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지형과 종족 간의 관계 설정
사람과 물고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은 뭍에서 살고, 물고기는 물에서 산다는 것이라는데 특별히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물 속에 들어가거나, 물을 건너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제한된 시간 동안만 가능하다.
물론 배를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 역시 물 위에 떠다니는 뭍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은 기본적인 거주는 뭍에서 하고, 물을 지나갈 수는 있지만 거주를 할 수 없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같은 물고기라도 담수에서 서식하는 것들은 대다수 해수에서는 살 수 없으며, 인간 만큼의 적응력조차도 없다.
이렇게 어떤 생명체가 특정 유형의 장소와 갖는 관계는
- 대부분의 생활을 하는 거주
- 이동이나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일정 시간의 체류,
- 생존의 위협에 따라 특정 장소에는 아예 접근 조차 불가능한 경우
등 3가지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거주에 있어서는 거주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 농경을 중심으로 도시를 형성하는 정착형인지,
- 특정한 범위 내에서 돌아다니는 유목(Nomadic)형인지,
- 아니면 아무런 제약 없이 넓은 범위를 다니는 집시형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동에 있어서는
- 직접적인 이동 가능 여부와
- 간접적인 이동 가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람을 예로 들자면 물에서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직접적인 이동도 가능하고, 배나 잠수함 등 도구를 이용한 간접적인 이동도 가능하다.
하지만 하늘에서는 직접적인 이동은 아예 불가능하고 도구를 이용한 간접적인 이동만 가능하다.
간접적인 이동은 도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의 생명체를 활용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와이번을 타고 하늘을 나는 간달프'는 전형적인 판타지의 로망이지 않은가.
판타지 설계에 있어서 종족과 지역 간의 관계를 설계할 때는 거주와 이동 가능 여부 이외에도 한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종족의 역량 발휘와 지역 간의 상관 관계다.
즉 어떤 종족이 뭍에서도 얼마든지 거주할 수 있지만 물에서는 역량이 배가된다든지, 나무가 많은 숲에서는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은 초원이나 사막으로 갈수록 능력이 약화된다든지 하는 설정이다.
물론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하는 것은 거주가 가능한 지역 중에 선택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B. 시간과 종족 간의 관계
주변 환경 중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는 변수다.
하루를 기준으로 하자면 낮과 밤,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아침, 점심, 저녁, 늦은 밤, 새벽 등이 종족의 어떤 특성에 영향을 주는지의 여부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언데드 생명체들이나 늑대 인간과 같이 사악한(?) 영혼이 깃든 것으로 설정되는 종족들은 밤 12시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점으로 하고, 그 시간과 멀어질 수록 모든 역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설계된다.
서양적 판타지뿐만 아니라 동양적 판타지에서도 새벽닭이 울면 이승을 떠나야만 하는 어떤 존재에 대한 설정은 전설의 고향과 그 유사한 이야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물론 낮이면 시각의 자유가 주어지고, 밤이면 그렇지 않은 아주 일반적인 경우가 가장 흔한 설정이라는 건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지도.
하루 중 어떤 시간대가 종족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달의 모양, 계절, 혹은 어떤 이벤트(일식, 행성의 배열, 혜성과의 거리 등등)적인 시간과 종족과의 관계가 설정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달의 모양은 잘 알려진 대로 늑대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들의 역량에 영향을 미친다.
또 '어둠의 왼손' 같은 작품에서는 겨울이 계속되는 환경 속에 적응해 있는 종족과 그 속에 끼어든 인간이라는 전체적인 설정 속에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역량의 변화가 생기는 종족이란 설정 역시, 설인이나 북극곰 등에 적용되기도 한다.
또 주기적인 변화 외에 어쩌다 한번 씩 일어나는 이벤트적인 시간과 특정한 종족을 연관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꽤 많은 공포영화들에서 일식이 다가오는 것과 악의 화신 격인 새로운 종족의 등장을 연관시킨다든지, 혜성이 다가옴에 따라 잠들어 있던 고대의 종족이 깨어난다든지 하는 설정들이 드물지 않게 도입되기도 한다.
C. 주변 세력과의 관계
판타지 세계 역시 대부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이 존재하는 세계로 그려지기 때문에,
어떤 종족이 살아가는 환경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변의 어떤 세력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공간적인 환경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어떤 종족을 설계할 때도 주변 세력과의 연관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이것 역시 그 종족의 다른 특성들을 고려해서 서로 배치되지 않고, 일관성을 갖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떤 종족이 충분한 지적 능력을 가진 생명체로 그려질 때는 대부분 그들 스스로 어떤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 하나는 그들 스스로 그들만의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 다른 하나는 타 종족이 주가 되어서 형성한 세력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다.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는 2부에서 다룬 공간 내 세력의 배치에서 다른 세력과의 관계 문제로 이어지며, 다른 세력에 편입되어 있는 경우는 3부에서 다른 세력 내 종족의 구성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어떤 판타지에 새롭게 등장하는 종족은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만한 지적 능력을 갖지 못하거나 혹은 지적 능력은 충분하지만 개체수 부족으로 인해 세력을 형성할 수 없는 것으로 설정될 때가 많다.
이런 경우는 해당 종족이 주변 세력에 위협적인지, 무관한지, 아니면 혜택(식량, 노동력 등)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설정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공격 본능 등으로 주변 세력의 거주민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지게 된다.
- 하나는 자신의 영역을 정해두고 그 영역으로의 침입할 때만 위협적인 '방어적 위협'의 경우이며,
- 다른 하나는 주변 세력의 영역으로의 침범까지 이루어지는 '공격적 위협'의 경우다.
전자의 경우에는 단지 세력의 거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그치므로, 그냥 내버려두며 조심하거나, 해를 입은 민가 존재로부터의 복수의 대상이 되는 설정이 뒤따를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세력의 정치적 안정성을 위협하거나, 세력 자체의 존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그 세력으로부터 조직적인 공격을 당하거나, 주변 세력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종족과 그들을 격리시킬 방법을 강구해두는 것에 대한 세부적인 설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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