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요재지이(聊齋志異)

[요재지이] 교낭, 삼낭, 그리고 부렴

강인태 2022. 12. 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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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 지방에 부렴이라는 영리한 청년이 살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생식기가 자라지 않았다.

열일곱이 되었건만 그의 거시기는 겨우 누에고치 수준.

동네방네 소문은 날대로 난 터라 이대로라면 장가를 가기는 어렵게 생겼다.

 

하염없이 글 공부나 열심히 하던 부렴은 어느날 선생님이 출타하며 숙제를 잔뜩 내줬건만 숙제는 나 몰라라라 하고, 때마침 대문 밖에 놀러온 원숭이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선생님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불호령이 무서워진 부렴.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아무도 내가 고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동네로 가버리자.'

 

그렇게 가출한 부렴이 하염없이 길을 가는데-

시녀와 함께 걸어가는 소복 입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 이야기가 다 그렇듯 여자는 아름다웠고, 부렴은 한눈에 반해버렸다.

빠른 걸음으로 바짝 따라붙으니 여자가 시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도령에게 경주 가는 길을 여쭤봐 줄래?"

 

부렴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여자가 대답했다.

 

"혹 경주에 가시는 길이라면 편지 한통을 전해주십사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그곳은 제 고향이고 노모가 계시니 나름 괜찮은 대접을 해드릴 것입니다."

 

어차피 아무런 계획도 없이 가출한 부렴은 흔쾌히 여자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어머님 성함이?"

 

"성은 화씨고, 진녀촌이란 곳에 삽니다. 경주 북쪽으로 삼사리 떨어져 있답니다."

 

이윽고 경주에 도착한 부렴.

 

"진녀촌이란 곳을 아시오?"

 

하지만 경주 사람 누구하나 진녀촌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여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봤지만 길은 애매하고, 무성한 잡초들이 시야를 가릴 뿐이었다.

결국 해가 저물자 부렴은 근처에 있는 무덤 옆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는데-

짐승들의 습격이 무서웠던 그는 나무 위에 올라가서 버텼는데,

바람 소리, 짐승 소리 등등에 후회막심.

 

그러던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소리에 이끌려 돌아보니 한 미인이 두 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분명 무덤가였는데 어느새 대가집 정원으로 돌변한 상황에 놀란 부렴은 숨소리조차 삼켰지만, 아뿔싸 시녀 하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무 위에 사람이 있어요!!"

 

"어떤 놈이 남의 집에 숨어들어 사람을 훔쳐보느냐?"

 

부렴은 어쩔 수 없이 나무에서 내려와 용서를 구했는데,

그 모습을 본 여자는 오히려 다정하게 일으켜주었다.

 

"어디로 가시던 참인가요?"

 

"다른 분의 부탁으로 편지를 전해주러 가던 길입니다."

 

"이곳은 노숙을 하기엔 위험하니 저희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세요."

 

어떨결에 집안으로 안내된 부렴.

여자는 과감하게도 동침을 권했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이 노출될 걸 걱정한 부렴은 "그냥 의자에서 자겠습니다."며 사양했다.

 

"귀한 손님을 어찌 그리 대접한단 말입니까?

그냥 자리에 편히 드시지요."

 

그렇게 여자와 동침하게 된 부렴은 잔뜩 긴장해 있는데,

아니니 다를까 여자의 손이 그의 가슴과 배를 지나 그곳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무리 더듬어도 남자의 그것을 잡지 못한 여자는 그대로 잠자리를 빠져나가더니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저 남자는 깨워서 보내버려라."

 

부렴은 부끄러움에 어쩔줄 몰라했는데 그때 시녀의 소리가 들려왔다.

 

"화고께서 오셨습니다."

 

상황을 본 화고가 어찌된 일인지 묻자 시녀가 대답하길.

 

"간밤에 젊은이가 왔기에 함께 잤습니다."

 

"교낭이 화촉을 밝힐 줄은 미처몰랐구나."

 

하지만 교낭이 울고 있는 것을 본 화고가 물었다.

 

"왜 그러느냐? 신랑이 난폭하게 굴기라도 한 게냐?"

