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삼인칭 화자의 관점이 이전하는 경우
피츠제럴드에 따르면 일인칭 화자가 주인공인 경우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관점이라고 하네요.
일인칭처럼 관점이 이전할 때 독자가 느끼는 혼란이랄게 별로 없기 때문에 써내려가기 편하기도 하고,
여러명의 관점을 사용하니 읽는 이의 흥미를 유지하는데도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겠죠.
우선 이 관점을 사용하는데 있어서의 원리라고 할만한 점들을 몇가지 살펴보겠습니다.
- 가능하면 장(章)이 시작될 때 누구의 관점인지를 밝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좀 덜 헛갈리겠죠. 앞서 소개한 '나를 찾아줘'처럼 말입니다.
장을 구분하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마음의 준비 내지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갖는데 도움이 됩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같은 경우도 장이 바뀌면..
그것이 랭던의 관점인지 사일래스의 관점인지를 대부분 분명히 하고 시작합니다.
8장 <랭던은 마룻바닥에 휘갈겨 쓴 자줏빛의 글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2장 <사일래스라는 이름을 가진 덩치 큰 알비노가 느릿느릿.. 사일래스의 영혼은...>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7395316
- 일단 독자가 여러 명의 화자에 익숙해졌서 그들의 관점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면 관점은 한 장면 내에서도 바뀔 수 있다.
'다빈치 코드'에서도 한 장에서 파슈 반장과 랭던의 관점이 교차하는 구성이 자주 시도됩니다.
9장 <랭던과 대화하기 위해 브쥐 파슈는 휴대 전화기를 꺼버렸다.> 분명히 파슈의 관점임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 다시 랭던의 관점으로 바뀝니다.
<순간, 랭던은 브쥐 파슈가 뇌출혈을 일으킨 게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시작하며, 그 뒤로는 모두 랭던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아마 파슈의 랭던에 대한 의심, 느뵈에 대한 적대감 같은 것들을 잘 드러내기 위해 파슈의 관점이 필요했지만,
주인공인 랭던과 파슈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파슈의 관점에서 랭던을 계속 관찰 대상으로 이야기를 끌고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을 겁니다. 아마 초보 소설 지망생이 이렇게 써서 출판사에 보내면 관점 정리도 못하는 못난이라고 욕이나 들어먹겠죠. '다빈치 코드'보다 더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여하튼 댄 브라운은 랭던과 파슈에 대한 소개를 충분히 한 뒤에 시도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http://novel.naver.com/best/list?novelId=683353
이렇게 삼인칭 화자의 관점이 이전하는 경우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 우선 작가가 제한적이거나 비제한적인 전지적 권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한 명 이상의 화자를 통해 이야기의 다채로운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명만 주야장창 이야기하는 것보다 독자의 흥미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이습니다.
- 화자가 바뀌면서 좀 더 다양한 인간성과 그에 따른 감정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마지막 장점 때문에 남녀간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에서 이 관점을 주로 이용하게 됩니다.
<남자 관점: 여자가 늘 미소짓는 것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라고 착각한다.
여자 관점: 세상 모든 사람에게 미소짓는 자신이 너무 싫다. 기계적으로 사람을 대한 탓에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보인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여섯 가지 관점을 살펴봤습니다.
관점이 정해졌다면 그 관점에 대해 작가가 얼마나 주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 객관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같은 관점이라 하더라도
"K는 갑자기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입 안이 축축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혀에 피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아픔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 자식을 죽이고 싶었다. 미치도록."
라고 좀 더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것과
"K는 갑자기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곧 입술 사이로 피가 배어나왔다. 난 K에게 살의를 느꼈다."
라고 약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의 차이인거죠.
피츠제럴드는 이 선택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라고 하네요. 자신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쪽을 선택하라고...
대부분은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저는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하는 쪽이 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읽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휘몰아치고 몰입하게 만드는데는 약점이 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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