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의 충돌로 인한 갈등을 만들어내는 원리로 피츠 제럴드는 다음의 10가지를 제안했습니다.
1. 주인공에 처해있는 직접적인 환경의 변화
프랑스 드라마 '리턴드'에서는 주인공들 주변에 죽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옵니다.
죽었던 딸이 다시 집안을 활보하는 것을 지켜보는 아빠, 엄마, 언니,
수십년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젊은 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저녁을 차려주는 아내를 바라보는 노인,
주인공들은 이 예상치 못한 변화 속에서 자신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갈등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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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턴드 시즌1
프랑스의 어느 한 작은 마을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몇 년 혹은 몇십 년 전에 죽은 자들이 아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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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링'이나 '해운대', '28일' 같은 많은 재난물들은 이 원리를 통해서 갈등을 전개시켜나가죠.
갑작스런 화재, 해일,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
이런 것들은 주인공이 처해있던 환경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면서 갈등을 유발합니다.
2. 주인공을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환경으로 옮겨버림
옮긴다는 뜻은 주인공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사를 간다든가 탐험을 하러 떠나는 것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겠죠.
오래된 코미디물인 '부시맨'은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이것으로 인한 갈등으로 장식합니다.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현대적 도시로 온 주인공은 변화한 환경과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죠.
물론 이 갈등을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나갑니다.
영화 '혹성탈출(1968)'에서 찰톤 헤스톤은 우주의 미아가 된 뒤,
많은 세월이 지나버린 지구에 다시 돌아오면서 원숭이가 지배하고 있는 변화한 환경과 충돌하게 됩니다.
골딩의 '파리대왕'에서는 소년들이 사고로 섬에 고립되면서,
어른들이 없는 무질서, 도시가 아닌 오지라는 낯선 환경에 처하면서 여러 갈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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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1983년 노벨상 수상작가의 대표 장편. 핵전쟁이 벌어진 위기상황에서 한떼의 영국 소년들이 후송되던 중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소년들의 삶과 죽음, 투쟁을 그린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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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인공을 다른 환경과 상충하는 환경에 처하게 함
이러게 하면 주인공은 자신의 환경이 아닌 타인의 환경에 대해서 갈등하게 됩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에다드 스타크는 왕의 핸드라는 지위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는 이 지위에 앉음으로써 로버트 왕이 처한 환경
(세르세이 왕비의 불륜, 자신의 사생아, 존경받지 못하는 왕, 라니스터 가문에의 의존 등)과 상충하는
핸드라는 지위의 환경(왕에 대한 충성, 정치 세력 간의 회유와 협박)에 처하게 됩니다.
이로써 에다드 스타크는 왕이 처한 환경과 갈등을 겪게 되죠.
'삼국지'에서는 조조의 비호를 받는 유비에게 한 나라 황제가 밀명을 내림으로써,
조조가 처한 환경과 상충되는 환경에 놓이게 합니다.
결국 유비는 조조의 환경과 갈등을 겪다 결국 도망쳐서 다른 이에게 몸을 의탁하게 됩니다.
4. 주인공이 처하고 싶어했던 환경에 주인공을 놓아두기
영화 '설국열차'의 주인공은 꼬리칸에서의 열악한 삶을 벗어나고자 자신이 원했던 다른 칸으로 천신만고 끝에 이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환경을 맞은 주인공은 더 큰 갈등에 사로잡히게 되죠.
수많은 우리 나라 막장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들은 사랑했던 여자를 버리고
자신이 간절히 바랬던 삶을 위해 돈과 권력이 있는 여자와 결혼합니다.
하지만 그 결혼으로 인해 자신이 처하게 된 환경은 더 큰 갈등을 만들어내죠.
이 공식은 아침 드라마와 주말 연속극을 만드는 작가들이 너무나 많이 써먹은 것 같네요.
5. 주인공이 어떤 환경을 정복하게 함
'왕좌의 게임'의 데너리스는 자신의 지위를 잃고 해협 너머 동쪽 끝의 도트락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칠왕좌에 다시 앉기 위해 도트락과 그 남쪽의 미린을 정복하게 됩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데너리스는 여러 갈등을 겪게 되죠.
'백경'에서는 주인공은 거대한 고래인 모비딕을 잡아야 합니다. 복수와 경외, 집착 등 여러 이유로...
