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요재지이(聊齋志異)

요재지이 - 한생을 대접한 도사

강인태 2022. 12. 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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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생은 친구 사귀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한생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나누던 어느날,

한 도사가 집 앞에 찾아와 탁발을 했다.

하인이 돈과 곡식을 내주었건만 도사는 그것을 받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목탁만 두들겼다.

하인에게 이 말을 들은 한생은 도사를 안으로 모시라고 했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사는 이미 술판이 벌어진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리 앉으시지요."

 

한생이 합석을 권하자 자리에 앉은 도사 왈,

 

"이곳으로 와 친구를 사귀지 못했는데, 거사껫는 매우 호탕해 보이시나 몇잔 얻어마실까 합니다."

 

도사는 권하는 술과 음식을 마다않고 실컷 먹고 나서 떠났는데,

이날 이후로 한생의 집에서 술판이 벌어질 때마다 찾아와 얻어먹었다.

한생은 이 거지 근성이 투철한 도사에게 살짝 짜증이 나서 한 마디 던졌다.

 

"도사께서는 이곳에 와서 허구헌날 손님 대접만 받으시는군요.

언제 한번 주인 노릇도 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는 어깨 위에 얻어먹을 줄만 아는 주둥이를 하나 얹고 다닐 뿐입니다.

그래도 한번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부터 하고 있었는데,

내일 두분(한생과 그의 친구 서씨)께서 저희 집에 오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다음날 도사가 머물던 곳을 찾은 한생은 그곳이 워낙 낡은 사당이라 별 기대없었는데,

와서보니 건물이 마치 새 것처럼 단장되어있어 놀랐다.

 

"오랫동안 이 곳에 오지 않았더니 이렇게 달라졌군요."

 

"새로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차려진 음식 또한 화려하기 짝이 없어 연신 감탄을 내뱉는데, 도사는 심부름하던 동복에게 일렀다.

 

"가서 석가네 자매를 불러오너라."

 

그러자 잠시 후 두 미인이 나타났고, 그들은 춤 추고 노래하며 술자리를 달궜다.

노래와 춤이 끝나자 도사는 방 한켠에 있는 침대에 누워 한 여자는 같이 눕히고, 

더 어려보이는 여자에게는 자신의 가려운데를 긁게 했다.

그 모습을 본 한생은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데, 옆에 있던 서씨가 먼저 고함을 질렀다.

 

"이보시오, 도사 양반. 너무 무례하지 않소."

 

그러자 도사는 냉큼 일어나 달아나버렸는데, 서씨와 한생은 두 여자를 하나씩 껴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잠이 깨고 보니 한생은 기다란 돌을 껴안고 섬돌 아래 누워 있었고,

서씨는 똥이 묻은 돌을 베고 누워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잡초가 무성한 마당에 쓰러져가는 두 칸짜리 집이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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