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부활 또는 생명 부여에 의한 탄생
죽은 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큰 기쁨이자 축복일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엄청난 재앙일수 있다.
비단 죽은 이에게 잘못을 저질러 그의 복수가 두려운 사람들이나, 왜곡된 역사에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한 사람들조차도 그들 모두가 되돌아오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다.
살아 돌아오는 것뿐만 아니라, 죽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재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 신화에서도 아폴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우스가 신묘한 의술로 모든 질병을 치료하자,
세상의 질서가 무너졌고, 결국 하데스가 제우스에게 부탁해 그를 죽여버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죽은 자의 부활은 그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바램과 그들을 꺼려하는 사람들의 두려움이 합쳐져,
판타지 세계에 등장하는 종족의 탄생방식 중 생식에 의한 것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죽은 자의 부활에도 좀 더 세부적으로는 서로 다른 몇 가지 방식들이 존재한다.
먼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그야 말로 부활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Back to life.'
예수님이나 달마 대사가 보여준 그 방식이다.
잠시 죽었다가 죽기 직전의 상태 그대로 다시 생명을 되찾는 것이다.
예수님이나 달마 대사처럼 그들의 생사를 초월한 역량으로 생명을 되찾기도 하고,
염라대왕이나 신의 선처로 저승에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때로는 그리스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산 채로 저승을 잠시 다녀오거나,
혹은 산 사람이 저승으로 가서 죽은 이를 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부활하는 방식은 죽기 직전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종족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위 '언데드(Undead)' 계열의 종족이다.
수없이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에서 등장한 뱀파이어나 유령, 강시(좀비)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언데드 계열의 종족도 세부적으로는 탄생방식이 좀 더 나뉜다.
대부분의 뱀파이어나 좀비물에서는 같은 종족의 특이한 접촉(깨물어 피나 침이 섞이거나, 성교를 하거나, 혹은 몸에 닿기만 하는 것)으로 인한 변이로 탄생하는 설정을 도입한다.
그리고 또 나름 자주 등장하는 탄생 방식이 어떤 특이한 주술에 의한 것이다.
주술사의 힘, 혹은 어떤 다른 조건들을 만족시켰을 때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 나라의 귀신 전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 생전 혹은 죽기 직전의 원한이나 걱정으로 죽지 못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떠도는 방식의 탄생도 있다.
이런 설정은 동양의 전설에서 흔히 보이긴 하지만, 서양의 이야기들에서도 가끔씩 발견되기도 한다.
언데드 계열이 단순 부활과 다른 것은 그들이 비록 다시 살아서, 혹은 죽은 채로 움직이고 사고하긴 하지만,
그것이 죽기 직전의 이성과 감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뱀파이어들이 그려지는 방식으로 스스로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지만,
생명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또 서양의 좀비물들처럼 고차원적인 사고와 기억은 사라진 채,
약육강식이나 파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부활과 달리 종족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생식에 의한 번식은 아니지만,
그들 나름의 번식과 무한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데드와 유사한 경우로, 죽었다 다시 움직이긴 하지만
자신의 의식과 의지는 사라지고 그를 되살린 주술사의 의지에 의해 행동하는 설정도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자신의 의식과 의지는 사라지고 주술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는 언데드 계열에서 분리해서 'Reanimated'로 불려지기도 한다.
'Reanimated'는 죽어버린 생명체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애초에 생명이 없었던 물체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언데드와는 다른 것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주술이나 어떤 힘에 의한 생명부여라고 할 수 있는데, 문자 그대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또 아니다.
대부분 주술자가 죽거나 혹은 주술의 힘이 다하면 다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가 않다.
읽기가 좀 어렵더라도 'Reanimated'란 영어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을 듯.
부활, 언데드, Reanimated는 육체의 소생을 전제로 하지만,
육체는 배제된 이성과 감성만의 부활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 역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무당이나 엑소시스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빙의'의 방식이 있고,
소위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라고 불리는 심령현상 방식이 있다.
빙의는 말 그대로 죽은 이의 혼이 산 생명체의 육신에 들어가 그 육신을 장악한 경우다.
이때 육신의 역량이 빙의한 혼이 주기 직전에 가졌던 것에 따를 수도 있고,
원래 육신의 역량만 발휘할 수도 있으며,
처음에는 원래 육신의 역량을 가지다 일정 기간의 적응이 끝난 뒤에 혼이 가졌던 역량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폴터가이스트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죽은 자의 영혼이 돌아와 현세에 물리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움직이거나, 불을 깜빡이는 방식 등으로.
하지만 이렇게 육체를 통한 것이 아니라 심령적인 것으로만 돌아올 경우도,
부활과 마찬가지로 어떤 존재로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종족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면 사라지거나, 단독으로 매우 협소한 특정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수준에 그친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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