이렇게 정복해야할 환경은 하나의 생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환경이라는 느낌에 가까울만큼 거대한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무엇인가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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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
미국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멜빌의 소설 『백경』. 거대하고 흉포하며 교활한 모비 딕이라는 백경에 한쪽 발을 물어뜯기고 복수귀가 된 에이허브 선장은, 복수의 일념에서 포경선 피쿼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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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인공이 도피하고자 원하는 환경에 주인공을 놓아두기
앞에서 말했던 '설국 열차'의 초반부 갈등은 주인공을 꼬리칸에 두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제17포로 수용소(1953)'나 '대탈주(1963)', "빠삐용(1973)', '쇼생크 탈출(1994)', '프리즌 브레이크(2005)'로 이어지는
탈옥극들은 모두 이 원리를 사용하고 있죠.
써놓고 보니 대략 10년 간격으로 걸출한 탈옥 스토리가 만들어졌네요...
80년대를 대표할만한 탈옥극이 있으면 딱이었는데.. 아깝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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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주
네이버 영화 :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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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주인공을 그를 원하지 않는 환경에 두기
이번엔 주인공이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주인공을 원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주인공은 자신을 반기지 않는 환경을 피하려고 하기 보다는 받아주기를 바라며 계속 다가가야겠죠.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벗어날 수 없거나-
그래야 갈등이 생길테니 ^^
윤태호의 '이끼'에서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인공이 자기 마을에 온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죠.
그들이 쫓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주인공은 오히려 더 마을에 집착하게 되고.. 그러면서 갈등은 점점 증폭됩니다.
영화 '델리카트슨'에서도 주인공이 우연찮게 묶게 된 푸줏간집 주인은 그를 고기를 공급해줄 가축으로 생각합니다.
졸지에 된 고아가 친척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겪는 갈등은 수많은 이야기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었죠.
8. 성격 상 맞지 않는 환경에 주인공을 처하게 하기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 같은 영화에서는 시골의 순박한 청년을
졸지에 워싱턴 정계로 진출시킴으로써 갈등을 겪게 만듭니다.
순수 청년이 음모와 배신이 판 치는 정계에 놓여졌으니 수만가지 갈등이 생기는 게 당연하겠죠.
더구나 이 청년은 정계를 지배해서 대통령이 되겠다든가 하는 정복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 만화 '교도관 나오키'에서는 심약하고 여리기 짝이 없는 주인공이
사형수 전용 교도소의 교도관이 되면서 겪는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스스로 사형집행 레버를 당겨야 되는 시점까지 다가오면서 그 갈등은 점점 더 증폭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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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나오키 1
MAMORA GOUDA의 만화 『교도관 나오키』 제1권. 신참 교도관 오이카와 나오키는, 사형을 당하게 될 사형수들이 있는 장소로 배정을 받게 된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사형수도 있고, 피해자 유족을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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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파트너'에서 주인공 우쿄는 잘 나가던 커리어 경찰이었지만,
경찰 내부의 비리조차 눈감아주지 못하는 성격 탓에 경찰 조직과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킵니다.
9. 환경 가운데 있는 주인공의 상황 변화
주어진 환경에서 주인공의 상황이 변하면서 환경과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환경을 벗어나버리면 갈등이 생기질 않을 테니, 일단 쉽게 벗어날 수는 없는 환경이어야겠죠.
일본 만화 '내일의 죠'에서 죠는 시합 끝에 자신의 라이벌이자 경외의 대상이었던 리키이시를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하지만 죠는 권투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 존재죠.
그렇지만 주먹을 뻗으려고 할 때면 리키이시의 얼굴이 어른거립니다.
당연하게 죠는 사각의 링 자체와 갈등을 겪게 됩니다.
10. 주변 환경의 상황 변화
주인공이 직접적으로 처해있는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주인공이 환경과 충돌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후 변화나 전쟁이나 쿠데타로 인한 정권의 교체 등의 상황을 그린 많은 작품에서 사용한 원리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남북 전쟁에 따른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갈등을 겪게 되죠.
게오르규의 '25시'에서 주인공은 독일의 전쟁 시작과 패전, 나치와 게르만족의 판별법 등
자신과 직접적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휘둘리고, 휘둘리고, 또 휘둘립니다.
'25시'는 책도 훌륭하지만 영화가 정말... 글로는 정말 전달하기 어려운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안소니 퀸의 표정이 보여줍니다.
자신이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하던 아내의 막내를 품에 안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웃으면서 우는 그 마지막 씬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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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루마니아의 산골 폰타나의 농부 요한(Johann Moritz: 안소니 퀸 분)은 아내 스잔나(Suzanna Moritz: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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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인공과 환경 사이에 유발되는 갈등의 10가지 원리를 살펴봤는데...
재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 원리들은 한 작품에서 여러 개가 연속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중첩되어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환경의 변화는 주인공 자신의 상황도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고, 주인공의 좌충우돌에 따라서 환경 자체가 바뀌기도 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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