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스파이물들(007, 미션 임파서블, 킹스맨, 본 아이덴터티 등등)은 대체로 강력하고 스팩터클한 전투 장면에 조금은 유쾌한 유머, 그리고 살짝쿵 가미된 에로틱한 로맨스 정도가 적당히 범벅된 것들이죠.
아무래도 007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했다는 반증일 것 같긴 한데-
이런 스파이물에 살짝 질렸다면 애플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슬로우 호시스가 제격일듯.
(애플의 오리지널이지만 티빙이 최근에 애플과 제휴를 한 덕분에 티빙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행이죠. 빨리 웨이브까지 합병되어서 더 풍성해지길.. ^^)

슬로우 호시스는 앞서 언급한 스파이물들에 비해 좀 굉장히 많이 매운 맛입니다.
고추의 매운맛이라기보단 후추나 와사비의 매운맛이랄까?
강력하다기보다는 찌릿함이 강한 매운 맛이라고 해야할 것 같네요.
와장창 내지르는 거대한 전투씬도, 세계를 지배하거나 인류를 멸망시킬 거대한 음모도 없습니다.
심지어 냉전 시대처럼 치열하게 적국의 정보를 얻어내거나, 요인을 암살하기 위한 짜릿한 잠입 작전 같은 것도 없습니다.
슬로우 호시스의 핵심은 MI5 같은 초법적인 권력을 가진 비밀첩보국이 얼마나 뒤틀려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래서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은 적국의 공격에서 살아남기보다는 치부를 묻어버리려는 MI5 본부의 공격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칠 때가 더 많습니다.
슬로우 호시스(Slow Horses), MI5에 몸담았지만 느린 말들처럼 당장의 경주에는 쓸모가 없다가 판단된 사람들 중에 슬라우 하우스로 보내진 무리들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슬라우 하우스에는 한 때 전설의 스파이였지만 지금은 뚱뚱하고, 더럽고, 히스테리컬해진 잭슨 램(이 사람이 게리 올드먼이라니... 아무리 분장이지만 세월의 힘이 없었다면 무리였겠죠. ㅠ.ㅠ)이 버티고 있습니다.
슬라우 하수으로 보내진 새로운 느린 말에게 빨리 제발로 걸어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는게 첫인사인 사람이죠.

그리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동료의 배신으로 본부에서 쫓겨난 리버 카트라이더가 등장하면서 슬라우 하우스는 끝없이 소동에 휘말립니다.
좌천된 것이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리버가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밝혀내는 진실은 꼭 소위 윗분들의 치부로 이어지면서 슬로우 호시스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거죠.
이런 흐름은 조금씩 양상이 다르긴 하지만 시즌1~4까지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리버 카트라이더로 인해 발생한 큰 사고를 잭슨 램이 수습하는 방식이죠.
두 사람을 중심을 전개되는 이야기의 빈틈을 매꾸기 위해 슬라우 하우스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매운 맛들입니다.

매운 맛의 방향이 조금씩 다르니까, 청량고추, 후추, 와사비, 생강, 겨자 뭐 이런 한상차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달콤한 맛이라든가 이런 건 기대하는 순간 사래들리기 쉬우니 조심해야 할 판.
죽어나간 머릿수를 보충하기 위해 시즌마다 새로운 동료들이 등장하지만 매운 맛인 건 매한가지죠.
죽으라고 이들을 괴롭히는 본부의 인간들도 순한 맛 같은 놈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ㅎㅎ
여하튼 이런 매운맛의 향연지만 아주 맛있게 잘 요리했기 때문에 취향애 잘 맞으면 모든 시즌을 정주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물론 매운맛이니만큼 후불호가 가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런 매운 맛이 제대로 살아있게 해주는 원로(?) 배우들(잭슨 램, 데이비드 카트라이더, 캐서린 스탠디시 등의 역할을 맡은-)의 정말 출중한 연기력이 있어서 영드 특유의 우울한 느낌이랄까? 조금 느린 전개 같은 것들이 살짝 걸렸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권할 수 있을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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