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공학/101 판타지 설계

[판타지 설계] 종족의 탄생 방식 3/4 - 제조와 소환

강인태 2021. 8. 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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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제조 또는 소환에 의한 탄생

 

사람들의 상상력은 생명을 낳고, 죽은 생명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생명을 가진 것들, 혹은 생명을 가졌던 것들은 어쨌거나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또 어쩌면 막 대하고 부려먹는 동안 그들이 받는 고통을 외면하기에는 인간의 감수성으로 인한 막연한 죄책감이 늘 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자극적인 상상력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생명이 부여되지 않았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뭔가가 필요했다.

 

앞서 주술자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Reanimated된 것이 있었지만, 썩어가는 시체를 움직이기만 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장면이 아니다.

더구나 Reanimated는 주술자의 의지와 명령이 없이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사람들은 자기 말만 듣고, 자신이 일일이 명령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필요한 일을 하며,

늙거나 병들지도 않는, 아무리 부려먹어도 고통 받지도 않는 그런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자기가 원하는 뭔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상상 자체가 창조주로서의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신성모독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대적인 SF물에서의 사이보그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런 행위, 즉 생명이 있는 듯한 어떤 존재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불행한 운명에 처하는 것으로 그려질 때가 많았다.

잘 알려진 '프랑켄슈타인'이 그랬고, 살아있는 인형인 골렘을 만들어내는 것은 신성 모독으로 금기시되어 있었다.

(살아있는 인형을 제조하는 원형을 보여줬지만 해피엔딩의 삶을 마무리한 피그말리온의 경우,

자신의 의지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여신 아프로디테가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이므로,

경우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판타지 설계자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좀 더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

절대 복종과 생명 경시에 따른 죄책감을 최소화할 존재를 탄생시킬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하나는 생명이 없는 무언가를 이용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제조'고,

또 하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다른 세계에서 불러내는 '소환'이었다.

 

(1) 제조에 의한 종족 탄생

 

제조에 의한 탄생에도 그것을 움직이는 동력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물리적인 힘을 원천으로 하는 공학적 제조와 마법적인 힘을 원천으로 하는 마법적 제조가 그것이다.

드워프들의 기계 공학으로 탄생한 각종 장치들이나, 일본의 메카닉 판타지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들이 전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원래는 제조에 의한 피조물들은 종족이라기 보다는 병기나 도구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미래를 가정한 SF물에서는 점점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슷해지면서 독립적인 종족을 형성하고 있다.

'터미네이터' 같은 작품에서는 스스로 사고하고, 생존에 대한 본능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제조를 통해 번식까지 하는 신 종족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플루토' 같은 작품에서는 인간과 유사한 감정까지 가진,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인간의 이성과 감정은 그대로 두고 몸만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나 유전 공학에 기반한 생명 복제의 개념이 등장한 이후에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 등의 작품에서는 제조된 개체의 존엄성까지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반면 마법적인 힘을 동력으로 삼는 경우는 대부분 주술사의 생명이나,

주술사의 마법력에 비례해서 일시적으로 생명력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것 역시 탄생한 존재의 독립적인 생명력과 번식력에 따라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종족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제조에 의한 종족의 탄생

 

(2) 소환에 의한 종족 탄생

 

소환은 제조에 비해서 좀 더 마법적인 역량과 연관이 깊다.

소환은 겹쳐진 우주론을 근간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겹쳐져 있는 다른 공간에서 거주하는 생명체를 불러내는 것이다.

그들을 불러내서 자신의 의지에 복종하게 만들려면, 그에 특화된 특별한 마법적 역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 역량이 뛰어날수록 더 강력한 생명체를 불러낼 수 있는 것이다.

 

불러낸 생명체의 복종심은 설계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죽을 때까지 절대적인 복종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지 않은 순간까지만 복종하다 위험해지는 순간 왔던 세계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또 때로는 소환자에 대한 복종심이 전혀 없이, 자신의 살던 세계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적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환된 생명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가지만,

가끔씩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되거나,

혹은 특별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현실 세계를 위협하는 이계의 생명체를 원래의 곳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모험이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당연히 소환된 생명체가 돌아가지 않고, 이 세상에 자리 잡아 번식을 하며 새로운 종으로 번창하는 설정도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또 '소환'이 변형되어 이 세계에 있는 어떤 주술자의 역량으로 호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타나는 설정도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드라마인 '수퍼 내추럴'에서처럼 현실 세계의 파멸자로서의 악마에 준하는 어떤 존재가 지옥을 비롯한 이계로부터 등장하는 경우다.

또 이렇게 겹쳐진 이계로부터의 등장이 아니라, 우리가 체험할 수 없는 먼 세계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외계의 생명체가 등장하는 것으로 '디스트릭트9', '에일리언', '맨인블랙', '우주 전쟁' 등 지구를 배경으로 한 우주인과의 공존이나 전쟁을 다룬 SF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소환이라기보다는 침입으로 보는 게 맞을 듯.

 

소환 혹은 칩임에 의한 종족 탄생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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