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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일리어드 15/15 - 총정리

강인태 2021. 9. 3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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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탈로스에서 시작된 아트레우스 가문의 저주를 이어받은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형제를 중심으로,

오디세우스, 아킬레스, 네스트로, 아이아스 등이 참여한 크리스 연합군의 트로이 침공은 10년이란 긴 세월을 허비한 끝에 그리스 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아킬레스와 오디세우스의 활약으로 전쟁은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으나, 승리한 그들 조차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다.

아킬레스는 전쟁 중에 죽었고, 아가멤논은 고국으로 돌아온 직후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오디세우스는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연합군의 구성 - 트로이는 지금의 터키 지방

분쟁의 시작 – 파리스의 심판

분쟁의 여신 에리스는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서 난데없이 황금 사과를 내놓는데,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것을 본 여신들은 서로 사과를 차지하겠다며 다투게 되었는데, 분쟁의 여신이었던 에리스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 되었다.

 

결국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이 서로 자기가 더 예쁘다며 양보를 하지 않자,

제우스는 신들 간의 반목을 막기 위해서 인간에게 그 심판을 맡기자고 제안했고,

이 심판으로 선택된 인간이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였다.

 

파리스는 프리아모스와 헤카베의 아들이었는데, 헤카베는 파리스를 낳기 직전에 트로이를 모조리 불태우는 횃불을 낳는 꿈을 꾸었고, 이 꿈을 현자인 아이사코스에게 해몽해줄 것을 청했다.

그는 그 꿈이 그녀의 아이가 트로이를 파괴하게 될 예언이라며 아이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헤카베는 버린 자식 때문에 망하는 모든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죽이는 대신 산에 내다버리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아이는 곰이 젖을 먹이고, 양치기가 보살펴주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살아났다.

그렇게 자라난 파리스는 물의 님프인 오이노네와 사랑에 빠져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알몸으로 서 있는 세 여신을 심사하는 파리스

이런 순박한 삶을 살던 파리스 앞에 세 여신이 차례로 나타나고, 전령인 헤르메스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파리스는 어쩔 줄 몰라 하던 초반 모습과는 달리, 잠시 뒤에 판정을 할 테니 세 여신에게 알몸으로 자기 앞에 서보라는 당돌한 요구를 한다.

파리스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 헤라는 아시아의 지배권과 재산을,
  • 아테나는 지혜와 모든 전투에서의 승리를,
  •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다.

순진한 건지, 철이 없는 건지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줬고, 헤라와 아테나는 저주를 퍼붓는다.

 

이후 파리스는 트로이에서 벌어진 운동 경기에 참가해서 모든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여기에 열 받은 프리아모스의 아들들이 파리스를 죽일 모의를 하고 있었다.

이에 파리스를 키워줬던 양치기들의 우두머리인 아겔라오스가 나타나 파리스가 그들의 형제임을 밝힌다.

프리아모스와 헤카베는 아이를 내버렸던 죄책감에 예언을 잊고 파리스를 다시 왕자로 맞아들이며,

 

"파리스를 죽이느니 트로이가 불타는 것을 보겠노라"

 

라고 선언해버린다.

 

파리스는 왕자가 되자 연인이었던 오이오네는 까맣게 잊고, 아프로디테가 약속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던 파리스가 결국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아내로 맞겠다고 마음먹으면서 트로이는 서서히 불타버릴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 파리스와 헬레네

파리스는 헬레네가 있는 스파르타를 찾았고, 트로이의 왕자로서 메넬라오스에게 환대를 받았다.

이어진 연회에서 손님을 접대하던 헬레네와 파리스는 아니나 다를까 눈이 맞아버렸고(다른 이야기에서는 파리스가 강제로 헬레네를 납치했다고도 한다), 메넬라오스 몰래 둘이서 트로이로 달아나버렸다.

 

헬레네를 납치하는 파리스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스의 원정 참여

아내가 손님과 눈이 맞아 트로이로 도망가 버린 사실을 안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청했고,

아가멤논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에게 헬레네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가 헬레네를 아내로 맞을 때, 헬레네의 구혼자들이 했던 맹세-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 간의 분쟁을 막으려고 고안했던 방법-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당시의 구혼자들은 대부분 트로이 원정에 참여할 것을 선언하며 병사들과 함선을 이끌고 왔지만,

트로이 전쟁에 꼭 필요한 두 사람, 즉 가장 지혜로운 오디세우스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아킬레스가 출정을 거부했다.

