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201 소설 작법

[소설 작법] 관점 선택 2/5 - 일인칭 시점에서 유의할 점

강인태 2021. 11. 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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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한 관점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각 관점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하는지 살펴볼까요?

 

(1) 화자가 1인칭의 주인공인 경우

 

화자 본인이 주인공인 경우입니다. 

이 관점을 이용한 멋진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나를 찾아줘(Gone Girl)' 입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7158730

 

나를 찾아줘

결혼 5주년이 되던 날, 사랑스러운 에이미가 사라졌다!그녀가 남긴 흔적은 남편 닉을 살인범으로 지목한다★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출간 직후 30주 연속 베스트셀러! ★리즈 위더스푼, 데

book.naver.com

 

동명으로 영화화도 되어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작품이죠.

 

닉 던 -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떠올린다. 중략.. 그리고 아내의 머릿속을 생각한다. 중략.. 그날은 울의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중략..분노와 두려움이 목구멍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에이미 엘리엇 - 랄랄라!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입양된 고아처럼 활짝 웃고 있다. 중략...'나, 남자 만났어!' 중략... 최소한 직함으로는. 그렇지 않은가?

 

두 부부 사이의 미스테리를 두 명으로 나누어진 일인칭 화자인 주인공을 내세워서 멋진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이 관점에는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특히 초보 입장에서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피츠제럴드가 예로 든 문장을 통해서 그 장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나는 마침내 낡은 광산으로 가는 오솔길을 발견했다. 그곳은 무성하게 자란 덤불과 잡초들이 우거져 잇었다. 심장이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계속 가고 싶었지만 곧 날이 저물었다. 가까스로 흥분을 달래며 그곳에 캠프를 치고 멈추기로 마음 먹었다."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첫 번째,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과 흔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쉽게 써나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해설의 오류를 자연스럽게 피하게 해줍니다. 

 

'나'라는 대명사를 사용함으로써,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인공의 사고,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작가의 개입이 제한된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주인공이 모르는 어떤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어? 내가 이걸 어떻게 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하지만 사실 이것조차 처음 쓸 때는 간과하기 쉽죠. 

그러면 명심 또 명심하면 됩니다. 한 가지만... 주인공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만 쓰는 거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기분은 그 사람의 태도를 보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으로, 

주인공이 없는 장소나 시간에서 일어난 일은 전해듣거나, 기록된 문서로 발견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나를 찾아줘'에서는 닉 던은 자신의 존재 밖에서 아내 에이미에게 일어난 일을 그녀의 일기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웃는 표정 뒤에 감추어진 에이미의 감정 상태도..

 

세 번째. 독자의 몰입도, 즉 감정이입의 정도를 높이는데 유리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의 시선을 쫓고, 감정에 동화되고, 생각을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네 번째, 화자가 좀 더 확신을 가지고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 내면 깊숙히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도 됩니다. 

'나를 찾아줘에서'처럼 "그가 몸을 숙이기에 앞서 내 입술에서 설탕을 닦아낸다. 내 입술을 맛볼 수 있도록."라는 식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걸 삼인칭으로 서술해보면.. 맛이 영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몸을 숙이기 전에 그녀는 입술에서 설탕을 닦아 냈다. 마치 그가 자신의 입술을 맛볼 수 있게 하려는냥." 

안습이죠? 실감도 안나고, 표현도 늘어지고...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언제나 단점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우선은 작가의 전지적 권한이 제한을 받겠죠. 

화자의 존재는 하나의 시공간에만 허락되니까요. 

화자를 하나의 시공간에만 머물게 하기 위한 보다 자세한 방법들은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나름 겸손(?)해야 합니다.

용감하고 관대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을 그렇게 평하거나 표현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엄청나게 용감하다. 그래서 적진을 향해 맨몸으로 돌진했다."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면 독자들은 바로 책을 덮어버리고,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릴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소대장은 갑자기 적진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에도 항상 용감하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었다. "

 

라는 다른 이의 표현으로 바뀌면 조금은 더 용서가 되는거죠.

 

세 번째, 주인공의 매력이 철철 넘치지 않으면 독자나 관객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겁니다.

영화에서의 사실 일인칭 화자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주인공의 존재하는 시공간만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꽤 있습니다.

특히 로드 무비라고 불리는 것들은 이런 형식인 경우가 많죠.

 

네 번째,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제한된다.

즉, 주인공이 화자이니..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이 아니면, 자신의 표정이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일인칭 소설에서는 외로워도 슬퍼도 거울을 쳐다보는 씬이 자주 등장합니다.

침실에서, 거실에서, 신발장 옆에서, 화장실에서, 쇼윈도에서-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기 때문에 적어도 소설에서는 일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스릴러 소설인 '살인 예언자'나, 자전적 소설인 '압록강은 흐른다'처럼 멋진 작품도 많구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4673997

 

살인예언자 1

죽음을 예언하는 남자 오드 토마스!미국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 딘 쿤츠의 장편소설『살인예언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였으며, 38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억 2천만 부의 판

book.naver.com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일인칭 화자가 주인공인 경우, 

화자의 출생 이전, 혹은 철이 들기 전(정확히는 기억이라는 것이 생성되기 전까지)의 일들에 대해서 서술할 필요가 있을 텐데..

이것에 대해서는 작가의 전지적 권한에 대해 굳이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화자가 부모나 다른 어른들로부터, 혹은 책에서 그런 내용을 접했을 것이라는 것을 독자나 관객이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철이 들고 난 후, 아마... 5~6살 이후 정도가 되겠죠.

그때부터의 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가 접하고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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