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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우르마이 고오혼을 구출하는 게세르

강인태 2022. 12. 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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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블린 칸에게 잡혀간 아내, 우르마이 고오혼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게세르는 샤라블린 지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가 하탄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은 이미 샤라블린 지역에까지 퍼진 터라,
칸들은 샤라블린으로 들오오는 길목마다 군사들을 매복시키고,
계곡마다 거대한 코끼리를 배치했다.

일주일 동안 말을 달려 샤라블린 지역에 도착한 게세르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벽처럼 서있는 산이었다. 
산의 토굴에는 병사들이 우글거렸고, 
길목에는 나무를 쌓은 제단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는 통닭 신세가 되기 딱 좋은 상황.

게세르는 말에서 내려 말을 부싯돌로 변신시켜 주머니에 넣고,
자신은 늙고 지친 순례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의 모습에 샤라블린의 군사들은 눈길조차 오래 주질 않았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샤라블린으로 잠입한 게세르는 아낙네들이 많이 모이는 우물가에 가 드러누웠다.
물을 길러 온 여자들은 거지행색으로 누워 있는 게세르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그의 손을 밟아버렸다.
게세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름다운 아가씨, 그렇잖아도 말라비틀어진 이 손이 가루가 된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그럼 몇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
"물을 길어다 어디로 가져가시나요?"
"창고로 가져갑니다."
"창고에는 왜?"
"우리 용사들이 게세르의 아내인 우르마이 고오혼을 데려 왔어요.
사간 게렐과 결혼시키려고...
그런데 이 년이 고분고분하게 굴지 않고, 남편을 거부한 거에요.
그래서 사간 게렐은 그 년을 창고에 가둬버렸어요.
하지만 그 미모가 시들면 안되니 우리가 물을 날라서 씼기고, 치장도 해주고 그러는 겁니다."

게세르는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똑같은 짓을 반복했고,
우르마이 고오혼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옹졸한 놈 같으니라고...)
결국 게세르는 여자들의 물통에 몰래 자신의 반지를 넣었고,
그것을 보 우르마이 고오혼은 곧 남편이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믿으며 남몰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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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모습으로 우르마이 고오혼의 소식을 알아낸 게세르는 이번엔 어린 소년으로 변신했다.

그리곤 사간 게렐의 집으로 찾아가 목청껏 울어댔다.

당시 샤라블린에는 길을 잃고 버리진 아이가 자기 집으로 찾아오면 그 집 식구로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었다.

(참 착한 전통이죠... 이야기를 계속 접하다 보면 샤라블린 칸이 정말 사악한 존재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쪽 백성들도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 같고..., 이런 착한 전통까지... 오히려 게세르가 상당히 악동스럽기도 하고, 제멋대로 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은데 말이죠..)

여하튼 그렇게 해서 사간 게렐의 양자가 된 게세르는 올조보이(Olzoboi)라는 이름을 받았고,

새 아들이 생긴 것을 축하하기 위해 사간 게렐는 샤라블린의 모든 백성들을 초대해

고기와 아르히를 대접했다.

아르히를 마시고 좌중에 취기가 돌자,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 활로 말할 것 같으면 하늘 용사들을 모조리 무찌른 마법의 무기야.

소문에는 게세르가 하늘 용사들을 도로 살려냈다는데,

아직 우리한테 쳐들어오지 않을 걸 보면 모두 다 이 활에 겁먹은 게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나 정도되니까 이 활을 다루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들지도 못할 만큼 무거워."

그러자 올조보이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그럼 제가 들어볼게요."

어린 아이의 객기에 좌중에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이런 건 부추기고 보는게 군중 심리인 법.

"한 번 들어보게 해요. 혹시 알아요?"

결국 올조보이는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에게서 활을 넘겨받더니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러곤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는데,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활시위는 너무도 쉽게 당겨지더니 어느새 끊어질 지경이 됐다.

그러자 좌중에는 올조보이를 응원하는 소리와 활을 걱정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더 당겨!"

"그러다 끊어지겠어."

