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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야르갈란과 결혼하는 뉴르가이(게세르)

강인태 2022. 9. 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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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갈 노욘의 동생인 하라 소톤은 두 번째 아내로 투루슈헤이 칸의 외동딸인 야르갈린을 점찍어뒀다.

하라 소톤은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해 신부에게 건낼 선물을 짊어진 300명의 장정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그런데 하필 조카인 뉴르가이가 한사코 같이 가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하라 소톤은 뭔가 찜찜한 마음에 떼어놓고 가려고 해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하라 소톤은 뉴르가이까지 데리고 먼 길을 떠나게 되었다.

 

300명의 청혼 사절단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사막 한 가운데에 이르렀고 그 때 마침 해가 져버렸다.

일행은 하룻밤 사막 한 가운데서 묵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해가 진 사막은 일행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추웠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일행들에게 모닥불을 지필 땔감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일행보다 한참을 앞서 가던 뉴르가이는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혼자서 땔감을 챙겨왔다.

일행 몰래 땔감에 불을 지핀 뉴르가이는 말 안장을 숨긴 다음 자신도 행색이 초라한 여행자로 변장했다.

 

추위에 떨던 일행은 멀리서 피어나는 모닥불을 발견하고는 한 달음에 달려가서, 어디서 땔감을 구했는지 남루한 젊은이에게 물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말안장의 계곡이 나타납니다.

그곳에는 말안장이 지천으로 널려있지요.

그래서 저는 말안장을 땔감으로 삼아 모닥불을 지핀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하라 소톤에게 전하자 그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잖아도 어제 꿈에 계시가 있었으니...

다들 안장을 내려 모닥불을 피우도록 시키거라.

저 놈이 놀라도록 아주 큰 불을 만들어 버려라."

 

이렇게 말안장이 싸그리 없어진 일행은 당연히 말안장의 계곡 같은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모두가 엉덩이가 아파 죽겠는 여정을 이어갔다.

그러길 며칠...

일행은 또다시 사막 한 가운데서 밤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똑같은 상황...

 

변장한 뉴르가이는 또 한번 사람들을 속인다.

"조금만 더 가면 활과 화살의 계곡이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활과 화살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그것을 땔감으로 하고 있는 중이지요."

 

이 말을 전해들은 하라 소톤은 또다시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으하하. 나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노라.

어제도 계시가 있었거든."

 

한 번 속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하라 소톤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활과 화살까지 몽땅 잃어버린 일행은 이제 사냥조차 하지 못하며 채식을 하며 여정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지칠대로 지친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투루슈헤이 칸의 땅에 도착했다. 

하지만 안장을 얹은 말에 편히 앉아 사냥을 하며 배부르게 먹은 뉴르가이가 일찌감치 도착한 이후였다.

일찍 도착한 뉴르가이는 그곳의 풍습과 상황들을 미리미리 다 파악해둔 참이었다.

 

드디어 하라 소톤이 투루슈헤이 칸에게 딸을 자신에게 시집보내 달라는 청혼을 하는 잔치가 열리게 되었다.

투루슈헤이 칸은 멀리서 온 손님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하라 소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저는 결혼 준비가 완벽히 되어있습니다.

아름다운 따님을 제게 주신다면 더 없는 영광이자 행복일 것입니다."

 

하지만 투루슈헤이 칸은 너무나 아름다운 덕분에 모든 남자들이 탐내는 자신의 딸 야르갈린을 그렇게 쉽게 내어줄 순 없었다.

 

"내 사위가 되려면 양 한 마리를 순식간에 잡아서 이곳에 모인 친척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겠소?"

 

말이 채 끝나기도 전헤 하라 소톤은 눈 깜빡할 사이에 양을 잡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고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고기를 못 받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러자 얄미운 뉴르가이가 벌떡 일어섰다.

"이것 보십시요.

제 손에 양 다리가 들려있습니다.

양 다리가 몇 개나 되나요?

제 손에 양 다리가 통채로 있다는 것은 여기 계신 수백명의 손님들 대부분은 고기를 아주 조금 받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똑같이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말에 하라 소톤이 탐탁치 않았던 투루슈헤이 칸은 신이 났다.

 

"너무 서둘러 분배한 것 같구려.

하지만 불평등은 가난이나 재해보다도 위헙한 법이외다.

평등함이 없다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으니, 내 사위가 될 자격도 없는 것 같구려."

 

뉴르가이는 그의 말을 받아 제안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면 어떻습니까?"

 

칸은 흔쾌히 뉴르가이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니나 다를까 뉴르가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순식간에 양 한마리를 난도질해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양의 고기를 나누어주었다.

 

이리해서 뉴르가이는 삼촌의 신부감을 빼았아 자신의 아내로 삼아버렸다. 그

것도 천하의 절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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