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201 소설 작법

[소설 작법] 주제를 발전시키는 방법

강인태 2022. 1. 7. 08:54
반응형

독자나 관객이 어떤 이야기를 접한다면, 그것을 통해서 어떤 것이든 메시지를 얻어야 합니다.

즉 그 이전에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죠.

전쟁 영화를 보고 나면 전쟁의 참혹함('서부전선 이상없다 - 1930')이라든가,

그런 극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묘한 우정('월컴투동막골 - 2005')이라든가,

전쟁이란 배경을 통해 사람들이 가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든가('지옥의 묵시록 - 1979)

해야겠죠.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0361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이 영화는 고발이나 고백이 아니며, 모험은 더더욱 아니다. 죽음에 직면한 이들에게 죽음은 모험이 아...

movie.naver.com

 

물론 어떤 작품이 하나의 메시지만을 담고 있지도 않고,

또 어떤 경우는 담지 않았던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것을 주제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가장 중요한 사실은 주제는 독자나 관객의 몫이란 사실입니다.

그것을 망각하는 순간 작가는 갑자기 주제를 작품 속에 명시하려는 노력을 하는 꼰대로 변해버리기 십상이라는 거죠.

 

피츠제럴드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작가는 반드시 선과 악을 작품 속에서 규정해야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사회 통념적인 선과 악과 다르더라도 말이죠.

 

예를 들어 사회 통념적으로나 우리 실생활에서는

사회의 규범이나 법, 심지어 관습 같은 것들까지도 나름의 선으로 여겨지지만,

많은 작품들에서 이것들은 마치 악의 화신이라도 되는냥 그려집니다.

이런 경우 흔히 작가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절대적인 선으로 놓고,

그것을 억압하려는 시도들을 악으로 규정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의 대립을 통해서 인간의 자유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드러내거나,

소중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는 걸 보여주거나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과 악을 설정할 때,

선을 상징하는 주인공과 악을 상징하는 적의 대립으로 그것을 정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러면 이야기가 단순해지고 풍성해지질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피츠제럴드는 '환경'을 통해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즉 환경 혹은 환경의 일부가 선을 만들어내거나, 악을 만들어내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은 그 반대를 대표해야겠죠.

환경이 선이라면 주인공은 악을, 환경이 악이라면 주인공은 선을...

 

예를 들어 탈옥극을 통해서 인간성의 잔혹함과 그 속에서의 희망을 말하고 싶다면...

감옥 또는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악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다는 거죠.

한 명, 혹은 여러명의 악랄한 간수와 주인공의 대립이 아니라.

또는 감옥에 갇힌 흉악범이 주인공이라면, 그를 둘러싼 시스템 전체가 선을 상징해야 합니다.

이 경우 수많은 체계적인 선도 어떤 절대적 의지를 가진 악을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겠죠.

 

피츠제럴드가 주제를 드러내는데 있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과장된 감동입니다.

'과장된 감동'

저도 대부분의 작품에서 이걸 참 싫어하는데...

어디까지나 적절한 과장이겠죠.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갈등을 강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제를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서도 과장된 장치를 이용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과장이라는 것이 개연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는 언급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빅 피쉬(2003)'를 보면 이 개연성 있는 과장이라는 것의 중요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작품은 허풍선이 되어버린 아버지라는 악과, 그것을 부정하는 아들의 선의 대립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럴듯한 허풍선이 되어준 아버지라는 선과 삭막해진 사회와 각박해진 가족관계라는 악의 대립으로 점점 바뀌어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허풍이 아이를 위한 개연성있는 과장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장된 감성들이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는 기반이라는 사실을 잘 전달해줍니다.

(사실 그렇게 평생 허풍을 떨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괜히 꺼려하는 아들이라는 관계는

현실의 그것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그려져 있죠..)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37936

 

빅 피쉬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movie.naver.com

 

현실보다 더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게 하는 그럴 듯한 과장을 얼마나 잘 만들어내는 지가 좋은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를 가르는 기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