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세르 신화] 부활한 하늘 용사들과 도망다니는 하라 소톤

정신을 차린 게세르는 하늘 용사들이 죽어 있는 언덕을 찾았다.
서른 명의 용사들은 모두 목숨을 잃은 채 돌덩이로 변해 있었다.
이 광경을 본 게세르의 눈에서는 한없는 눈물이 흘렀고,
오른쪽 눈에서 흐른 눈물은 바이칼 호수를 만들고,
왼쪽 눈에서 흐른 눈물은 레나 강을 만들었다.
그 눈물이 용사들이 변해 있는 돌덩이를 적셨지만,
돌덩이에 다시 생명이 깃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세르는 돌덩이를 두 손으로 붙잡고 주문을 외웠다.

"용사들이 마법에서 풀려나 곰으로라도 변하게 해주십시요.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하늘이 나를 버린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게세르의 친부인 센겔렌 칸은 그 옆에서 신성한 풀을 따와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풀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돌덩이들을 감싸자 드디어 돌덩이들은 곰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곰으로 생명을 얻은 용사들은 조금 지나자 어느새 원래의 전사의 모습을 되찾았다.
서른 명의 하늘 용사들이 본래의 모습을 찾자,
그들에게서 활을 배운 삼백명의 신궁들 역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이어서 신궁들에게 활을 배운 삼천 명의 정예 궁병들도 모습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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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군대를 이룬 하늘 용사들은 당장 샤라블린 칸들에게 복수를 하러 가자고 울부짖었지만,
게세르는 그들이 일단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만류하고 음식을 내주었다.

실컷 배불리 먹은 하늘 용사들은 당장 배신자인 하라 소톤을 찾아내어 처단하자구 주장했다.
하지만 게세르는 이번에도 그들을 만류했다.
죽이기 보다는 뉘우치고 반성하게 만드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분노에 가득찬 하늘 용사들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하라 소톤을 추적했다.

미처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한 하라 소톤은 용사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게세르의 궁전으로 숨어들어 쥐로, 선반위의 먼지로, 급기야 겉옷에 붙은 비단실로 변해가며 구차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을을 샅샅이 뒤져도 하라 소톤을 발견하지 못한 용사들은 결국 게세르의 궁전으로 들이닥쳤다.

"아무래도 하라 소톤이 이곳에 숨어든 것 같습니다.
숨기고 있다면 당장 내놓으십시요.
아무리 게세르님이라 하더라도 배신자를 숨기신다면 우리도 참지 않겠습니다. "

그러자 게세르가 말했다.

"나는 그를 숨긴적이 없네. 어쩌면 그가 몰래 들어와 내 손의 그림자로 변해서 숨어버린 걸지도 모르지."

그러면서 게세르가 팔을 흔들자 의 팔이 만든 그림자 속에서 하라 소톤이 언뜻언뜻 보였다.

"어이쿠, 내 팔을 잘라 버리면 되겠군. 어서 하게."

게세르의 말에 하늘 용사들이 다가가 칼을 휘둘렀지만 감히 그의 팔을 잘라내진 못하고,
그림자가 움직이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