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201 소설 작법

[소설 작법] 묘사 (2/2)

강인태 2022. 1. 21. 08:26
반응형

그러면 좋은 묘사가 갖추어야할 요소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피츠제럴드는 간결함, 단어의 선택의 적절함, 정확함, 호소력 등 4가지를 들고 있네요.

 

일단 어떤 묘사든 간결함이 생명이라고 합니다.

이게 참 어려운 문제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라는 표현이 어찌보면 가장 간결한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하면 작중 인물이 처한 상황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 같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자니 지루해질 것만 같고.

더구나 지금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주얼에 익숙한 상황에서 텍스트로 무언가를 전달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럴 겁니다.

이럴 때는 자신에게 반문해보는 거죠.

'이 묘사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거나, 혹은 그 감정을 더 극적으로 전달하는데 말입니다.

한 마디로 묘사 역시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과 맞닿아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죠.

 

적절한 단어의 선택은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된 시간의 투입이 필요한 일입니다.

비슷한 표현은 너무나 많은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단어는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일쑤죠.

유의어도 찾아보고, 다른 책도 뒤적거려보고, 근처에 있는 아무라도 붙들고 물어보기도 하고...

하지만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

어쨋거나 아주 중요한 문제이니 타고난 재능으로.. 그게 모자라면 시간과 웹서핑으로 해결해야죠.ㅠ.ㅠ

 

정확함은 객관성이란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묘사가 정확해야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그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정확함이어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으니까요.

아주 미묘한 사투리나 잘 쓰지 않는 표현이 딱 맞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고 보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질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호소력은 어떤 묘사를 접한 독자가 그것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잘 선택된 단어로 정확히 표현하더라도 그것을 접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는다면..

역시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글자의 연속일 뿐일 겁니다.

 

그리고 이 4가지를 갖추는데 있어서 작가는 또 하나의 제약을 갖습니다.

바로 화자 혹은 관찰자의 관점 안에서 묘사를 해야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화자가 10살짜리 꼬마라면, 앞에서 예로든 '분노의 포도'에서의 목사에 대한 묘사 같은 것은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아무리 목사라는 인간을 잘 드러내더라도 말입니다.

가방끈이 짧은 건달이냐? 위선적인 교수냐? 오랫동안 아이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던 주부냐?

이런 것에 따라 묘사에서 선택되는 단어나, 간결함의 정도, 관찰의 수준 등이 다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어떤 장의 끄트머리에서 피츠제럴드가 항상 잊지않고 언급하는 요소가 여기서도 등장합니다.

바로 '과장'입니다. 묘사 역시 독자에게 정서적 반응을 일이키기 위해서는 과장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과장의 연장 선상에서 '두드러진 인상'을 설정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뚱뚱보다. 이씨는 뼈와 가죽만 남았다. 서씨는 주정뱅이다. 남씨는 극단적으로 내성적이다.]

처럼 어떤 인물이나 사물, 배경에 대해서 두드러진 하나의 인상을 제시하라는 거죠.

'배트맨'의 고담시라면 어둡고 칙칙하고 삭막해 보이는,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는 아름답고 자애로운, 세르세이는 아름답지만 잔혹하고 이기적인, 티윈은 난쟁이지만 현명한...

 

마지막으로 피츠제럴드가 권하고 있는 것... 사실 저도 이렇게 했었습니다만..

묘사는 퇴고와 교정 단계에서 더 집중하라는 겁니다.

처음 써내려갈 때,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 2박 3일을 보내고 나면 글을 써내려갈 동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묘사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선 아주 중요한 작업이지만, 그 다음을 써내려가는데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적당히 만들어놓고.. 다음에 더 잘 고치기로 표시해두고.. 그리고 나머지 글들을 써내려가는거죠.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그 다음에 또 높이고...

다른 사람의 손도 좀 빌리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