 

아가멤논은 우선 오디세우스를 찾아갔는데,

오디세우스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미친 척하고 있었다.

그는 당나귀(혹은 말)에 멍에를 씌워 밭을 갈고, 씨앗 대신 소금을 뿌려대고 있었다.

냉정한 아가멤논은 오디세우스의 갓난아기인 텔레마코스를 오디세우스가 밭을 갈고 있는 쟁기 앞에 두라고 명령했다. 그제서야 오디세우스는 그만 졌다고 선언하며 출정하기로 약속했다.

 

아들앞에서 말을 세우는 오디세우스

 

이어서 아가멤논은 오디세우스와 함께 아킬레스를 찾아갔다.

아킬레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의 트로이 원정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눈부신 활약을 하겠지만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신탁 때문이었다.

테티스는 아가멤논이 온다는 소식에 아킬레스를 여장시켜서 숨게 만들었다.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옷과 보석을 쌓아두고 그 위에 창과 방패를 두게 한 후, 바깥에서 전쟁이 난 것처럼 나팔을 불게 만들었다.

여자들이 옷과 보석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아킬레스는 창과 방패를 들고 뛰어나오는 바람에 결국 아킬레스도 원정에 참여하게 됐다.

 

무기를 집어드는 여장한 아킬레스

 

가문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아가멤논, 그리고 원정대의 출정

이렇게 모든 영웅들은 아울레스에 집결해서 트로이를 향해 출항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역풍이 불면서 원정대는 발이 묶였다.

예언가인 칼카스는 아가멤논에게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에게 제물로 바쳐야만 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탄탈로스의 피를 이어받은 냉혹한 왕 아가멤논에게 자식의 생명 따위는 별 게 아니었다.

그는 이피게네이아를 아킬레스와 결혼시켜야겠으니, 아내에게 딸을 데리고 아울레스로 오라고 한다.

모녀가 아울레스에 도착하자, 아가멤논은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보는 앞에서 칼로 이피게네이아의 목구멍을 찔러 숨지게 했다.

아버지 아가멤논에게 희생되는 이피게네이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이 돌아오면 꼭 딸의 복수를 해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광경에 화가나 난 아킬레스는 자신을 비겁한 짓에 이용했다며 아가멤논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리스 함대는 트로이를 향해 떠나고, 이제 길고 긴 트로이 전쟁이 막을 올린다.

 

아가멤논에게 화를 내는 아킬레스

 

교착 상태에 빠진 전쟁

그리스의 트로이 공략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9년을 끌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신들도 파리스가 한 짓에 책임이 있는 아프로디테를 주축으로 아레스와 아폴론 등은 트로이 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고, 황금 사과를 두고 아프로디테와 경쟁 관계 있었던 아테나와 헤라, 그리고 포세이돈 등은 그리스 군의 편에 서 있었다.

제우스는 전세가 바뀔 때마다 불리한 쪽의 편을 들어주며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재미에 아주 신이 나있었다.

 

전쟁이 10년째로 접어든 시점에, 아킬레스는 전쟁 중에 눈이 맞은 브리세이스를 연인으로 삼고 있었다.

브리세이스의 아버지 칼카스는 현자였는데, 트로이 사람이었지만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하고 그리스 진영으로 가버렸다.

칼카스는 좀 뻔뻔하게도 버려두고 온 딸을 자기 곁으로 보내달라고 프리아모스 왕에게 요청했는데, 인심 좋은 프리아모스는 그의 청을 들어줬다.

그리스 진영에 도착한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스와 눈이 맞아버린 것이었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아킬레스가 트로이의 뮈네스 가문을 공격해서 그를 죽이고, 그의 아내인 브리세이스를 자기 전리품으로 삼아버렸다고도 한다.

 

아킬레스와 브리세이

한편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를 전리품으로 삼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 크리세스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로서 자기 딸을 돌려주기를 아가멤논에게 청했다.

아가멤논이 이를 거부하자 그리스군 진영에 전염병이 돌았고, 그제서야 할 수 없이 크리세이스를 돌려준다.