"끊어지면 뭐 어때!"

결국 올조보이가 한번 더 힘을 쓰자 활시위가 끊어지며 활도 두 동강이 나버렸다.

화가 나고 부끄러워진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은 올조보이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조그만 아이와 덩치 큰 어른의 씨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이 아무리 힘을 써도

올조보이의 발은 땅에 뿌리박은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슬쩍 비열한 미소를 지은 올조보이가 팔을 뻗어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을 들어올리더니 땅에 내팽게쳐버렸다.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은 부끄러움에 얼른 자리를 피했고,

자신의 양아들이 힘이 장사라는 걸 안 사간 게렐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메넬라오스의 아내이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헬레나를 파리스가 데리고 가면서 벌어진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랑 이야기 구조가 꽤나 닮아 있죠. 신화의 이야기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나 봅니다.)

 

게세르가 그의 용사들과 함께 샤라블린으로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샤라블린 칸들은 얼른 군대를 소집했다.

그리고 양아들이된 괴력의 올조보이에게 그 군대를 이끌고 게세르에게 맞서게했다.

올조보이는 군대를 이끌고 샤라블린의 궁전에서 멀어지자,

아바이 게세르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자신이 이끌던 군사들의 뒤통수를 쳤다.

급습을 당한 군사들은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다시 올조보이로 변신한 게세르는 샤라블린의 궁전으로 돌아가 보고했다.

"적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칸들은 아끼든 신궁 부대를 올조보이에게 내어주며 다시 전장으로 향하게 했다.

게세르는 똑같은 방법으로 신궁 부대를 섬멸한 다음 다시 궁으로 돌아가 보고했다.

"이번에도 모두 몰살 당했습니다."

샤라블린 칸들은 전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지만,

주요 병력을 모두 잃은 터라 도리가 없었다.

병사들을 새로 모집했지만, 이번엔 모두 힘없는 노인들과 아이들이었다.

올조보이는 또 한번 오합지졸들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게세르의 모습으로 변해 노인들과 아이들을 학살했다.

(아무리 봐도 게세르가 진짜 제대로 된 영웅인지 의심이 드는군요. ㅠ.ㅠ)

또다시 군대를 잃은 샤라블린 칸들은 이번엔 사르갈 노욘을 죽였던

마니야라이 사간의 동생을 올조보이와 함께 출전시켰다.

올조보이는 마니야라이의 동생에게 말했다.

"저보다 연장자시니 앞서 가시면 제가 뒤따르겠습니다."

마니야라이의 동생이 앞서가자 올조보이는 게세르로 돌아와

그의 뒤통수에 바위를 집어던졌다.

이렇게 샤라블린의 싸움이 가능한 존재들의 씨를 말린 게세르는

자신의 용사들을 이끌고 샤라블린 지역을 유린했다.

그러자 샤라블린 칸들은 즉시 항복을 선언하고 목숨을 구걸했다.

게세르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당신들을 해칠 생각도 없고, 샤라블린 지역을 유린할 이유도 없소."

(이미 다 죽여놓고 무슨 말인지...ㅠ.ㅠ)

하지만 게세르의 행동은 말과 달랐다.

채찍을 꺼낸 게세르는 엎드려 있는 칸들을 향해 휘둘렀다.

옷이 찢어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걸 본 게세르는 단컴을 꺼내 칸들의 불룩한 배에 붙은 뱃살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칸들의 덩치가 원래의 1/3로 줄어든 다음에야 게세르는 칼질을 멈췄다.

"앞으로 영원히 이웃 간에 불화를 만들지 말라.

영원히 전쟁도 하지 말라.

설령 그것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도 금지 하노라."

단단히 약조를 받은 게세르는 우르마이 고오혼을 구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세 아내,

알마 메르겐, 우르마이 고오혼, 야르갈란의 집에서 열흘 씩 성대한 잔치를 벌인 뒤,

자신의 집으로 세 아내를 불러 서로 싸우지 말 것을 당부한 다음

세 아내 모두와 함께 뜨거운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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