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신화/게세르 신화

[게세르 신화] 알마 메르겐 - 게세르의 세번째 아내

강인태 2022. 10. 11. 10:10
반응형

게세르는 서른 세명의 용사들과 함께 첫번째 사냥에 나섰지만,

그가 찾는 산과 들, 그 어디에도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출정한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냥감을 발견하지 못하지 게세르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 누군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러던 순간 덤불 속에서 사슴이 한 마리 튀어나왔다.

게세르는 지체없이 사슴을 쫓기 시작했고, 쫓기던 사슴은 순식간에 지치면서 도망치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자신을 따르는 서른 세명의 용사들에게 면을 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게세르는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이 게세르와 사슴 사이에 나타나더니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활을 들어 사슴을 쏘아버렸다.

사슴은 그대로 꼬꾸라지자 그는 사슴을 들쳐없고 말을 달렸다.

당황한 게세르를 뒤로 하며-

 

정신을 차린 게세르는 고함을 지르며 그를 쫓았다.

산을 넘고, 들을 지나고, 바다까지 쫓았지만 그 사람은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머리카락에 서리가 내리기를 여러차례, 이제 지칠 때도 되었건만 두 사람은 몇 년 째 추격을 반복했다.

게세르는 마법을 부려 궂은 날씨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그를 잡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도중 두 사람은 바다에 이르렀고, 이제는 그 낯선 이도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게세르는 또 한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쫓던 사람이 유유히 말을 몰아 바다 가운데로 들어가 버린 것.

 

게세르는 말을 내려 소리쳤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그는 두 손을 땅에 짚고 주문을 외운 뒤 팔을 힘껏 들어올렸다.

그러자 바다 속 세계가 그대로 딸려올라왔고, 게세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다 세계 역시 게세르가 살던 지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과 계곡이 있고 그 사이에 커다란 궁전이 보였다.

게세르가 그 궁전에 들어가자 나이가 지긋한 부부가 앉아 있고, 그 사이에 자신이 쫓던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만 자신이 쫓기 시작할 때는 분명 흑발이었으나 어느새 백발이 되어있었다.

그는 게세르를 보자 옆의 노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저보다 빠르고 힘이 센 자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빨리 달아나도 저 사람은 끝까지 저를 쫓아왔습니다.

더구나 마법까지 부리면서 말이지요.

그에게서 도망치느라 온 힘을 다했더니-

보십시요.

제 머리가 온통 하얗게 세어버렸습니다."

 

"그래, 지상에 있는 인간이라면 그럴 수가 없지.

하지만 여기 앉아 있는 이 용사는 하늘의 신 히르마스 텡그리의 두 번째 아들인 벨리그테가 지상으로 환생한 아바이 게세르가 틀림없다.

일전에 하늘에서 열린 잔치에서 히르마스 텡그리와 나는 그의 아들 벨리그테와 나의 딸 알마 메르겐을 결혼시키기로 약속했다.

그러니 너는 이 사람과 결혼해야할 것이다."

 

그러자 백발의 사람은 눈믈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에게 아들이고자 남장을 하고 말을 타고 무예를 닦았습니다.

아버지 역시 그것을 바라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저에게 시집을 가라니요.

저는 제 삶을 남자 따위에게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흰 말을 타고 달리는 알마 메르겐

 

 

말을 마친 알마 메르겐은 궁을 빠지나가 나무에 목을 매달려고 했다.

하지만 뒤따라온 게세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게세르에게 두 손을 잡힌 그녀가 아무리 힘을 줘도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고는 게세르의 세 번째 아내가 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