이제 잠자리가 허전해진 아가멤논은 어이없게도 아킬레스에게 브리세이스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아킬레스는 총지휘관인 아가멤논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브리세이스를 내주지만, 절대 아가멤논을 도와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어버린다.

 

아가멤논에게 항의하는 아킬레스

이후 아킬레스가 빠져 전력이 약화된 그리스 군과 트로이 군은 일진일퇴를 거듭하지만 전세는 조금씩 트로이 쪽으로 기울려고 하고 있었다.

이에 다급해진 아가멤논은 아킬레스의 도움을 청하지만, 그는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할 뿐 전쟁에 참여할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스군의 전세가 아주 불리해지자 마음이 움직인 아킬레스는, 친구이자 연인인 프트로클로스에게 자신의 입고 그의 전차를 끌고 전쟁터에 나서게 했다.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로스

트로이 군은 갑작스런 아킬레스의 등장에 놀라 일단 후퇴해버린다.

하지만 파트로클로스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분수를 잊은 채 트로이 군을 쫓아 성벽까지 달려가는 바람에, 태양신 아폴론의 도움을 받은 헥토르의 손에 죽어버린다.

이제 남은 건 연인을 잃은 아킬레스의 잔혹한 복수극.

 

연인이었던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킬레

아킬레스의 참전과 헥토르의 죽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스는 전투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갑옷이 죽은 파트로클로스와 함께 트로이 군의 수중에 들어가 있으니 나설 수가 없었다.

이때 늘 아들 걱정이던 어머니 테티스가 나섰으니, 그녀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새로운 갑옷과 방패를 아들에게 가져다 준다.

새 갑옷을 입고 한 단계 더 방어력이 업그레이드된 아킬레스는 트로이군을 몰아내며 승승장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복수심에 가득 찬 아킬레스는 수많은 병사들을 잔혹하게 죽인다.

이에 분노한 신들이 아킬레스를 스카만드로스 강에 빠트려 죽이려고 했지만, 헤라의 도움과 만류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킬레스에게 새 방어구를 전달하는 테티스

진격하던 아킬레스는 드디어 트로이의 성벽 아래에 이른다.

모든 트로이 장수들이 겁을 집어먹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트로이의 왕자이자 파리스의 형인 헥토르만이 용감하게 성문을 나서 아킬레스를 맞았다.

운명을 건 일기토가 시작되는 순간, 용감하게 나섰던 헥토르는 달려오는 아킬레스의 위용에 갑자기 공포를 느끼며 달아나버린다.

성을 세바퀴나 돌며 성안으로 도망칠 기회를 찾지만, 트로이군은 쫓아오는 아킬레스의 기세에 눌려 감히 성문을 열어줄 생각을 못한다.

결국 헥토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아킬레스에 맞서보지만, 단 일합에 아킬레스는 헥토르의 목을 꿰뚫어버린다.

 

헥토르의 시체를 끌고 다니는 아킬레스

트로이군은 왕자인 헥토르의 마지막 명예를 위해 시체라도 돌려달라고 하지만, 승리에 도취한데다 사랑하는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아킬레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아킬레스는 헥토르의 발뒤꿈치에 구멍을 뚫어 가죽 끈을 끼운 뒤, 전차에 매달고는 성을 세 바퀴 돌고 막사로 끌고 와버렸다.

한번으로 성이 다 풀리지 않은 아킬레스는 매일같이 헥토르의 시체를 끌고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세 바퀴 돌았다.

하지만 이런 잔인한 행위는 트로이 사람의 적개심을 키우고 신의 분노를 살 뿐만 아니라,

그리스 그리스 연합군 내부에서의 반감까지 일으키게 할 뿐이었다.

 

결국 지켜보다 못한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보내 아킬레스와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 간의 만남을 주선했고,

아킬레스는 헥토르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금을 받는 조건으로 시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트로이 사람들은 있는 금 없는 금을 모두 내놓아 기울어진 저울을 바로 세웠고,

프리아모스의 딸인 폴릭세네가 자신의 황금 팔찌를 마지막으로 올려놓아 저울의 균형을 맞추고 헥토르의 시체를 찾아갔다.

이 와중에 아킬레스는 폴릭세네에게 반하기도 한다.

이후에도 아킬레스는 트로이의 동맹으로 참전한 아마존의 여전사인 펜테실레이아를 무찌르고, 에티오피아의 멤논을 죽이기도 하며 승승장구했다.

