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10가지 원리들의 적용을 통해 갈등이 발생했다면, 이제 그 갈등을 해소해야할 차례입니다.
문제는 '왜'라는 질문에 있겠죠.
도대체 왜 그 갈등을 주인공은 기를 쓰고 해결하려하는가? 혹은 해야만 하는가? 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피츠제럴드는 이것을 위한 첫 번째 작업을 명백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유발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 동기유발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는 왜 동쪽 대륙을 정복해야만 할까요?
조지 R.R. 마틴은 이 작업을 대너리스의 도트라키 남편의 죽음을 통해서 만들어냅니다.
칼 드로고가 죽지 않았다면 대너리스는 그냥 그렇게 고향을 그리워하며 늙어갔겠죠.
하지만 강력했던 남편이 죽어버리면서 대너리스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여왕이 되어야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쪽 대륙 정복이라는 명분이 필요한 상황에 내몰립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범죄는 반드시 처단해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형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살인범에 대해 강력한 증오를 불태우는 것은 그 희생양이 자신의 아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판타지의 교본처럼 인식되고 있는 '반지의 제왕'이 꽤 많은 사람에게 지루함을 안겨주는 것은
프로도에 대한 동기유발력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프로도 입장에서 반지를 짊어지고 그 험난한 여정을 겪고, 목숨까지 바치려는 자세까지 보일 이유가 명백하지 않은 거죠.
그냥 간달프가 하라니 할밖에..
갱을 소재로 한 작품이 책, 만화, 영화, 드라마 등 장르 불문하고 많이 등장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 동기유발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갱들의 관계라는 것이, 내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절박함.
즉 동기유발력이 아주 자연스럽고도 강력하게 생기는 환경이라는 거죠.
평론가들이 선정한 100대 영화 같은 타이틀이 붙으면 항상 1, 2위를 다투는 '대부'에서 마이클이 그렇게 잔혹하고 대담하게 적들을 죽이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도 절실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당연함과 절실함을 이끌어내기 위해 형 소니의 죽음이라든가, 시실리에서의 죽음과 같은 장치들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죠.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0071
나. 주인공의 반응에 대한 과장
이렇게 주인공에게 동기유발력이 부여되었다면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그 다음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갈등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어떤 자극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을 과장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개연성 부여를 위해 과장을 해야한다는 것이 얼핏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환경의 자극에 대해서 주인공의 반응을 과장함으로써 독자나 관객의 흥미를 유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개연성도 오히려 부여된다는 거죠.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환경의 자극에 대해서 무감각하거나, 잘해야 술자리에서 울분을 토하는 정도에 그치죠.
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그것을 고치거나 바로잡으려는 조치를 행동에 옮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극에 대해서 주인공의 반응이 과장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부모의 원수에 대해서는 눈에 핏발이 서고, 이가 갈리는 증오를 느껴야만 하고,
학창시절 자신을 왕따시키던 대상에 대해서는 가슴에 품고 품고 또 품어서, 성인이 된 뒤에 복수에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개인의 감정적 반응만으로는 동기유발력이 약해서, 현실적 동기를 이중 삼중으로 부여하는 경우도 많죠.
왕따를 시키던 놈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자신을 망신줬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드라마 '파고(Fargo)' 시즌1에서 주인공은 늘 아내에게 무시를 당합니다.
남자로써, 사람으로써 참기 힘든 모욕감을 느끼며 치를 떨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길에서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놈과 마주치죠.
그리고 그 놈의 아들까지 가세해서 자신을 비웃으며, 과거의 비열하고 비루했던 자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면서 아내의 비웃음이 더 큰 모욕으로 이어지죠.
그래도 참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나타나죠.
아무런 감정도 도덕률도 없는 킬러가 자신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부추깁니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아내의 모욕.
기어이 주인공은 행동에 나섭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주인공을 모욕하는 자도, 모욕을 받는 주인공의 행동도 모두 일정 수준 과장됩니다.
주인공을 대하는 인물들은 실제로 그랬을 상황보다 더 과장되게 모욕하고, 그것을 겪는 주인공은 더 과장되게 그 모욕을 참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장들이 이어지는 그의 극단적인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에 따라 주인공은 더 큰 갈등에 처하게 되고..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이죠..
https://www.imdb.com/title/tt2802850/?ref_=ext_shr_lnk
물론 이 과장에는 최적치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넘어서면 모자람만 못한 결과가 초래되겠죠.
개연성 따위는 밥말아 먹은 것 같은 수많은 작품들처럼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작품들 중에도 몇몇 있고...
최적의 과장...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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