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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하라 소톤을 벌하는 게세르

강인태 2022. 11. 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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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의 손 그림자로 숨어 있던 하라 소톤은 
그가 세차게 손을 흔들자 결국 마당에 내동댕이쳐졌다.
하라 소톤을 뿌리친 게세르의 힘이 너무나 강했던 탓에 
하라 소톤은 사지를 부르르 떨더니 결국 팔다리가 축 늘어져버렸다.
그러자 하늘 용사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하라 소톤의 얼굴에 침을 뱉고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게세르는 그래도 작은 아버지인 하라 소톤을 대접하는 뜻에서 그의 시신을 화장하고 장례를 치뤄주려고 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죽은 줄만 알았던 하라 소톤은 오른쪽 눈을 살짝 뜨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걸 본 게세르는 모른 척 혼잣말을 했다.

"죽은 자가 눈을 감지 못하면 후손들에게 큰 재앙이 내릴 수 있다.
그러니 눈을 감겨드려야겠어."

게세르는 뜨거운 아궁에서 뜨거운 재를 한 웅큼 하라 소톤의 눈에 부렸다.
하라 소톤은 눈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참으며 눈을 꼭 감을 수밖에 없었다.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오른 손을 꽉 쥐어버렸다.
그걸 본 게세르가 다시 중얼거렸다.

"손을 쥔 채 돌아가시는 것도 후손에게 좋을 일이 없지.
힘줄을 끊어 손이 펴지게 해야겠군."

게세르가 하라 소톤의 손에서 힘줄을 두 개 끊어버리자 그의 손은 맥없이 풀리며 펴졌다.
그러자 이번엔 고통에 오른 다리를 구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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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리도 구부려졌네. 후손에게 좋을 일이 없으니 펴드려야겠군."

게세르는 그의 다리 힘줄마저 끊어버렸다.
그러지 하라 소톤의 몸은 그야말로 시체처럼 축 늘어졌다.

재단에 불을 붙인 게세르는 하라 소톤의 몸을 들어 불 속에 집어던졌다.
자신의 몸이 타 들어가는 걸 참을 수 없었던 하라 소톤은 소리를 지르며 불이 붙은 재단에서 뛰어내렸다.

"앗, 뜨거. 천하의 하라 소톤에 불에 타죽겠네."
"이런 죽은 자는 곱게 저승으로 가야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후손에게 재앙이 내립니다."

게세르는 하라 소톤을 제압해 다시 불 속으로 집어던졌다.

"나 좀 살려주게."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하늘의 뜻입니다.
거스려려 하지 마십시요."

게세르는 다시 불밖으로 뛰어내린 하라 소톤을 제압해 불 속으로 던져버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라 소톤은 얼굴과 두 손에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불길 밖으로 기어나왔다.
그는 게세르의 옷자락을 쥐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제야 게세르는 하라 소톤이 살아 있음을 인정하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저를, 이웃을, 모든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시겠습니까?"

"약속 하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게."

이렇게 하라 소톤은 손과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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