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201 소설 작법

[소설 작법] '해설'이라는 필요악을 다루는 방법

강인태 2022. 1. 1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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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이건 독자나 관객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해설이 필요합니다.

 

스타워즈가 시작될 때 한참 이런저런 배경 이야기를 텍스트와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서 전달하는 촌스러운 장면처럼 말이죠.

루커스 역시 그 부분을 제발 빼고 싶었겠지만, 관객들이 이야기에 공감하게 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죠.

그걸 다 영상으로, 글이라면 묘사나 서사로 풀어내려면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또 한편, 혹은 또 한권 더 풀어내야만 할 테니까요.

 

그러면 좀 촌스럽지 않게, 그리고 피츠제럴드가 말하는 해설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해설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 지 살펴보죠.

 

우선은 해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할 겁니다.

 

'작중인물과 스토리를 신뢰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나 관객이 알아야할 정보를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

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토리나 작중 인물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해설이 아니므로 다 빼라는 말로 귀결될 수 있을 겁니다.

 

해설을 사용하는데 있어서의 첫번째 원칙은

 

"관점에 있는 작중인물이 관찰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행동, 서술, 묘사만 이야기 속에 존재해야하며,

그 인물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것은 모두 제외되어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기게 되면 작중인물은 현실감이 없어지고, 이야기는 신빙성을 읽게 된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흐름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데요..

 

[나는 S의 곁에 서서 그의 집이 불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S는 울고 싶어졌다. 

그는 소방관이 자기 집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지만, 지붕이 내려앉아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S가 울고 싶은지, 그렇게 믿었는지, 깨달았는지.. 작중의 '나'는 알 길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S의 심정을 전달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동력을 잃어버릴 겁니다.

이럴 경우, S의 심정을.. 그리고 그가 집에 대해서 왜 집착한느지 같은 것들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첫 번째, 작중인물이 대화를 통해 화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게 합니다.

 

[나는 S의 곁에 서서 그의 집이 불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울고 싶다." S가 말했다.

 

"소방관이 와서 희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렇게 지붕이 내려앉아 버리니까..."

한숨을 내뱉은 S는 고개를 숙였다.]

 

라는 식으로요..

 

두 번째, 작중인물이 화자에게 정보를 전달한 것처럼 서술하는 겁니다.

 

[나는 S의 곁에 서서 그의 집이 불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S가 울고 싶다고 말했다. 소방관이 왔을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는데, 지붕이 내려앉는 걸 보니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중얼거리며 S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고개를 떨구었다.]

 

세 번째, 제3자를 등장시키는 방법입니다. 즉 해당 장면에 없는 등장인물에 대해 또다른 등장인물이 화자에게 대화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죠.

 

[S의 집이 홀라당 타버린 다음 날 나는 집 앞에서 B를 만났다.

 

"S는 좀 어때?" B에게 물었다.

 

"울고 있더라고. 소방관이 왔을 때만해도 희망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지붕이 무너져버렸으니까."

B는 혀를 끌끌차며 대답했다.]

 

 

네 번째, 역시나 대화를 통한 방법이지만, 이번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논쟁적인 대화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나는 소방서 앞을 지나다 소방대장인 P를 만났다.

 

"좀 더 일찍 출동할 순 없었나요? 그랬으면 그렇게 홀라당 타버리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그를 책망하듯 말했다.

 

"우리도 최선을 다한 겁니다. 신고 받자마자-" 대장은 변명을 늘어놓으려했다.

 

"아니, 신고 한지 한 시간도 넘게 지나서 왔잖아요. 여기서 얼마나 걸린다고- S는 어제 밤새 울고 있었어요. 얼마나-"

 

S의 얼굴이 떠오르는 바람에 나는 목이 메어왔다.

 

"나더러 어쩌라는 거요? 사표라도 낼까?" P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 낼 필요 없어요. 사람들이 물러나라고 할테니."]

 

 

다섯 번째, 회상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그것이 대화이든 혼자 생각이든 말이죠.

 

[몇년 만에 고향을 찾은 나는 길을 가다 S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요즘은 어떠세요?" 나는 물었다.

 

"뭐... 사는 낙이 없어. 그 뒤로는-" 3년 전 그는 화재로 집을 잃었다.

 

그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울먹거리던 그의 얼굴은 지금도 생생하다.

 

"소방관이 조금만 더 빨리 왔어도-"

 

그날 따라 소방차는 신고한지 한 시간도 넘게 지나서 그의 집에 도착했었다.

10분이면 올 거리인데-]

 

 

이렇게 화자가 직접적으로 느끼고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 다섯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어떤 방법을 이용하든지 해설을 하기 전에, 하고 나서 작가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반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해설을 통해 전달한 정보가 스토리와 등장인물을 이해시키고 신뢰하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가?"

"화자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흥미가 떨어져서도 안되고 개연성을 잃어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방법으로 하기에는 전달해야할 정보가 너무 많을 수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든 스타워즈의 배경 설명처럼 말이죠.

자칫 대화가 너무 길어져서 지루해지거나, 읽는 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겠죠.

이럴 때면 '해설의 오류'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작가의 전지적 권한을 살짝 사용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촌스런 스타워즈의 첫장면에서 이탤릭체 글씨가 마구 흘러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럴 땐 이렇게 아예 분리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한 챕터를 할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야기의 중간에 끼어들기보다는 말이죠.

 

물론 아주 가끔씩 익살스런 변사가 시종일관 등장하는 색다른 장치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드라마 '멋진 징조들(Good Omens)'처럼-

이런 경우는 해설자에게 하나의 캐릭터를 부여하는 아주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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