 

아킬레스에게 간청하는 프리아모스

아킬레스의 죽음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스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트로이군은 속절없이 밀리며 성문마저 무너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와 아폴로의 비호를 받고 있는 트로이는 아직은 무너질 때가 아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킬레스의 죽음이 필요했다.

스틱스 강에 담글 때 유모의 손에 잡혔던 발목

아킬레스의 분노는 신들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서, 자칫 전쟁이 그들이 계획한 것보다 더 빨리 끝나버릴 지경이었다.

신들의 자존심은 이걸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아킬레스는 언제나 그를 도와주는 수퍼 맘, 테티스의 노력으로 아기 때 스틱스 강에 몸을 담궜다.

이때부터 그는 몸을 담글 때 유모가 쥐고 있었던 발 뒤꿈치를 제외하고는 금강불괴의 몸을 갖게 되었다.

 

아킬레스의 죽음은 각종 이야기에서 서로 다르게 표현되지만,

그를 죽인 사람은 전쟁 내내 헥토르의 뒤에서 겁쟁이처럼 숨어 있던 전쟁의 원흉 파리스였다.

  • 한 이야기에서는 아킬레스가 성문을 넘어 성 안으로 쳐들어오려던 찰나, 파리스가 쏜 화살이 우연히도 아킬레스의 발 뒤꿈치를 맞추면서 마법이 풀렸고,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들면서 심장을 꿰뚫어 죽었다고 한다.
  • 다른 이야기에서는 발 뒤꿈치를 맞춘 화살이 독화살이었다고도 한다.
  •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프리아모스의 딸이자 파리스의 여자 형제인 폴릭세네에게 반해버린 아킬레스가 비밀 리에 프리아모스에게 전령을 보내 폴릭세네에게 청혼을 했고,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던 프리아모스는 이를 받아들여 아킬레스는 폴릭세네를 데리러 트로이 성을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결혼이 성사되면 헬레네마저 빼앗기게 될 거라고 생각한 파리스는 방심하고 있던 아킬레스에게 활을 날렸고, 이 활이 아킬레스의 뒤꿈치를 꿰뚫어 죽게 되었다고도 한다.

활을 맞은 아킬레스

맹활약을 펼치던 아킬레스가 죽자 그리스군은 그의 장례를 위해서라도 일단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가족들과 그리스군, 그리고 그를 비호하던 신들은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그 슬픔도 잠시 이제 아킬레스가 입던 그 멋진 갑옷,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만들어준 그 방어력 극상의 유니크 아이템에 대한 쟁탈전이 벌어졌는데, 그 쟁탈전은 결국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 간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었다.

아이아스는 아킬레스의 시체를 그리스군 진영으로 무사히 되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적극적인 공격과 방어 덕분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했고,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스의 시체를 결국 자기 전차에 싣고 돌아왔으니 자기가 더 정당한 소유권자라고 우겼다.

결국 사람들은 회의 끝에 오디세우스의 손을 들어줬고, 처음으로 패배를 맛본 아이아스는 그 동안의 공은 다 뭐냐며 비통해하며 스스로 무너져버린다.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아킬레스의 방패

그리스 군의 승리를 위한 세가지 조건

아킬레스를 잃고 다급해진 그리스 군은 신탁을 통해 트로이를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고, 신탁은 3가지 조건을 알려준다.

  • 첫째는 아킬레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를 전쟁에 참가 시키는 것,
  • 둘째는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전쟁에서 사용할 것,
  • 그리고 세 번째는 트로이에서 팔라스 상을 훔칠 것이었다.

이 예언을 실행할 사람으로는 그리스 군에서 가장 현명한 장군이자 아킬레스의 방어구를 차지한 오디세우스가 지명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스키로스로 가서 자신이 차지한 아킬레스의 방어구를 넘겨주겠다며 손쉽게 네오프톨레모스를 데려왔다.

