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족의 형태적인 변화는 그 자체로도 시각적인 놀라움을 주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형태의 변화에 걸맞은 무형(Intangible)의 변화를 수반한다.
커졌다면 당연하게도 힘도 더 세어지고, 새의 몸으로 바뀌었다면 날 수 있는 능력도 같이 주어지는 식이다.
능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이지만 머리가 소로 바뀌었다면, 사람의 이성은 사라지고 동물적 본능만 남는 식의 변형도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무형의 변화들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이루어지는데,
- 첫 번째는 이성과 감정적 본능의 균형이다. 감정은 사라지고 이성만 남는 것인지, 아니면 이성은 사라지고 감정적인 본능만 남는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 두 번째는 감각 기관의 변이다.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가지 감각과 소위 육감까지의 감각 기관이 극도로 발전하거나 퇴화하는 것을 이용해 어떤 종족이 가진 무형의 속성을 설계하는 것이다.
- 세 번째는 감각적인 능력 이외의 능력 변이가 있다. 예를 들어 수명이 짧아지거나, 혹은 길어지는 것에 대한 설정이다. 이런 무형의 변화는 대부분 인간에 대비한 상대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판타지 설계자로서는 새로운 종족의 속성을 접한 고객이 좀 더 쉽게 이해하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간에 대비한 상대적인 수준으로 그것을 설계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즉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과 이성의 균형과 어떻게 다른지, 사람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지, 혹은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A. 감정과 이성의 균형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떤 캐릭터를 가리켜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라든가, '항상 물불 못 가리고 날뛰는 놈'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한다.
어떤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지나치게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는 냉혈한과 감정적으로 좌충우돌하는 열혈남아를 내세우는 것은 식상할 만큼 자주 접하는 설정이다.
어떤 종족을 설계하는데 있어서도 이 이성과 감정의 균형 수준을 설정하는 것은 그 종족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서양 판타지물에서 엘프는 대부분 감정의 동요가 심하지 않고, 인간에 비해 더 이성적인 것으로 그려진다.
반면에 드워프는 아주 감정적이며, 욱하는 성격이 있으며, 인간에 비해 더 감정적 동요가 심한 것으로 그려진다.
물론 어떤 경우나 예외는 있어서 감정적으로 왜곡된 엘프도 있고, 아주 침착하고 현명한 드워프 캐릭터도 종종 나오기도 한다.
감정과 이성의 균형 문제를 설정하는 것은 그 종족이 전반적으로 두 상반된 성격 중 어느 쪽에 좀 더 치우쳐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감정은 완전히 배제되고 이성만 남은 종족부터, 둘 간의 균형이 잘 잡힌 경우, 그리고 이성은 없이 본능적인 감정만 남은 종족까지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성에 치우쳤다는 것이 반드시 높은 지적 역량을 보유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은 심장이 없는 감정이 메마른 존재로 등장하지만,
양철 나무꾼의 지혜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어떤 사람이 감정적인 면에 치우쳤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이성적 역량의 수준이나, 감정의 기복 정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둘 간에 어떤 쪽이 좀 더 부각되는 특성을 가진 종족이냐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성과 감정의 균형감 문제도 다른 여러 특성들과 마찬가지로 종족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들과 합치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의 기계 인간들처럼 제조되는 경우, 감정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이성만 남는 것으로 설정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생식을 통해서 태어나는 일반적인 생명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수명이 길면 길수록 대체로 감정적인 면보다는 이성적인 면이 조금 더 강조되는 편이 자연스럽다.
원한이라든가 어떤 특정한 이유로 죽지 못하고 이성을 떠도는 영혼의 경우,
이성보다는 그 당시의 억울함이나 한으로 인한 왜곡된 감정에 휘둘리는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버서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광전사의 경우처럼, 특정한 상태에서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무너지는 설정도 종종 사용된다.
버서커는 위기감을 느낄 경우 광란의 상태로 들어가 육체적인 힘이 극대화되지만, 이성을 상실하면서 적군과 아군에 대한 구별 능력을 상실하는 변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설정은 아일랜드 신화의 주인공인 쿠훌린에서 그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동양에서는 참선을 통한 감정의 동요를 가라앉히며, 이성을 극대화해서 이를 통해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하는 설정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감정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내공을 쌓는 과정이 잘못되면 거꾸로 주화입마를 입어 이성을 잃어버리는 설정도 곧잘 사용된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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