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인 하라스톤의 신부 후보 둘을 가로챈 뉴르가이는 천하절색인 두 아내와 매일같이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두 아내 역시 서로 질세라 뉴르가이와의 잠자리에 자신을 불사르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뉴르가이는 태어나서부터 늘 콧물을 흘리고 있었고, 세수도 목욕도 하지 않으려 했다.
얼굴은 콧물이 말라붙어 지저분하고 몸에서는 온갖 악취를 뿜어대니 그의 아내들은 매일 밤 그와 함게 잠자리를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던 두 아내는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두 아내는 이렇게 살 바에야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끝에 말을 몰고 산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두 사람의 눈에 절벽이 들어왔고 그녀들은 눈을 질끈 감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말들은 절벽 가까이에서 걸음을 멈춘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뒤에서 벼락같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잘했다.
주인이 위험에 처하면 스스로 도울 줄 알아야지.
힘들어도 우직하게."
뒤를 돌아보니 뉴르가이가 말의 꼬리를 붙들고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두 아내는 다시금 뉴르가이의 야성미에 눈을 뜨고 곱게 집으로 돌아가 또다시 매일밤 환희를 느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던 어느날부터 뉴르가이가 두 아내가 잠든 틈을 타서 밖으로 나가 아침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이상하게 여긴 두 아내는 뉴르가이가 잠든 틈에 그의 외투에 실을 묶어 두었다.
어스름 새벽녘에 눈을 뜬 두 아내는 풀어진 실을 따라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다.
실이 이어진 엘리스테 산의 정상에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커다란 궁전이 구름 위로 솟아 있었다.
궁전 안을 몰래 들여다본 두 아내는 깜짝 놀랐다.
눈 앞에 절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절벽을 따라 위로 시선을 옮기던 두 아내는 그 위에 사람의 머리가 달린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거인의 등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인이 돌아서자 그의 가슴이 보였는데 흡사 언덕으로 보일 정도였다.
언덕 같은 가슴위에 놓인 얼굴을 본 두 아내는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바로 그들의 남편 뉴르가이였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콧물을 닦지 않아 코 밑에 두 줄기 검은 선까지 그대로인 코흘리게 뉴르가이.
그의 경이로운 모습에 또 한번 눈먼 아내들은 사랑으로 가슴을 가득 채운 채 집으로 돌아왔고, 남편의 뒤를 밟은 사실에 대해서 시치미를 뚝 떼고 아침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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