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라인형 소설의 출발은 결국 소분규를 일으키는 사건을 야기할 수 있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부터 써나가는 일입니다.
주인공의 이런저런 특성 때문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무엇인가 충돌을 일으키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 역시 주인공의 특성에 따라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제 소분규들을 실제로 써나가야할텐데요...
(1) 여기서 피츠제럴드가 가장 먼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과장입니다.
실제 생활에서 일어날만한 일들보다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사건과 소분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실제 생활 그대로가 아니라, 개연성 있는 허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저는 참 어렵더라고요.
자꾸 작품 속 캐릭터의 머리에 제 생각을 투영하는 나쁜 버릇 때문인 것 같은데...
조금 과장되게 썼다가도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누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겠어?"라는 생각때문에 자꾸 고치는 거죠.
그러다보니 매끄럽게 실타래가 연결되기는 하지만...
뭐랄까요? 확 낚아채는 맛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임팩트나 훅킹이 약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는거죠.
'살인의 추억'을 한번 살펴볼까요?
송강호와 같이 일하는 형사역을 맡은 조용구가 술집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시비가 붙은 장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형사와 대학생 간의 시비가 붙으면 어떤 모습일까요?
대부분 언성이 좀 높아진 정도에서 끝나거나, 기껏해야 둘이서 주먹질을 해대면 주위에서 말려서 그만하겠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패싸움으로 발전하고, 온갖 집기들이 다 깨지고, 심지어 못이 박힌 막대로 사람을 내리치기까지 합니다.
무슨 조폭들 싸움도 아니고...
아마 감독은 그것을 통해서 학생들과 전경들의 충돌을 작게 표현하면서,
그 형사의 캐릭터를 약간 과장해서 드러내고 싶었던 거겠죠.
왜냐하면 피의자였던 사람이 겁을 먹고 도망가다가 죽어버리는 장면을 그 다음에 배치해야하니까 말이죠.
무언가 과격하고 무서운 상황이 연출되어야 피의자가 겁을 먹고 미친듯이 도망가버리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집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작품도 과장된 소분규의 연속체입니다.
실제 학교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학생과 선생님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디테일한 소분규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과장된 소분규들을 통해 학교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사회 전반의 권력이나 권위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던집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6036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소설가 이문열의 대표작으로,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생긴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과 집단 간의 문
book.naver.com
(2) 잘 과장된 소분규가 만들어졌다면 그 다음 작업이 필요하겠죠.
분규가 해결되거나 해결되지 않으면, 주인공은 가치있는 무언가를 잃거나 얻어야 합니다.
그러면 문제는 주인공에게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잘 만드는 게 되겠죠.
그리고 그것을 잘 만드는데도 과장이 필요합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아리아는 조프리와 사소한 다툼을 벌립니다.
그리고 그 작은 다툼 끝에 자신의 곁을 늘 지켜주던 늑대를 빼앗깁니다.
이제 아리아의 마음에는 조프리를 비롯한 라니스터 가문에 대한 증오가 자리잡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에서 에드워드는 동네 아줌마의 육탄 공세를 회피합니다.
그 결과 아줌마는 동네에 에드워드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고...
결국 에드워드는 사람들의 신뢰를 하나둘씩 잃어버립니다.
(3) 소분규 자체에서 해결책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발견 혹은 변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분규를 만들다보면 분규 자체에서는 좀처럼 그 해결책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발견, 즉 그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이나, 사람, 물건 등을 주인공이 발견하게 하는 거죠.
가장 전형적인 것이 미드 'CSI'일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분규들은 대부분 이 방법을 통해서 해결되죠.
'왕좌의 게임'에서 에다드 스타크는 로버트 왕의 서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딱히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왕자인 조프리가 있는 마당에 괜히 서자를 양지로 끌어내는 것은 불필요한 정쟁만 만들어내고, 서자의 목숨만 위태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에다드 스타크의 캐릭터가 권력욕이 강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었다면,
서자를 등에 업고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겠지만 그는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해결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족보 같은 걸 보면서 에다드는 몰랐던 사실을 발견합니다.
로버트 왕의 가문에 한번도 금발이 없었다는 사실을...즉 조프리는 로버트왕의 자식이 아닌 것이었습니다.
이제 에다드 스타크의 캐릭터에 딱맞는 동기유발력이 생깁니다.
적통을 찾아 왕좌를 잇게 하고 혈통이 아닌 조프리를 물러나게 해야겠죠.
물론 분규는 에다드가 목표 달성에 실패함으로써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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