 동생이 요청하면 지상으로 내려와 동생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생이 아버지에게 한 부탁에 따라 얼결에 지상으로 내려갈 팔자가 되었던 자사 메르겐으로서는 꽤 괜찮은 조건이 주어진 셈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몸속리가 들려오며, 배꼽과 좌우 겨드랑이에서 영혼이 빠져나갔다.
이들은 벨리그테의 누이들 3명이었는데,
그들 역시 하늘 나라에 머물며 그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지상으로 내려가 게세르를 도와주게 된다.
이윽고 나란 고혼은 온몸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바로 하늘의 벨리그테가 지상에 다시 태어난 몸이었다.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격하게 움직이며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견디다 못한 나란 고혼은 남편인 센겔렌을 불러 아이를 데리고 산 중턱에 갔다가 아이가 지쳐 잠들면 집으로 데려와달라고 부탁한다.
천성이 착했던 센겔렌은 불행한 운명의 아내를 위해서 두말 않고 아이를 데리고 산 중턱으로 향했다.
산 중턱에 내려진 아이는 집에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큰 소리로 울었다.
그러던 아이는 갑자기 말총을 여러 가닥으로 길게 꼬아서 걸어두었다.
마치 올가미처럼. 그러길 마친 아이는 더 미친듯이 큰 소리로 울었는데, 이 소리를 멀리 있던 쥐가 들었다.
이 당시 쥐는 소보다도 더 큰 몸집을 가진 생물이었는데,
아이의 울음 소리가 예사롭지 않자 아이를 잡아 먹고는 최강의 존재로 거듭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거대한 쥐는 지체없이 아이를 향해 달려갔지만,
아뿔싸 아이가 쳐 놓은 말총 덫에 걸려 허우적 거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이는 가죽 채찍을 들어 이 쥐를 내리쳤는데,
채찍질 한번에 쥐의 살점이 뜯겨 나가더니 결국은 손바닥만한 덩치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본 아이기 소리친다.
"약한 자를 괴롭히고 강한 자의 눈치를 보는 교활한 존재이니, 지금보다 덩치가 커지면 곤란하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 덩치로 영원히 살아가거라.
그리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이때부터 쥐는 여러모로 귀찮은 존재이긴 하지만 다행히 조그만 덩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그 다음날은 벌과 모기가 아이의 피를 탐하다 결국 쥐와 똑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때부터 손톱만한, 그리고 손톱보다도 작은 덩치를 갖게 된 것...
지상을 위협하던 세 가지 존재, 쥐,벌, 모기는 지상에 다시 태어난 벨리그테 덕분에 그나마 제압이 쉬운 덩치로 살아가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신화 > 게세르 신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세르 신화] 어린 게세르의 말썽 (2) | 2022.09.04 |
---|---|
[게세르 신화] 흑해와 황해의 악령 제압한 게세르 (0) | 2022.09.02 |
[게세르 신화] 지상에 내려온 나란 고혼의 고초 (0) | 2022.08.30 |
[게세르 신화]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한 벨리그테의 조건들 (0) | 2022.08.25 |
[게세르 신화] 지상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 (0) | 2022.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