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은 의협심이 강하고 무술 실력이 뛰어났는데,
하루는 하인이 갑자기 돌림병에 걸려 위독해졌다.
하인을 걱정한 우공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하인의 안위를 물으려 했는데,
"하인의 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신 겁니까?"
하며 점쟁이가 먼저 물어왔다.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우공을 향해 점쟁이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했다.
"하인은 괜찮겠지만 당신이 문제입니다.
삼일 뒤에 죽을 운명이군요."
신묘했던 점쟁이라 우공은 더 깜짝 놀랐는데,
그 기색을 살핀 점쟁이가 덧붙였다.
"열 냥만 주시면 액땜을 해드리겠습니다."
점쟁이의 말에 우공은 곰곰히 생각했다.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이 정한 것인데,
점쟁이의 술법 따위로 면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면한다고 하더라도 더 큰 문제가 닥칠 것만 같았다.
"필요없소이다."
"열냥이 아까워 목숨을 버리다니.
후회하지 마십시요."
결국 사흘이 지난 밤 우공은 정좌하여 죽음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죽음이 찾아오질 않자 그냥 잠이나 자려고 누우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창문 밖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창문을 난장이가 창을 메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우공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칼로 난장이를 베었더니,
난장이는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등불을 가져와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 모양의 종이가 두 동강이 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다시 정좌를 하고 죽음을 기다리니 이번에는 흉악하게 생긴 괴물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우공은 이번에도 재빨리 괴물을 내리쳤는데,
이놈은 두 동강이 나고서도 꿈틀꿈틀 살아있었다.
우공은 쓰러진 놈을 수 차례 칼로 내리쳤는데,
칼이 놈의 몸에 닿는 느낌이 하도 이상해 자세히 살펴보니
이번에는 흙인형이 부숴져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우공은 아예 창문 바로 아래로 자리를 옮겨 자리를 지켰느데,
이번엔 소 만큼이나 큰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의 고함에 집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자
우공은 집 밖으로 뛰쳐나가 괴물을 맞이했다.
시커먼 괴물은 활까지 들고 있었는데,
우공이 마당으로 나오자마자 화살이 날아왔다.
가까스로 날아오는 화살을 칼로 쳐내자,
괴물은 두 번째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도 우공은 옆으로 날아오르며 피했는데,
그것을 본 괴물은 칼을 빼들고 우공에게 덤벼들었다.
우공은 괴물이 휘두르는 칼을 피하며 놈의 복숭아뼈 언저리를 내리쳤는데,
이번에도 칼은 요상한 느낌으로 부딪히며 쇳소리를 냈다.
괴물이 연신 휘도르는 칼날을 피하며 우공이 다시 괴물의 겨드랑이 밑을 내리치자,
또다시 쇳소리가 나더니 괴물이 쓰러졌다.
자세히 살피니 이번에는 커다란 나무 인형이었다.
더 이상 괴물이 나타나질 않자 우공은 종이 인형과 흙인형, 나무 인형을 자세히 살피고는 깨달았다.
"이것들은 모두 점쟁이가 나를 해하려고 보낸 것이로구나."
결국 날이 밝은 뒤 점쟁이를 찾아간 우공은 그를 관아에 고발했고,
점쟁이는 그대로 사형에 쳐해졌다.
(예언을 하고, 그것을 현실화 시키려는 시도들은
현대에 와서 수많은 스릴러와 공포물에서 차용됐죠.
살인 예언이나, 종말론이니 하는 변형된 형태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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