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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하라 소톤의 질투

강인태 2022. 11. 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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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게세르의 삼촌인 하라 소톤은 번번이 자신의 공을 가로채는 게세르에 대한 질투에 눈이 멀기 시작했다.
울적한 마음에 잔뜩 취해 쓰러진 하라 소톤을 발견한 게세르의 아내 야르갈란은 그를 가엽게 여겨,
잠자리를 봐주고, 아침까지 정성스럽게 차려줬다. 
그러자 하라 소톤은 야르갈란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된다.

"사실은 너와 결혼하려고 먼저 마음 먹은 건 게세르가 아닌 나야. 그러니 너의 운명의 짝은 나지. 그러니 내 아내가 되어 다오."

당연하게도 야르갈란은 시어른의 어이없는 제안을 거절했고, 그걸로 울분이 풀리질 않아 게세르의 용사 중 하나인 부이데 울란에게 일러버렸다.

부이데 울란은 하라 소톤이 죽지 않을 만큼 채찍질을 가했고, 어린 놈에게 얻어맞은 하라 소톤의 원한은 더 깊어지기만 했다.
결국 하라 소톤은 어둠의 마법사들인 알반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증오를 품고 자란 검은 양의 내장을 빼내고 검은 피로 가득 채워 알반들이 살고 있는 황무지로 향했다.
갑작스런 한기를 느낀 하라 소톤은 양을 꺼내 사을 밤낮을 구워, 그 냄새와 연기로 마법사들을 소환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려는 그 순간, 차가운 바람과 함께 아홉 명의 알반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들을 본 하라 소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한다.

 

"신경질적이고 위선적인 야르갈란을 아바르가 세겐 만가트하이(머리가 여러 개인 뱀 정령)에게 보내버려 주십시요."

하라 소톤이 대접한 양고기를 먹어치운 알반은 그에게 양고기의 기름 한덩이를 던져주며 말했다.

 

"이 기름 덩어리를 가져가라.

그리고 야르갈란의 궁전에서 일하는 하녀 하나에게 건내줘라.

더불어 염소의 내장으로 만든 주머니에 염소의 피를 가득 담아 하녀에게 주어라.

그리고 달빛이 없는 밤에 야르갈란이 잠들면 염소의 피를 그녀의 장화에 부으라고 일러라.

그리고 내장으로 만든 주머니는 야르 갈란의 앞치마 왼쪽 옷자락으로 감싸서 걸어놓으라고 해라.

마지막으로 백 마리 송아지를 끌고 젖소들의 젖을 빨게 해서 우유를 없애버려라.

그리고 그걸 보고 대성통곡하라고 히켜라.

그러면 일은 알아서 진행될 것이다."

알반의 지시를 받은 하라 소톤은 서둘러 야르갈란의 궁전으로 돌아와 일을 시킬 하녀를 찾아, 단단히 일렀다. 
그리고 다음날 궁전 사람들은 하녀가 통곡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고 송아지들 백 마리가 우유를 다 먹어 치우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엉엉-"

하지만 하녀가 우는 소리를 들은 야르갈란은 백 마리가 먹는다고 우유가 없어지진 않는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다시 200마리, 무소용.
결국 송아지 300마리에게 젖을  물게 한 다음에야 야르갈란은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르갈란이 얼른 앞치마를 걸치자 그 안에 있던 염소주머니가 떨어졌고,

그녀가 신은 장화에서는 염소의 피가 흘러넘쳤지만,

다급했던 야르갈란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젖소들에게 달려갔다.

그녀가 달려가는 내내 장화에서 피가 넘쳐흘러 작은 개울이 만들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온 계곡을 뒤덮었다.

그리고 피가 뒤덮인 땅에서는 누런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피어오른 안개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게세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결국 잠들어 있던 게세르의 오른쪽 콧구멍으로 빨려들어갔다. 

안개를 흡입한 게세르는 즉시 기침과 함께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혼미한 정신으로 겨우겨우 운명의 책으로 다가간 게세르가 책을 펼치자 그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당장 야르갈란을 세겐 만가트하이에게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저주에 빠져 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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