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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설계] 마법의 설계 - 마법의 습득 방법 및 Trade-off

강인태 2021. 10. 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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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 힘은 쉽게 사용할 수 없다 - 습득 방법의 설계

 

초월적 역량을 가진이는 대부분 일당백 만인적의 존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그 능력을 부여하기가 좀 아쉽거나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따라서 많은 작품에서는 마법적 능력을 손에 넣거나, 잠재된 힘을 최대로 끌어내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천신만고의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설정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되는 몇 가지 전형적인 유형이 있는데, 작품에 따라 한 가지 유형을 이용하거나, 혹은 이 유형들을 차례차례 겪는 복합적인 과정을 적용하기도 한다.

 

마법의 습득 방법과 발현 조건 유형

먼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습득하는 방식이 있다.

이런 경우 같이 고려해야 할 설정이 이 학습과 훈련을 돕는 공식적인 교육기관의 존재 유무다.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 같은 학교나, 무협물에서의 소림사와 같은 정규적인 교육 기관이 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

살아가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난 누군가에게서 배우는 설정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설정에서 흔히 등장하는 부속 장치가 어떤 비밀이 담긴 문서를 입수하는 것이다.

'추혼 12절'이니, '독고구검'이니 하는 무림비급을 손에 넣는 다든가,

영화 '미이라'나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에서처럼 고대 주술사의 주문이 적혀 있는 파피루스를 발견한다든가 하는 식의 설정이다.

이런 경우는 그것을 손에 넣는 즉시 초월적 힘을 습득하기 보다는 그것을 해독하고,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학습 과정이 뒤따르는 편이며, 그것의 이끌어줄 가이더가 등장해서 깨달음을 줄 때가 많다.

 

두 번째는 어떤 기연을 통해 그 힘을 단번에 손에 넣는 설정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그 즉시 초월적 역량을 손에 넣지만,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한 다른 어떤 조건을 따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뒤따른다.

습득한 자의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한다든지, 그 힘으로 인한 목숨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이겨내야 한다든지 하는 설정이다.

많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을 다룬 작품에서 이런 설정이 이용되어 왔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에게 물린 사람은 초월적 힘을 갖게 되지만, 변화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또 많은 무협물에서 어떤 기연으로 자신의 몸이 감당하기 힘든 내공을 지니게 되면, 그것이 몸에 체화될 때까지 고통이 뒤따르거나 주화입마를 입어 장애가 생기거나 생명을 잃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연이 반드시 초월적 역량을 가진 누군가일 필요는 없다.

많은 경우 어떤 물건이나, 마법적 힘이 잠재되어 있는 장소와의 접촉, 심지어 어떤 약초를 먹는다든가 특이한 생물과의 접촉을 통해 그렇게 된다는 설정도 이용된다.

잘 알려진 '스파이맨'에서 주인공이 거미와의 만남을 통해서, '플라이'에서는 파리와 유전적 결합을 하면서 초월적 힘을 보유하게 된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설정이 있는데, 바로 그냥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그 힘을 가지고 태어나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설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자식들이 흔히 갖는 능력이다.

단지 신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초월적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갓난 아기일 때도 뱀의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적 작품에서 이런 단선적인 구조로 갈등을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선천적인 습득에 대해서는 사회 구조적인 배척이라는 설정을 도입하곤 한다.

영화 '엑스맨'이나 미국 드라마인 '히어로즈' 등에서 이런 초월적 역량을 가진 존재들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배척당한다는 설정을 통해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낸다.

아더왕의 전설을 아더왕과 멀린의 성장기를 기반으로 각색한 영국 드라마 '멀린'에서는 마법이 국법으로 금지된 상태에서 마법을 가진 존재와 그렇지 않는 존재들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기도 한다.

 

 

마법적 역량의 수준 차이와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설계 

 

세상만사에는 항상 소위 '트레이드 오프'가 있게 마련이다.

같은 돈으로 좀 더 쾌적하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공기 나쁘고 좁은 집에서 살 수밖에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싶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을 보유하기 위해 더 가열차게 노력해서 벌어들이는 돈의 수준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다.

초월적 힘을 설계하는데 있어서도 항상 이 트레이드 오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 좋고 물 좋으면 이야기가 너무 밋밋해질테니까 말이다.

 

초월적 힘의 트레이드 오프에서 그 중심에 서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그 힘의 위력이다.

판타지에서의 초월적 힘의 위력은 손에서 온몸이 짜릿할 정도의 전기를 만들어내느냐 에서부터 역발산기개세로 정말 산을 뽑아들 만큼 강력한 힘까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실로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위력의 힘을 발휘하든 그 힘에 걸맞은 무언가를 양보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를 설계해야 한다.

