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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 신화] 쿠훌린(Cuchulainn, Cu Chulainn) - 영웅의 최후

강인태 2022. 6. 1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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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브는 얼스터의 옆 동네인 코노트의 여왕이었는데,

자기 남편의 황소보다 더 훌륭한 황소를 갖는게 일생의 목표였다.

그래서 쿨리 지방의 소문난 황소, 돈 쿠알린게에 집착했는데-

 

이 돈 쿠알린게라는 황소 역시 태생이 범상치 않았다.

쿨리 지방의 돼지치기 두 사람은 변신술에 능했다.

어느날 이들 싸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변신술을 동원해서 싸우던 두 사람은 급기야 파리로 변신했고,

하필 그 순간 옆을 지나던 황소에게 먹혀버렸다.

그리고 황소의 새끼로 다시 태어난 것.

 

마법에 능하고 농염한 매력을 발산하던 메브는 황소의 주인인 얼스터의 족장 다이레에게 제안했다.

 

"황소만 넘겨주면 뭐든 해줄겠다.

이 아름다운 몸을 원한다면 기꺼이 내어주마."

 

하지만 다이레는 메브의 제안을 거절.

열받은 메브는 결국 군사를 일으켜 황소를 빼앗으러왔다. 

 

국경을 감시하던 쿠훌린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메브의 기습이 먹혀들었고, 

얼스터의 모든 남자들이 저주에 걸려 전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쿠훌린은 원래가 얼스터 사람이 아닌 관계로 저주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단신으로 메브의 군대를 막아서서 외쳤다.

 

"비겁하게 여럿이서 덤비지 말고, 한 사람씩 일대일로 붙어보자."

 

이후 쿠훌린은 밤낮으로 수많은 메브의 병사들을 맞아 싸움을 했고, 이 과정이 몇 달 동안 이어졌다.

아무리 뛰어난 체력을 보유한 쿠훌린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싸움에 서서히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날 힘겨워하는 쿠훌린에게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난데없이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전투 중에 사랑 고백을 받아들이긴 어려운 법.

쿠훌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진짜 정체는 전쟁의 여신(혹은 요정)인 모리간.

자신이 당한 창피를 되갚아주겠다며 쿠훌린을 공격했다.

처음에는 뱀장어가되어서,

그 다음엔 늑대로 변신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암소가 되어서 공격.

하지만 쿠훌린은 모두 막아내며 한번에 한군데씩 상처를 입혔다. 

패배를 인정한 모리간은 소를 끌고 나타나 직접 우유를 짜서 쿠훌린에게 대접하는데, 쿠훌린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줬다. 

 

쿠훌린과 모리간의싸움

 

이렇게 끝없이 전투를 하던 쿠훌린은 결국 심각한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데, 

이때 아버지인 태양신 루가 나타나 그를 치료해줬다.

이후 쿠훌린은 광전사의 상태에 빠져서 일대일은 집어치우고 수백명을 한꺼번에 죽여서 시체로 벽을 쌓는 지경에 이르렀다.

 

쿠훌린의 광기에 놀란 메브는 일단 후퇴해서 화친을 맺었다.

하지만 메브는 쿠훌린이 죽였던 사람들의 아들들, 

특히 쿠 로이의 아들 루게이드(델포게일을 줬던 수양아들 루게이드-Lugaid Riab nDerg-와는다른 사람)와 손을 잡고 쿠훌린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쿠훌린은 운명적으로 특별한 게쉬에 걸려있었다.

(게쉬란 저주와 터부의 복합적인 형태로 게쉬를 어기지 않으면 특별한 능력을가지게 되지만, 

어길 경우 능력을 상실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쿠훌린의 게쉬는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것. 

메브의 지시를 받은 한 노파가 쿠훌린에게 다가와 개고기를 대접했다.

그런데 쿠훌린은 사회적으로 더 큰 금기, 

즉 환대를 거절해서는 안된다는 게쉬를 어길 수가 없어서 개고기를 먹음으로써 자신의 게쉬를 깨버리게 된다.

 

게쉬를 어긴 쿠훌린은 이후의 전투에서 이전과 같은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고,

이것을 틈타 루게이드가 3개의 마법창을 가지고 그를 공격했다.

첫 번째 창은 쿠훌린의 전차를 몰던 라익을 죽이고, 

두 번째 창은 전차의 말인 리아쓰 매카를,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창으로 쿠훌린을 찌렀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쿠훌린이 외쳤다.

 

"나 영웅 쿠훌린은 적어도 땅에 쓰러져서 죽지는 않겠다!"

 

쿠훌린은 돌기둥에 자기 몸을 묶어서 두 발로 선 채 죽음을 맞이했다.

 

쿠훌린의죽음

쿠훌린이 죽고 나서도 사람들은 한참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다 까마귀 한 마리가 그의 어깨에 앉는 것을 보고서야 그의 죽음을 확신하고 가까이 다가간다.

사실 이 까마귀는 전투의 요정인 모리간이 변한 것.

시체에 다가선 루게이드가 그의 머리를 잘라내자 쿠훌린의 몸에서 광채가 발산됐다.

깜짝 놀란 루게이드는 칼을 떨어뜨렸고, 그 칼날에 손이 잘려나갔다.

(나중에 루게이드는 쿠훌린이 죽으면 복수해주겠다고 다짐했던 코낼 셀나카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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