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화) 이야기

[밀리의 서재 책 추천] 철서의 우리 - 교고쿠 나츠히코

강인태 2022. 12. 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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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서의 우리?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목만 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하지만 일단 '우부메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에서 보여준 작가의 역량을 믿고 시작해봤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이 마음과 뇌, 기억과 인식, 의식과 무의식 등에 대한 나름의 깊이 있는 고찰이라는 메시지를 엽기적인 가족사라는 미스테리에 담았고,

망량의 상자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강박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메시지를 역시나 엽기적인 가족사에 담았다면,

'철서의 우리'는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좀 더 어렵고 애매한 주제를 폐쇄적인 사찰의 역사에 담았습니다.

 

제목의 우리는 'we'가 아니고 ' cage', 즉 돼지우리의 그 우리입니다.

무언가를 가둬둔 경계죠.

그것이 물리적인 경계든, 정신적인 경계든-

 

그렇잖아도 어려운 불교의 교리, 그중에서도 더욱 심오하다는 선종의 교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엄청 지루하거나, "아 뭐래?"라며 짜증섞인 한 마디와 함께 책을 덮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명, 또 한 명.

뭔가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죽어나가는 사건의 전개와 그것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반응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작가(교고쿠 나츠히코)의 솜씨는 여전합니다.

살짝 마음을 비우고 읽다보면 상/중/하 3권으로 엮인 제법 긴 이야기가 순식간에 지나가죠.

 

승려가 30명도 넘는 대사찰.

그런데 불교계 관계자들조차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하는 묘한 존재.

전혀 관계 없을 것만 같은 13년 전의 주택 화재.

이것들이 일본의 한 승려(죽어서 철서-쥐-로 화한 라이고)에 대한 민담? 전설?과 엮이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물론? 이번 이야기도 다분히 엽기적인 가족사와 확률이 낮은 우연이 등장하긴 합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미스테리 추리물에서는 어쩔 수 없는 요소일지도-

당연히 이 엽기적인 사건을 쓸데없이 관여해서 해결해나가는 건 교고쿠도, 세키구치, 아츠코, 에노키즈 등등이지만,

'철서의 우리'에서 제가 제일 흥미롭게 봤던 캐릭터는 구온지 노인(우부메의 여름에서 만신창이가 된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그런 엄청난 가족사를 겪은 엘리트였던 노인이 어떤 자세로 이 산중의 폭풍우를 대하는지, 어떤 개똥철학을 토해내는지-

 

여튼 이 이야기도 밀리의 서재 정기구독을 이미 하는 분들에게는 강력추천할만 합니다.

따로 책을 사서 읽어야하는 경우라면 반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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