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의사 소통을 하는 목적은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그런 전달을 통해서 어떤 행동을 하거나 혹은 비슷한 생각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한 마법은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이나 수단을 생략하고,
내가 아닌 다른 어떤 존재의 생각을 파악하거나, 그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A. 목적의 설계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의사 소통을 하는 대상은 대면을 통해서든,
아니면 전화나 편지 같은 매개 수단을 통해 접촉하는 사람이다.
간혹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판타지의 세계에서 의사소통 마법의 대상은 사람이나 동물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에 있는 미지의 생명체가 될 수도 있고, 의식이 없는 사물일 수도 있다.
심지어 시간이나 공간까지도 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미래의 일을 미리 알아내는 예지력은 시간과의 의사소통이며,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아는 것은 공간과의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소통의 그 대상에 따라, 그리고 그 대상과의 교감의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의 마법으로 불리게 된다.
우선은 현실 세계와 비슷하게 의사소통의 대상이 인간이나 동물 등 생명체인 경우에는 의사소통의 목적은 단순히 대상의 생각을 상대의 의지와 관계 없이 알아채는 '독심술(讀心術, Mind Reading)'이 있을 수 있다.
독심술이란 표현을 쓰지만 실상 판타지 작품에서 이 능력이 표현될 때는 대부분 상대의 생각이 모두 말로 표현되어 환청처럼 마법적 능력을 가진 이에게 들리는 설정을 사용한다.
그리고 상대와의 신체접촉이나, 능력을 가진 이의 의지로 상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이 형상화되어서 보이거나 머릿속에 저장된 어떤 기억이 보이는 설정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후자의 설정을 이용하는 경우는 상대가 현재 하고 있거나 인지하고 있는 생각 이외에, 상대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의 행동이나 생각을 만들어낸 잠재적인 의식 세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심화되기도 한다.
독심이 단방향(One-way)라면 양방향의 무언의 의사소통은 흔히 '텔레파시(Telepathy)'라고 불린다.
즉, 내 생각을 일반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말이나, 행동, 글자 등의 수단을 빌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마음 속을 읽는 독심과는 달리 대상의 감각기관을 빌리는 '감응(感應, Sensing) 마법'도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다른 존재의 눈과 귀를 빌려서, 그 존재가 보고 듣는 것을 자신도 보고 듣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을 더듬어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그야 말로 현재 그 대상이 느끼고 있는 것을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독심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생명체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는 '감지(感知, Perception) 마법'도 있다.
'위처(The Witcher)'에서는 위처의 메달이 위협적 존재나 초자연적 힘에 반응하며 떨린다는 설정을 사용하기도 한다.
독심술이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이라면,
'현혹(眩惑, Seduce)'이나 '최면(催眠, Hypnosis)'은 더 나아가 상대의 의식이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혹과 최면은 엄밀하게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현혹은 대상이 시전자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무조건적으로 어떤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며,
최면은 어떤 암시를 통해 대상에게 특정한 명령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최면은 반드시 대상이 시전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며,
최면을 통한 암시 자체가 시전자에게 현혹되는 것일 수도 있으므로 최면은 현혹보다 더 광의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의 의식이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마법은 넓은 의미의 '최면'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또 최면은 그 정도에 따라
- 잠시 자신이 할 일을 잊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망각(忘却, Oblivion/Bewilderment)',
- 이성을 잃은 채 피아를 구별하지 못하고 원래의 본능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혼란(混亂, Confusion)',
- 시전자의 명령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현혹(眩惑, Seduce)'이 있다.
또 때로는 이렇게 망각과 혼란, 현혹이라는 효과는 2차적인 것이고,
이를 위해서 1차적으로 환시(幻視), 환청(幻聽) 등 5감을 왜곡시키는 마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변화 마법의 분신 비슷한 개념이 의사소통 마법에 적용되면, 대상의 모습을 여러 개로 만들어 내는 '환영(환영, Phantom) 마법'이 탄생한다.
환영은 엄밀히 말해서 내 자신이 하나 혹은 여러 개 더 생겼다기보다는 그렇게 된 것으로 믿도록 상대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이렇게 최면에 관련된 효과는 감각의 왜곡인 환각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가 많기 때문에, 많은 게임에서 이 마법들은 '환각(환각, Illusion) 마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있는 생명체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마법이 있는 반면에,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유명한 문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마법이 있다.
바로 죽은 자와 의사 소통을 하는 '영매(靈媒, Medium)'가 그것이다.
영매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죽은 자의 영혼이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경우에 한 해,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고, 이미 저승에 간 자를 이승으로 불러내거나 자신의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서 그들과 이야기 하기도 한다.
또 유명한 영화인 '사랑과 영혼'이나 우리의 무당들처럼 죽은 자의 혼이 시전자의 몸에 빙의되어서 시전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영매가 단순히 망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반면에, '리애니메이션(Reanimation)'은 죽은 자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마법이다.
이것은 죽은 자를 되살리는 소생이나 부활, 혹은 죽은 자를 다시 불러내서 부리는 소귀와는 다른 개념이다.
생명을 부여하거나 죽은 자를 저승에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야 말로 죽은 상태의 시신을 살았을 때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시에 부적을 붙여서 무당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바로 이어서 이야기할 사물을 조정하는 염력에 오히려 더 가깝다.
대상이 사물인 경우에는 비교적 단순한 목적을 갖는다. 바로 사물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염력(念力, Telekinesis)'이 대부분의 설정이다.
동양의 무협에서는 절정 고수들이 칼이나 검을 날려서 자신의 기로 조정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고, 다양한 판타지에서 잠긴 문을 연다든지,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장면은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사물은 의식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의식을 지배한 뒤 그 의식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생명체의 현혹과는 양상이 다른 편이다.
현혹은 설정에 따라 꽤 긴 시간 지속되는 것도 가능한데 반해,
염력은 마법 시전자의 시야 내에서만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생명체의 독심술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투시(透視, See through)'가 있다.
벽 너머나 어떤 사물의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것이다.
또 사물을 소유했거나, 접촉했던 생명체들과 관련된 기억이나 그 생명체의 위치 등을 파악하는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도 여러 작품에서 종종 나오는 설정이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의사 소통의 대상은 사물에 그치지 않고, 시간과 공간과의 의사소통도 시도한다.
미래의 시간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아내는 '예지(叡智, Foresight) 마법'이 된다.
물론 과거의 시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나 사물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그들의 기억으로 알아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또 공간과 의사소통을 하면 먼 곳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내는 '텔레비전(Television) 마법'이 된다.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는 텔레비젼을 위해서는 공간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앞서 언급한 해당 공간 내에 있는 다른 존재의 감각 기관을 빌리는 감응 마법을 통해서 구현되기도 한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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