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의 선택에 따라 종의 번창과 종 자체의 형태적 기능적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즉,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아 개체수를 늘려가며, 궁극적으로는 자연환경에 맞추어서 스스로의 형태와 기능을 진화시켜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판타지의 설계에서는 자연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 상상력의 선택에 따라 어떤 종의 탄생과 변이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설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선택된 종이 번창하기도 하고, 멸종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또한 눈의 개수가 엄청나게 많아질 수도 있고, 팔다리가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세계에는 그것이 인간이든, 직립보행을 하는 유사인간이든, 그것도 아닌 非인간이든-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종족이 등장한다.
이런 새로운 종족의 탄생 역시 현실 속을 살고 있는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산물이라,
전혀 엉뚱하게 탄생하기보다는 어떤 일정한 패턴의 조합에 의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4부에서는 판타지 세계에 등장하는 새로운 종족들이 어떤 패턴에 의해서 탄생하는지를 설계하는 종족의 생물학적 특성의 부여 방법과 그들의 사회적 특성의 부여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생물학적 특성의 부여
(1) 종족의 탄생 방식
어떤 종족의 생물학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의 시작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탄생에서부터일 것이다.
어떤 개체가 존재하게 된 이유 혹은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가진 다른 여러 가지 속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생식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부터 되돌아온 언데드 계열의 종족들은 아무래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덜한 것이 자유로우며, 인간사의 희노애락과도 거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죽음에서 되돌아온 만큼 그들에게 종의 번식 기능 자체가 지극히 제한적이어야 할 것이다.
죽지 않는 이들이 종의 번식에 대한 본능이 있고,
그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세상이 온통 언데드들이 창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 가능한 세상이 아닌, 종말을 앞둔 세상으로 그려지는 이런 경우를 가정하는 경우는 그러한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어떤 생명이 탄생하는 것은 대부분 생식에 의해서이다.
예외적으로 아메바 같은 것들처럼 분열에 의해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우리 눈에 띌만한 생명체들은 대부분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생식에 의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판타지의 세계에서 어떤 종족이나 생명체가 탄생하는 방식은 좀 더 다양하다.
A. 생식에 의한 탄생
당연하게도 판타지에 등장하는 상상력의 종족 역시 생식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것들의 원래 존재하게 된 기원을 따지다 보면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 하는 심오한 과학적/철학적/종교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생식에 의해 번식하는 종족들은 창조론의 그것처럼 그냥 세상이 생겨나면서 원래부터 있었던 존재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굳이 기원에 대한 설명까지 동원하는 경우는 대부분 창조자인 신이 그것들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덧붙이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티폰 같은 괴물은 대지의 모신 가이아가 제우스의 티탄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신병기 같은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어떤 존재가 생식에 의해서 탄생하는 것도 3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원래의 정상적인 동일 종족 내 암수의 교배에 의해 생명이 잉태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들이 태어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는 이종간의 교배를 통한 생명의 잉태가 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중 하나인 테세우스의 가장 큰 모험담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로스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 왕의 아내인 파시파이가, 포세이돈이 미노스 왕에게 보내준 아름다운 순백의 소에게 욕정을 느끼면서 탄생한 생명체다.
즉, 인간인 파시파이와 신의 소 간의 교배에 의해서 탄생한 덕분에 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 황소의 힘을 가진 무시무시한 존재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이종간의 교배에 의한 특이한 생명체의 탄생은 여러 신화에서 흔히들 찾아볼 수 있으며,
현대에 와서는 '에일리언'이나 '스피시즈' 같은 영화에서 외계 생명이 지구에서 재탄생되는 방식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이종간의 교배가 항상 조금 부정적인 존재를 탄생시키는 설정으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다.
이종간의 교배는 때로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서로 다른 종족 간의 분쟁을 멈출 평화의 전도사로 그려지기도 한다.
아마도 서로 다른 인종이나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신화와 현대적 판타지로 이어지면서 이런 설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듯하다.
그리고 세 번째로 돌연변이를 통한 탄생이라는 설정이 있다.
이종 간의 교배가 서로 다른 특성의 조합으로 인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것이라면,
돌연변이는 동일 종의 교배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특성이 부여된 종이 탄생하는 경우다.
돌연변이는 글자 그대로 돌연히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점진적인 진화에 의한 변이와는 다른 것이다.
그러한 변이에 대한 이유가 미지인 경우가 많으며, 원인이 있는 경우에도 그러할 것으로 유추되는 것이지 명명백백하게 설명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그 변이의 방향이 다윈의 진화론처럼 적자생존의 방식일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오히려 주어진 환경에 불리한 방향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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