이제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전쟁에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들은 헤라클레스가 죽어갈 때 옆을 지켰던 필록테테스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필록테테스는 트로이로 오는 도중에 뱀에 물린 상처가 도져서 렘노스 섬에서 버려진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필록테테스가 뱀에 물리게 된 이유는 화자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 첫 번째는 필록테테스와 그의 아버지가 죽어가는 헤라클레스를 돌봐준 데 대해 분노한 헤라가 뱀을 보내서 물게 했다는 것.
  • 두 번째는 그리스 군이 헤라클레스의 재를 묻은 곳이 어딘지 대답하기를 강요하자, 대답하지 않겠다던 맹세를 깰 수 없었던 필록테테스는 말을 하는 대신 재를 묻은 곳에 가서 섰고, 그 자리에서 헤라클레스의 재를 지키던 뱀에 물렸다는 것. 세 번째는 트로이를 향하던 중에 아킬레스와 필록테테스가 신의 아들인 테네스 왕을 죽여서 아폴로의 분노를 샀고, 이것을 풀어주기 위해 아폴로에게 제물을 바치던 중, 제단에서 뱀이 튀어나와 물었다는 것.
  • 네 번째는 크리세 섬에서 섬의 이름을 딴 님프의 신전을 무심코 지나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벌로 뱀에 물렸다는 것. 등등 많은 버전의 이야기가 있다.

여하튼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오디세우스는 아킬레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를 데리고 렘노스 섬에 가서 활과 화살을 가져오려고 했지만, 필록테테스는 섬에서 10년 동안 살아남아 있었다.

섬에 버려진 필록테테스

더구나 아직도 뱀에 물린 상처가 다 났지 않은 상태였던 필록테테스는 그리스 군이 렘노스 섬에 버려둔 것에 화가 나 있었고, 특히나 그런 처우를 받도록 주도한 오디세우스에게 분개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오디세우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 상의 이유로 렘노스 섬을 떠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죽은 헤라클레스가 나타나 전쟁에 참여하라고 설득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트로이로 향하게 된다.

의사들은 그제서야 필록테테스의 상처를 치료해줘서 전쟁에 참여하게 했고, 그는 그 헤라클레스의 히드라 피가 묻은 그 독화살로 파리스를 쏘아 죽이게 된다.

 

필록테테스에게서 활을 가져가는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팔라스 상을 훔치는 것이었다.

팔라스 상은 아테나가 실수로 친구 팔라스를 죽이는 순간 생겨나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트로이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이 상이 트로이에 있는 한 아테나는 섣불리 그리스 군 편을 들어서 트로이의 성이 부숴지게 할 수 없었으므로, 프리아모스 왕에게도 이 상은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따라서 프리아모스는 이 상을 잘 숨겨뒀을 뿐만 아니라, 모조품도 여러 개 만들어둬서 도난 방지를 철저히 했다.

하지만 이번의 문제는 사랑에 빠진 딸이 아니라, 사랑을 잃은 며느리였다.

파리스가 죽자 프리아모스 왕은 다른 아들인 데이포보스와 헬레네를 결혼시켰지만, 헬레네에게 파리스가 없는 트로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헬레네는 거지로 변장하고 들어온 오디세우스를 알아보고 그를 돕기로 했으며, 팔라스 상이 있는 곳과 모조품과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준 뒤,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 성을 빠져나가 버린다.

오디세우스는 디오메데스를 데리고 트로이 성으로 다시 들어가 팔라스 상을 가지고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이제 전쟁은 막바지로 접어들게 된다.

 

트로이 목마

네오프톨레모스와 필록테테스의 참전, 그리고 팔라스 상까지 트로이 함락의 조건을 모두 갖춘 그리스 군은 이제 트로이를 향한 마지막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바로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다.

그리스군은 목마 속에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30명의 정예 병사들을 남겨둔 채, 막사를 불태우고 트로이 해안을 떠났다.

트로이 사람들은 전쟁이 끝났다는 기쁨에 환성을 지르며 성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예언을 하는 카산드라

이윽고 목마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는 목마를 조심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카산드라는 그 아름다움에 반한 아폴론이 예지력을 주었지만, 자신의 유혹을 그녀가 거부하자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는 저주에 걸어버린 상태였다.

아폴론과 포세이돈의 사제였던 라오콘도 목마를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며 안에 사람이 없는지 창으로 찔러보려고 했지만, 그 순간 거대한 뱀이 바다에서 나타나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을 끌고 가 익사시킨 뒤 아테나 신상 뒤로 사라져버렸다.

