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늑대들을 마구 무찌르며 전진한 게세르는 드디어 아바르가 세겐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적의 강력함을 익히 알고 있던 게세르는 기세 좋게 돌진하기 보다는 책략을 쓰기로 마음 먹는데...
게세르는 우선 주문을 외워 자신의 애마를 부싯돌로 만들어 주머니에 넣은 후,
붉은색 돌을 꺼내 입 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은 후 하늘을 향해 뱉았다.
그러자 붉은색 돌가루는 하나하나 불을 뿜으며 타올랐고,
순식간에 지상은 가마솥처럼 뜨거워졌다. 그야말로 난데없는 폭염이 시작된 것.
게세르는 다시 주문을 외워 자신의 몸을 둘로 나눈 뒨, 발가벗은 어린 소년으로 변신했다.
두 명의 어린 게세르 분신이 어설프게 활을 쏘며 놀고 있노라니,
더위에 못이긴 아바르가 세겐은 집에서 빠져나와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었다.
겨우 열기를 식힌 아바르가 세겐은 물에서 빠져나오다 해변에서 놀고 있는 두 소년을 발견했다.
활 쏘는 솜씨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아바르가 세겐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이제 곧 게세르가, 서른 세명의 하늘 용사와, 삼백 명의 무사, 그리고 삼천 명의 장졸들을 이끌고 나타날 텐데, 그 따위 활솜씨로 도움이 되겠느냐? 내가 한수 가르쳐주마. 거기 서서 내 모자를 겨누고 쏘아보거라."
"그러다 만가트하이님의 눈이나 코에 맞기라도 하며 큰일입니다."
"네 솜씨로는 설사 화살이 눈알에 명중한다 하더라고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니 걱정 말아라."
결국 스스로 표적이 되어준 아바르가 세겐을 향해 게세르가 활시위를 당긴다.
게세르의 모든 힘과 마법, 운명까지 담은 활은 세차게 날아가 아바르가 세겐의 오른쪽 눈을 꿰뚫어버렸고, 놀란 아바르가 세겐은 궁전 안으로 도망쳤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아바르가 세겐을 발견한 야르갈란은 놀라 소리친다.
"이 화살은 한가이의 검은 화살입니다. 그냥은 도저히 뺄 수가 없고, 화살 뒤를 망치로 두드려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고통이 만만찮을 텐데 움직이시기라도 하면 큰 일입니다."
야르갈란의 말을 들은 아바르가 세겐은 마법의 동아줄과 망치를 가져왔다.
마법의 줄로 아바르가 세겐을 꽁꽁 묶은 야르갈란은 망치로 화살을 톡톡 치며,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영혼을 찾았다.
이리저리 머릿속을 움직이던 화살은 드디어 아바르가 세겐의 영혼을 찔렀고,
그의 영혼은 지상에서 소멸되었다.
야르갈란을 만난 게세르는 아바르가 세겐의 영혼이 지상으로 돌아오더라도 그의 육신을 찾지 못하도록 시체를 태워 재를 바람에 흩뿌려버렸다.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은 게세르는 집으로 돌아와 축하 파티를 벌였다.
하지만 이번 여정을 통해 게세르를 혼자 독차지하겠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진 야르갈란은 게세르의 잔에 마법의 물약을 따라주었다.
그걸 받아먹은 게세르는 꼭두각시처럼 야르갈란의 말만 따르는 멍청이가 되어,
낮에는 일한 마리의 젖소를 보살피고, 밤이면 야르갈란의 욕구를 보살피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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