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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아내 야르갈란을 찾아나선 게세르

강인태 2022. 11. 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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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르갈란이 세겐 만가트하이를 만난 뒤로 기운을 차린 게세르는 야르갈란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 희생한 야르갈란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
게세르는 야르갈란을 찾는 여정을 시작하면서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하라 소톤을 찾아간다.

게세르가 온 것을 안 하라 소톤은 놀라서 토끼로 변신하여 나무 바닥 사이의 구멍에 몸을 숨기는데, 
남편의 못난 모습을 본 그의 아내가 게세르에게 일러주었다.

"하라 소톤은 마룻바닥의 계곡에 놀러갔다네."

그러자 집토끼 한 마리가 마룻바닥에서 튀어나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하라 소톤의 아내는 또다시 게세르에게 일렀다. 

"하라 소톤은 침대의 계곡으로 이사를 갔다네."

침대에서 튀어나온 하라 소톤은 아내의 왼쪽 빰을 주먹으로 휘갈기고는 자루 속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아예 자루를 묶어버리고는 막대기로 자루를 두들기며 게세르에게 일렀다.

"하라 소톤은 자루의 계곡으로 놀러갔다네."

게세르는 자루를 넘겨 받아 그것을 깔고 앉은 다음 큰어머니인 하라 소톤의 아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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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이상하게도 자루가 자꾸 꿈틀거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손을 좀 봐줘야겠군요."

게세르는 칼을 칼집에 넣은 채 자루 속으로 푹 찔러넣었다.
옆구리를 찍힌 하라 소톤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게세르가 자루의 입구를 열자 하라 소톤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자루를 빠져나오는데...

"큰 아버지, 여기 계셨습니까? 몰랐네요.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결국 게세르르는 하라 소톤에게 야르갈란을 찾으러 가는 여정에 동참하기를 권했고, 하라 소톤은 그 권고를 받아들였다.

길을 떠난 두 사람은 저녁 무렵이 되자 뱃속이 출출해졌다.
앞서 가던 게세르는 죽어서 썩어가는 까치에 마법을 부려 먹음직한 사슴으로 만든 후 모른 척 길을 계속 갔다. 
그러자 뒤에서 오던 하라 소톤이 소리쳤다.

"이것 좀 보게. 내가 사슴을 잡았네."

되돌아온 게세르가 사슴 고기를 나누어먹기를 청하자, 하라 소톤은 어이없는 말을 내뱉는다.

"넌 너무 어려. 아직 어른 이랑 한 밥상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지. 저리 가거라."

게세르는 얼른 하라 소톤의 시야에서 사라져 사슴을 두 마리 잡아 배를 채웠다.
썩은 까치 고기를 사슴 고기라고 착각한 하라 소톤 역시 썩은 고기로 배를 채우고 잤다.

다음 날이 되자 게세르와 하라 소톤은 전날과 똑같이 썩은 까치와 사슴고기로 배를 채웠다.
이틀 연속 썩은 까치를 사슴으로 알고 배불리 먹은 하라 소톤이 결국 배탈이 나버린 건 당연지사.

그리고 사흘 째, 하라 소톤은 또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나흘 째도...

결국 심하게 탈이 난 하라 소톤 때문에 여정이 늦어지자, 게세르가 말했다.

"큰아버지, 너무 많이 쉬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모쪼록 고기 욕심을 너무 많이 내지 마세요."

다시 길을 가던 게세르는 이번엔 큰 바위를 야르갈란이 즐겨 쓰던 모자로 바꾸어버리고는 모른 척 길을 갔다. 뒤늦 게 모자를 발견한 하라 소톤이 게세르에게 소리쳤다.

"이것 봐. 야르갈란의 모자야. 내가 찾았으니 내가 직접 돌려주겠어. 여자에게 모자를 먼저 찾아주는 사람이 그 여자의 남편이 되는 게 우리 종족의 법도라는 건 너도 알겠지?"

그러자 게세르가 대답했다.

"큰아버지는 눈도 좋으십니다. 이제 야르갈란이 가까워진 것 같으니, 큰아버지는 그 모자를 가지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세요. 위험한 일은 조카가 감당하겠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하라 소톤은 좋아라 하며 등짐에 모자를 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라 소톤과 거리가 멀어진 게세르는 모자를 다시 커다란 바위로 되돌리는 주문을 외웠고,
등에 짊어졌던 하라 소톤은 그 바위에 짓눌려 짜부가 되어버렸다.
아직 명부에 오르질 않아 죽지도 못하고 병신이 된 하라 소톤은 뒤에 목동들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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