 

교낭이 대답하지 못하자 화고는 다짜고자 부렴의 소매를 잡아 끌었는데, 그 통에 그의 옷자락에서 편지가 떨어졌다.

 

"이건 내 딸 삼낭의 글씨인데?"

 

부렴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화고가 말했다.

 

"먼길 수고했네. 이 은혜에 보답해야 할 텐데- 교낭아 너는 왜 울고만 있느냐?"

 

"살아서 환관에게 시집갔는데, 죽어서도 고자를 만났으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습니까?"

 

화고는 부렴의 상태를 살피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뿌리는 있으니 손을 쓸 수 있겠다."

 

그리고 화고는 요상한 환약을 주며 부렴에게 삼키라 했고, 부렴은 어쩔 수 없이 정체불명의 약을 먹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랫배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리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불끈불끈, 뻣뻣-

 

여하튼 편지를 통해 딸(삼낭)이 남편을 잃고 홀몸이 되었다는 걸 안 화고는 딸을 불러들였다.

그렇게 두 딸과 부렴까지 모이자 술판이 벌어졌는데, 교낭이 슬쩍 농담을 던졌다.

 

"고자도 예쁜 여자를 보면 마음이 동하나요?"

 

"절름발이도 신발은 챙기는 법이지요."

 

부렴의 대답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갔는데, 교낭은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

먼저 자러 간 부렴을 따라 가라고 삼낭의 등을 떠민 것.

삼낭이 부끄러워하자-

 

"저 사람은 껍데기만 남자지 사실 여자나 다름없어.

그러니 무서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단다."

 

하지만 부렴은 화고가 준 약을 먹고 이미 무기를 갖춘 상태.

동침하게 된 삼낭에게 제대로 신무기의 맛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평생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맛보았다.

여유가 생긴 부렴은 그제야 그들의 정체를 물어보았는데-

 

"교낭은 귀신입니다.

팔자가 사나웠지요.

시집간 남편이 고자였으니-

그리고 저는 귀신은 아니고 여우입니다.

교낭은 남편 없이 혼자 살기에 저희 모녀가 그녀의 집에 얹혀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삼낭과 꿈같은 나날이 이어졌는데, 그럼에도 부렴은 교낭에 대한 욕정이 생겨났다.

어느날 화고와 삼낭이 외출하자 교낭이 또 장난질을 쳐왔다.

 

"이렇게 귀여운 사람에게 그게 없다니- 쯔쯔-" 하며 교낭은 부렴의 주요 부위를 손으로 틀어쥐었는데, 아뿔싸 손 안 가득히 물건이 잡혔다.

 

"이게 뭐야?"

 

"그땐 낯선 탓에 부끄러웠을 뿐이오."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뭔가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고,

화고는 생각 끝에 부렴에게 말했다.

 

"얼른 부모님께 돌아가 백년대사를 빨리 확정짓게나."

 

고향에 돌아온 부렴이 부모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자 부모는 믿지 못했다.

 

"네가 고자라 맘 고생이 많구나.

그래서 헛것을 보고 만게야."

 

생각 끝에 부렴은 집의 하녀에게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과시했고, 

일부러 정사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그제야 부렴의 말을 믿은 부모는 삼낭과 교낭을 데리고 오라며 하인 둘을 보냈다.

하지만 하인들과 온 것은 삼낭과 화고 뿐이었는데-

 

"어찌 된 일입니까?"

"교낭은 죽어버렸다네. 이미 북녘땅에 다시 태어났어."

 

삼낭과 신혼을 보내면서도 교낭을 잊지 못한 부렴은 경주에서 온 사람에게 소식을 물었다.

 

"이상하게 그 무덤가에서 여자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답니다."

이상하게 여긴 부렴이 삼낭에게 물으니 삼낭이 울며 대답했다.

 

"사실은 어머니와 저는 교낭 몰래 온 것입니다.

그녀는 당신이 자기를 찾는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부렴은 즉시 경주로 가서 그 무덤가를 찾았는데-

그가 도착하자 무덤에서 교낭이 기어나왔는데, 아기를 품에 안은 채였다.

 

"이 아이는 당신이 뿌린 업보야.

벌써 태어난 지 석달이나 됐다고."

 

부렴은 교낭와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데려왔고, 

두 아내와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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