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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하라 소톤의 간계

강인태 2022. 11. 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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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의 진영으로 쳐들어오는 샤라블린 칸의 군사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적들이 쳐들온다는 소식을 들은 사르갈 노욘은 언덕에 올라 그 군세를 가늠해보고자 했지만, 아무리 팔을 벌리고, 채직에 활까지 동원해봤지만 적들의 규모는 자신이 가늠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 수많은 적들을 겨우 33인의 하늘 용사로 상대해야하다니...

하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하늘 용사 33인의 힘은 적들을 압도했다.
용사들은 한명씩 번갈아가며 전장에 나섰고,
모두들 순식간에 적들을 천명씩 제압해버렸다.
노장인 사르갈 노욘은 한술 더 떠 순식간의 2000명의 적들을 제압했다.
첫날 하루에만 3만 오천의 적을 해치운 이들은 다음 날도 최선을 다하기로 기합을 다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라 소톤이 문제였다.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르갈 노욘이 적들을 쉽게 해치우는 것을 본 하라 소톤은
자신도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행실을 아는 사르갈 노욘은 절대 안된다며 만류했지만, 
하늘 용사들은 손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게 났다며 그의 참전을 찬성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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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하라 소톤은 의기양양하게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진 적들의 규모와 하나같이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적 병사들의 모습은 하라 소톤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겁에 질린 하라 소톤이었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적진에 몰래 잠입해 말 열 마리를 훔쳐 달아나던 하라 소톤은 결국 적의 손에 붙잡혀버렸다.
죽음으로 내몰린 하라 소톤은 간교한 혀를 놀렸다.

"저를 죽이기 전에 제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요.
당신들은 결코 하늘 용사들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애시당초 하늘 용사들은 인간의 피라는 걸 가지고 있질 않습니다.
그러니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어봐야 그들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활로 쏘아도 그들 몸 속에 깃든 영혼을 맞추기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제가 도와드린다면..."

이어진 하라 소톤의 말에 솔깃해진 적장은 하라 소톤을 샤라블린 칸들의 앞으로 끌고갔다.
그러자 하라 소톤의 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 용사들을 쓰러뜨리려면사악한 영혼의 피를 마시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돌아가 하늘 용사들 모두 술에 잔뜩 취하게 만들테니,
그때 공격하십시요.
그러면 목이 마른 하늘 용사들은급히 물을 찾을 것입니다. 
그때 그들이 해치운 병사들의 피가 섞인 물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 모두 잠들어버릴 것입니다."

솔깃해진 샤라블린 칸이 물었다.
"용사들이 네 말을 믿겠느냐?"

"다른 사람은 몰라서 사르갈 노욘은 제 말을 끝까지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돌아가면 병사들에게 무기를 내버려둔 채, 고향을 향해 서서 제자리 걸음을 하게 시키십시요.
그러면 제가 생명의 책을 펴서 확인하라고 할 것입니다.
생명의 책을 통해 적들이 퇴각하는 것을 본다면 아무리 사르갈 노욘이 저를 의심한다해도 하늘 용사들은 제 말을 믿을 것입니다.
그러곤 승리를 축하하는 잔치를 벌리겠지요.
그러면..."

 

결국 말 백필을 끌고 자신의 진영에 돌아온 하라 소톤은 
자신이 샤라블린 칸에게 한 말을 그대로 실천했고,
사르갈 노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늘 용사들은 잔치를 벌이고 술을 잔뜩 퍼마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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