뱀에 끌려가는 라오콘 부자들

 

이쯤되면 의심이 더 커져서 확신으로 바뀔 만도 하건만, 망조가 든 트로이 사람들은 오히려 그것이 신의 선물을 의심하는 자기들을 벌하는 것이라고 믿고는 목마를 성안에 들이기로 결정한다.

 

목마를 끌고 가는 트로이 사람들

하지만 목마는 너무 커서 성문을 통과하지 못했고, 급기야 그들은 성문을 부수면서까지 목마를 안으로 들인다.

잔치가 벌어진 트로이 성에는 변덕쟁이 헬레나가 아직 그리스로 떠나지 않고 있었으니, 오디세우스를 도와줬던 그녀는 이번엔 다시 그리스 병사들의 아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목마 주위를 기웃거렸고, 이에 속은 병사 몇몇이 목마 밖으로 나가려다 오디세우스의 제지로 헬레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잔치를 끝낸 트로이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오디세우스와 정예 병사들은 목마 밖으로 나와서 불을 질렀고, 이 불길을 본 그리스 함대는 다시 해안으로 돌아와 성안으로 쳐들어오게 된다.

 

트로이 여자들을 농락하는 그리스군

트로이 왕가의 최후

트로이 성안으로 들어온 그리스 군은 무차별 살육을 벌였다.

아킬레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는 프리아모스 왕을 죽인 뒤,

헥토르의 갓난 아들 아스티아낙스까지 죽여 후환을 없앴다.

프리아모스를 죽이는 네오프톨레모스

프리아모스의 아내 헤카베는 그리스 군에 맞서다 죽임을 당했고,

헥토르의 아내인 안드로마케는 포로로 잡혔다. 다

른 이야기에서 헤카베는 포로로 잡혀 오디세우스에게 할당됐는데, 울부짖는 그녀를 불쌍하게 여긴 신들이 그녀를 개로 변신시켜서 탈출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자식들의 죽음에 미쳐버렸다고도 한다.

프리아모스의 딸이자 아킬레스가 첫눈에 반했던 플릭세네는 아킬레스의 무덤에 산 제물로 바쳐졌고,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에게 전리품으로 주어졌다.

이로서 프리아모스의 직계 가족은 모조리 죽거나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헤카베

전쟁에서 승리하자 메넬라오스는 즉시 헬레네를 찾았고,

그녀는 나체로 젖가슴을 가리고 서서 메넬라오스가 자기를 죽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메넬라오스는 다시 욕정에 눈이 멀었고,

둘은 서로 포옹하며 남은 인생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메넬라오스가 찾은 헬레네는 환영에 지나지 않았고, 진짜 헬레네는 이집트에 숨어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가멤논의 최후

한편 그리스 군의 탐욕스러운 지도자 아가멤논은 카산드라를 전리품으로 삼아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그 도중 예언 능력을 가진 카산드라는 끝없이 그와 그 가족의 불행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하지만 카산드라의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도록 저주가 내려져있었으니, 아가멤논 역시 귀를 닫을 뿐이었다.

아가멤논의 집에는 그의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트로이 전쟁 전에 제물로 바쳐진 딸 이피게네이아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고, 아가멤논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 티에스테스의 아들 아이기스토스는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정부가 되어 역시나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뭍에서도, 물에서도,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죽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전쟁이 벌어지던 10년간 이것을 비껴서 그를 죽일 방책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고, 드디어 해결책을 찾은 상태였다.

그녀는 아가멤논이 오는 길에 자주색 카펫을 깔아뒀는데, 자주색은 신에게만 허락된 색이라 그것을 밟는 것은 신에 대한 불경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그에게 내려진 신의 은총을 없애려고 한 짓이었다.

난처해하는 아가멤논을 목욕탕으로 안내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욕조에 한발을 담근 아가멤논에게 그물을 던졌고, 아가멤논은 그 상태에서 아이기스토스의 도끼에 난도질 당한다.

결국 아가멤논은 한발은 물에 담그고, 한 발은 땅을 디딘 채, 물도 아닌 뭍도 아닌 곳에서, 또 집에 붙어 있으나 집밖으로 돌출된 욕실에서 살해당함으로써 예언을 비켜나가며 죽어버린 것이다.

이제 미케네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의 차지가 되었다.

 

아가멤논을 공격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이이기스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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