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앞에서 예를 들었던
"나는 마침내 낡은 광산으로 가는 오솔길을 발견했다. 그곳은 무성하게 자란 덤불과 잡초들이 우거져 잇었다. 심장이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계속 가고 싶었지만 곧 날이 저물었다. 가까스로 흥분을 달래며 그곳에 캠프를 치고 멈추기로 마음 먹었다."
라는 일인칭 관점의 표현이
"J는 마침내 낡은 광산으로 가는 오솔길을 발견했다. 무성하게 자란 덤불과 잡초들이 우거져 있는 그 길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홍조를 띠고 있었다. 길을 계속 가려던 그는 어두워질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냉정을 되찾은 J는 그곳에 캠프를 치고 아침을 기다리기로 했다."
라고 바뀔 수 있겠죠.
'나'라는 대명사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여전히 주인공이 머물고 있는 시공간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서도 안되겠죠.
이 관점은 일인칭 관점의 '나'라는 대명사가 주는 확신과 친밀감을 제외하면 일인칭 화자의 관점이 가진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이 관점은 가장 큰 장점은 작가가 제한적인 전지적 권한과 비제한적인 전지적 권한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하네요.
예를 들어 주인공을 묘사할 수도 있고(K의 얼굴이 홍조를 띠고 있다는 것),
주인공이 모르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단점은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 '나'라는 대명사가 주는 친밀감의 상실
- 일인칭 화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단점
- 작가가 해설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점
이겠죠.
제한된 전지적 권한만으로 이 관점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작가가 주인공의 캐릭터와 완전히 동화되어야만 해설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작가는 적절히 전지적 권한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위의 광산을 찾아가는 이야기의 앞부분에..
"J에 대해서 동네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그따위 광산은 있을 리 없다고.
심지어 J의 눈을 피해 그를 따라 광산을 찾으러 온 사람들을 넌지시 말리기까지 했다."
라는 식의 해설을 첨부할 수 있겠죠.
어디까지나 적절한 수준에서...
그것을 접하지 않은 J가 알아서도 안되고,
그 말을 들은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해서도 안되고..
등등..
(3) 보조적 혹은 주변 인물을 일인칭 화자로 사용하는 경우
(피츠제럴드는 보조적 인물과 주변 인물을 굳이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몇번을 다시 읽어봐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괜히 헛갈리기만 할 뿐.. 그래서 그냥 하나로 설명하겠습니다.)
예로 들고 있는 광산 찾기에 새로운 인물을 화자로 등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J와 나는 광산으로 가는 오솔길을 발견했다. 덤불과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길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어느새 홍조를 띠고 있었다. 나도 따라서 살짝 흥분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날이 저물 것 같았다.
'여기서 캠프를 치는 게 낫겠다.' J가 말했다.
'내일 아침에 올라가보자.'
말을 마친 J의 얼굴을 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J는 늘 그랬다. 다혈질이었지만 무모하진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이성적이었다."
이 경우 보조적 인물을 어떤 사람으로 할 것인가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가족인지, 친구인지, 동료인지.. 또 주인공을 향한 태도가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등등...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제대로 사용한 이 관점의 장점을 살펴볼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14354
- 주인공이 화자인 경우에는 현실감이 떨어져 믿기 어려운 것을 그럴 듯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에서 왓슨은 홈즈에 대해서 이런 저런 묘사를 합니다.
그의 엄청난 관찰력이라든지, 싸가지 밥 말아먹은 언행이라든지, 며칠 째 잠을 자지 않고 수사에 매달린다든지,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대단한 변장술 같은 것들을...
이것을 홈즈 본인이 화자가 되어서 자신에 대해서 말했다면, 독자들은 이렇게 반응했겠죠.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사람이 잠을 한숨도 안자고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돼?'
하지만 왓슨이 말하면 달라지는 거죠.
'내가 봤는데.. 진짜 한숨도 안자고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하면 훨씬 더 객관성이 생기는 거죠.
- 주인공을 보다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습니다.
"3일 째 한숨도 자지 않은 셜록의 얼굴을 엉망이었다. 눈은 퀭하기 짝이 없었고, 머리카락은 뒤엉켜 있었다. 볼은 홀쪽해져 그렇잖아도 긴 얼굴이 더 길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반짝이며 자신감이 서려있었다."
라는 식으로요.
- 보조적 화자가 주인공의 과거 일을 이야기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품 속에 늘 같이 다니는 두 사람은 그 관계 때문에 그 이전의 어느 시점에서 무슨 이야기든 전해들었을 수 있다고 믿어주니까요요..
"셜록은 담배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모든 담배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었고, 재만 보고도 무슨 담배인지 알아냈다. 그의 서재에는 담배에 관한 책만 열권이 넘게 있었고, 자신이 따로 정리한 것만도 세권이나 있었다."
- 독자의 흥미를 유지하는데 주인공이 화자인 경우에 비해 조금 더 유리합니다.
이야기가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는 좀 지겨워진다 싶으면, 화자의 시선에 걸린 다른 특이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떡벌어진 어깨의 다부진 체격이었다. 그는 홈즈의 도움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 뒤로는, 자신의 한계에 부딪힌 사건이 발생하면 종종 홈즈를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그날 따라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더더욱 초췌해보였다. 며칠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는지 옷은 온통 구겨져 있었고, 퀘퀘한 냄새도-"
- 일인칭 보조적 화자는 일인칭 주인공 화자보다 표현의 자유를 다 갖습니다.
다시 말해 전지적 권한의 제한을 덜 받는 것이다.
이 화자는 주인공이 겪었던 일들은 그에게 전해들은 것으로, 주인공이 모르는 일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셜록을 겪어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싫어했다. 그의 괴팍하고도 직설적인 화법은 사람들 가슴에 총상보다 더 큰 구멍을 뚫어놓기 일쑤였다."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꽤나 있겠죠.
- 독자는 화자가 행위에 참여한 정도로만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방안을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자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흘만이었다. 그의 표정은 확신에 차 있었다. 사흘 간의 탐문이 그에게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 모양이었다."
독자는 홈즈가 왓슨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사흘 간의 흥미진진한 여정을 함께 하지 못합니다.
- 앞서의 두 관점, 즉 일인칭이든 삼인칭이든 화자가 주인공인 경우에 비해 독자와 주인공 간의 거리가 아무래도 멀어집니다.
'홈즈'에서도 사람들이 셜록에게 경외감을 갖기는 합니다만 친밀감을 갖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드라마 '셜록'에서는 왓슨이라는 매개체가 없이 셜록을 직접 시청자들이 대하기 때문에 보다 경외감보다 오히려 친밀감을 느끼게 됐죠. 덕분에 셜록 역을 맡았던 배네딕트 컴버배치는 전세계적인 팬층을 확보하게 됐구요.
https://www.imdb.com/title/tt1475582/?ref_=ext_shr_l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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