역발산기개세의 힘을 한도 끝도 없이 사용한다면, 사실상 그 시점에서 이야기의 끝자락에 와있거나 혹은 결말이 뻔히 보일 것이다.

그럴 경우 그 결말을 좀 바꾸거나 반전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여러 용두사미의 무협물에서처럼 고수 위에 절정 고수, 절정 고수 위에 초절정 고수, 그 위에 다시 100년간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던 숨어있던 초초절정 고수를 등장시키며 살짝 우스꽝스럽고 억지스러운 진행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판타지에서는 초월적 힘의 위력에 대해 일정한 패턴의 트레이드 오프를 설정해왔는데,

그것은 바로 그 위력이 위험(Risk)에 비례하고,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Opportunity)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초월적 힘의 트레이드 오프

 

여기서 말하는 위험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은 위력이 클수록 초월적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애초에 원래의 성공확률이 낮은 것으로 설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마법을 시전하는데 시간 지연(Time lag)이 길어서 도중에 방해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설정되기도 한다.

혹은 위력이 큰 힘일수록 그것을 발현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서 준비 자체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실패 확률을 높이기도 한다. 많은 게임에서 위력이 강한 마법이나 공격 기술을 발휘하려면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서, 그 시간 안에 상대에게 공격을 받으면 마법 자체가 무산되는 리스크를 설정하고 있다.

 

두 번째 리스크 요소는 부작용이다.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고 나면, 시전자의 건강을 해친다거나, 가까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신에게 무언가를 기원할 때, 그 기원이 클수록 더 많은 제물을 바치는 것은 인류 역사 속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가멤논은 트로와의 전쟁에 앞서 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자기 딸을 제물로 바쳤고, '삼국지'의 제갈량은 노수를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 49명의 사람 머리 대신 그것을 닮은 49개의 만두를 바치기도 했다.

앞서 예로 든 '바벨 2세'에서 바벨 2세와 요미는 초월적 힘을 사용할수록 자신의 수명이 줄어들기도 한다.

여러 게임에서도 아군을 희생시키며 강력한 공격을 상대에게 가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는 스커지, 맹독충, 리버의 스캐럽 같은 위력적인 자폭 부대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리스크는 위험에 노출되는 수준이다.

이것은 비단 판타지 게임 뿐만 아니라, 여러 역사물이나 갱(Gang)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왕을 암살하는 강력한 수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험한 관문을 통과해서 왕의 침소에 잠입하는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또 뿌리깊은 범죄집단을 섬멸하기 위해서는 들킬 경우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몇 년간 범죄집단 내부에 잠입하는 형사가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판타지에서도 상대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대와의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가능해야 한다거나, 주문을 외우는 동안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거나 하는 위험 수준을 높임으로써, 강력한 위력에 대한 개연성을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위력이 반비례하는 기회 역시, 작용 범위, 지속 시간, 사용 빈도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이루어진다.

작용 범위는 하나의 타겟을 목표로 할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여러 타겟을 목표로 할수록 힘이 약해지는 설정을 말한다. 여러 타겟을 공격하거나 방어할 기회가 있을 수록 개별 타겟에 가해지는 위력은 반감되는 것이다.

지속 시간은 초월적 힘이 강할수록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이 짧고, 약할수록 지속 시간이 길게 설정되는 것이다.

단지 주위를 밝히는 수준의 빛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라면 밤새도록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를 불태워 죽일 수 있는 수준의 불덩어리는 아주 짧은 순간 동안만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 빈도는 동일 시간 동안 초월적 힘을 얼마나 자주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설정이다.

게임에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인 '마나'라는 게임을 이용해서 위력이 강한 마법일 수록 많은 마나를 소비하는 설정을 통해서 사용 빈도에 대한 트레이드 오프를 설정한다.

또 무협물에서도 보다 강력한 위력을 가진 초식을 구사하고 나면, 제 아무리 고수라도 녹초가 되어서 힘이나 호흡을 다시 회복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어떤 초월적 힘의 위력은 위험에 비례하고, 사용 기회에 반비례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바로 이 트레이드 오프의 기준점을 바꾸는 것에서 나타난다.

똑같은 위력을 발휘하더라도 덜 위험해지거나, 그 힘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점점 고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고수가 될수록 실패 확률이 줄어들고, 부작용이 약해지며, 위험에 노출되는 수준이 약해지거나, 혹은 작용 범위가 넓어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지고,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마나를 늘리거나, 특정 마법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마나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레벨업(level-up)이 이루어진다.

물론 반대로 똑같은 마나를 소비하는데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쪽으로 설계될 수도 있고, 둘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좀 서글픈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실생활에서도 재산이 월등히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해 더 쾌적하고 넓은 환경에서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있을까?

득템을 위한 앵벌이를 열심히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덜 서글플까?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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