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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게세르를 향한 복수를 준비하는 샤라블린 칸

강인태 2022. 11. 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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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가 바보처럼 소 떼와 야르갈란을 돌보는 사이 사악한 적들은 시시각각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게세르에게 죽임을 당한 뒤 환생한 아타이 울란의 세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샤라블린 지역을 장악하고 칸이 되어 있었다.
첫째인 사간 게렐에게는 그가 타고다니는 밝은 회색빛 말의 갈기와 꼬리털만큼 많은 부하들이 있었고,
둘째인 샤라 게렐은 회색 준마의 털만큼 많은 부하가,
세째인 하라 게렐은 검붉은 적토마의 갈기와 털만큼이나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사간 게렐의 아들 중 에르헤 타이자는 결혼할 나이가 되어 신부감을 찾았지만,
눈에 드는 처자를 발견하지 못한 채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근처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에르헤 타이자는 마법의 까치를 만들어 자신의 신부감을 찾아오게 했다.

온 세상을 돌아다니던 까치가 잠시 나무가지에 쉬고 있자, 샤르갈 노욘(게세르의 양아버지)이 나타나서 까치를 물끄러니 쳐다보았다. 그러길 잠시, 깜짝 놀란 샤르갈 노욘은 큰 소리로 하늘의 용사들을 불러모았다.

"이보시게들. 저 새는 모양새가 이상한 것이 누군가 마법을 부려 보낸 첩자가 틀림없소. 어서 빨리 저 새를 쏘아 떨어트려주시게."

하지만 게세르가 멍청해진 뒤로 나태해져버린 용사들은 보잘 것 없는 새 한마리에 괜한 호들갑이라며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
이꼴을 본 까치는 오래 머무러야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뒤 서둘러 게세르가 지배하는 계곡을 돌아본 뒤, 에르헤 타이자에게 돌아갔다.
에르헤 타이자에게 양의 머리를 대접받은 까치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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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는 소떼나 돌보는 멍청이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땅에는 우르마이 고혼이란 여인이 살고 있는데, 이 여인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전세계 어디서도본 적이 없습니다."

에르헤 타이자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샤라블린의 칸들은 그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몬 게세르가 그 꼴이란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반가운 소식은 믿고 싶기도 한 법.
칸들은 다시 한 번 첩자를 보내 정확히 상황을 파악해보라고 명했다.
에르헤 타이자는 이번엔 마법의 까마귀를 만들었다. 더 크고 튼튼한 놈으로..

그리고 얼마 뒤 까마귀는 앞서 까치와 똑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두번이나 확인했지만 여전히 게세르에 대한 두려움이 남은 칸들은
이번엔 자신들이 직접 마법의 새를 만들어 보내어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탄생한 새가 '간가 자드'였는데, 이 놈은 황소보다도 크고 온몸이 검은색 깃털로 뒤덮여 있었다. 
간가 자드의 날개는 황금 빛이었고, 이 황금 날개를 퍼득이면 아무리 먼 곳도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었다. 
칸들이 대접한 낙타의 머리를 먹어치운 간가자드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하고 수상한 새를 처음 발견한 것은 역시나 샤르갈 노욘이었다. 
그는 다시 용사들을 불러 새를 처치하기를 명했지만,
이번엔 흉폭한 새의 모습에 용사들은 벌벌 떨며 나자빠질 뿐 누구하나 활을 당길 기미조차 없었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알마 메르겐(게세르의 세번째 아내)이 집밖엔 나와보니 
하늘의 용사들이 하나같이 벌벌 떨며 하늘을 날고 있는 간가 자드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 용사에게서 활과 화살을 건네받은 알마 메르겐은 재빨리 활시위를 당겼고,
그것을 본 간가 자드는 서둘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시위를 떠나느 화살이 날카롭게 날아갔지만 간가자드는 이미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이 날아오른 뒤였다.

"분명히 맞았다는 촉감이 있었는데, 용사들을 얼른 정신을 차리고 들판으로 나가서 저 놈이 떨어졌는지 확인해주세요."

하지만 들판을 수색한 용사들은 깃털 몇개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샤라블린으로 돌아온 간가 자드는 아무 말 없이 칸들의 대접을 기다렸다.
양 머리도, 낙타의 머리도, 확소의 머리도 시큰둥하던 간가 자드는 어린 아이의 머리를 대접받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앞서 까치와 까마귀가 고한 것들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건방지게 자신의 공을 내세우며 물세테 달라이에서의 편안한 휴식 3년을 청했던 간가자드는 짜증난 칸들에 의해서 영원한 휴식에 쳐해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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