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법] 플롯과 스토리 라인 3/7 - 인식지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있어서

주인공이 명백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의 여부가 결정되고 나면,

작가는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 플롯을 중심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것들이 결정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할 일은 독자 혹은 관객의 '인식지점'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즉 주인공이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를 보는 사람이 알아채는 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복선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분규의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밑밥을 깔아두는 것은 작품 내내 반복적으로 여러번 일어나죠.

그런데 지금 말하는 인식지점은 그런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요쟁점의 해결방향이 제시되는 지점을 말합니다.

그러니 작품에서 사용된 주요쟁점의 숫자에 따라 한두 번만 사용하게 됩니다.)

 

플롯을 중심으로 한 작품의 인식 지점은 항상 작품의 제일 끝에 배치됩니다.

독자나 관객의 흥미는 발생된 사건을 중심으로 유지되는데, 작품 내내 흥미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거의 끝까지 사건의 해결 방향을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해야만 하겠죠.

 

발생한 사건이 중심이 되는 플롯형 작품으로 예를 들었던 '살인의 추억'을 보면,

형사들이 살인범을 잡는데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가 작품의 거의 끝에서 제시됩니다.

 

같은 수사물 중 플롯형 작품의 가장 성공적인 규범으로 손꼽힐 수 있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도 주인공이 진범을 잡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유사하게 전개되는 '프라이멀 피어' 같은 작품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사실 코난 도일의 '홈즈'가 어떤 규범을 제시해버린 수사물, 탐정물은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갖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대분규가 대부분의 경우 작품의 서두에 제시되고, 그 진상이 드러나는 것은 가장 끝에 배치되며, 주인공의 성격은 작품 내내 한결같이 유지되고...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7150

유주얼 서스펙트

 

(제 작품인 '막수유(莫須有)'나 '죽음을 보는 남자'에서도 주인공이 주요쟁점 해결하는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이야기의 거의 마지막에 가서 알려줬습니다.)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한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명백한 목표 달성에 대한 인식지점이 이야기의 어느 부분이 있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스토리 라인을 통해 대분규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꽤 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작품이 진행된 이후에 제시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하겠죠.

하지만 스토리 라인형 작품의 경우에는 독자나 관객이 이미 그 결과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상황의 진실성이나 현실성을 파악하지 목하고 계속해서 무의미한 투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부산행'의 경우 대전역에 내리면 좀비들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은 다 알지만,

기차에 탄 많은 사람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부질없는 발걸음을 열심히 옮겨봅니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30966

부산행

 

스토리라인이 중심이 된 '왕좌의 게임' 시즌 1에서 에다드 스타크는 라니스터 가문이나, 다른 정치 세력의 회유를 거절하는 순간,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윈터펠로 돌아가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이미 알게되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다드 스타크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갑니다.

마지막에는 없는 죄를 자백까지 해보지만 모든 노력은 무위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 다음에는 어떤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이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겠지만 또다른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고 드라마의 방영을 기다리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왕좌의 게임'쯤 되는 길고 큰 작품에서는 플롯 중심인 부분과 스토리라인 중심인 부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