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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화] 순임금의 이야기 - 현명한 아내들의 도움으로 험난한 가족사 극복

강인태 2021. 8. 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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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임금의 아버지인 고수는 눈이 멀었는데, 어느날 꿈에 봉황이 날아와 입에 물고 있던 쌀을 먹였다.

이 꿈을 꾼지 얼마 되지 않아 고수는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훗날 순임금이다.

순은 한쪽 눈에 눈동자가 두 개였는데, 다른 신화의 주인공과는 달리 외관 상의 특징일 뿐 딱히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지는 않았다. 순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버렸고, 그의 아버지 고수는 새장가를 들어 아들 상을 낳았으니 순의 어린 시절이 순탄할리 없었다.

아버지는 눈이 먼데다 좀 모자란 사람이었고, 계모는 표독하며 배다른 남동생은 포악하니 순은 그 집에서 배겨날 재주가 없었다.

항상 매를 맞으며 지내던 순은 계모의 눈빛이 점차 살기를 띄는 것을 느끼고는 집을 나와 역산 기슭에 초가를 짓고 혼자서 황무지를 개간하며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순임금

 

하지만 순은 타고난 매력이 있었던데다,

황무지를 밭으로 일구어 내는 순의 역량, 

그리고 그가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노래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감화되기 시작했다.

농사꾼들은 그에게 전답을 바치며 같이 지냈고, 어부들은 자신들의 어장을 그에게 내어주었다.

순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 수확량이 많아지고, 그와 함께 고기를 잡으면 어획량이 많아졌으며,

심지어 도공들이 만드는 도기들조차 더 튼튼해졌으니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와 함께하기를 희망했다.

 

그러기를 3년이 지나자 어느새 순이 자리잡은 역산 기슭은 번듯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때 요임금이 양위할 후보를 찾아 중원 천지를 헤매가 다니던 터라 많은 이들이 순을 추천하기에 이르렀다.

요임금은 순을 좀 더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 자신의 두 딸 아황과 여영을 그에게 시집보냈고, 아들 아홉을 그와 함게 지내도록 하였으니 순은 그야말로 날개를 단 셈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들의 출세가 계모의 눈에는 더욱 밉게만 보였다.

자기 아들이 누려야할 것들을 순이 다 누린다고 생각한 계모와 형의 아내들을 탐하고 싶은 동생 상은 순을 죽이기 위한 계략을 세웠다.

그들은 곡식 창고를 수리해야한다며 순을 집으로 불렀다.

순이 집으로 가려하자 그의 두 아내들은 그에게 옷을 한벌 내어주며 입고 가라고 했다.

 

순이 새옷을 입고 곡식 창고를 고치기 위해 지붕으로 올라가자 아버지 고수와 계모, 그리고 상은 사다리를 치워버린 뒤 창고에 불을 붙여버렸다.

놀란 순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기 위해 팔을 벌리자 옷에 그려져 있던 새 그림이 드러났다.

그 순간 순은 한 마리 새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 오른 뒤 무사히 땅 위에 내려섰다.

하지만 순은 자신을 죽이려한 가족들을 원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황과 여영

계모와 상, 그리고 아버지 고수는 자신들의 다시 한번 순을 죽일 계략을 새웠다.

이번엔 우물을 고쳐달라며 청했다.

순의 아내들은 다시 옷을 한벌 내어주며 이번엔 평소에 입던 겉옷 안에 입으라 일러주었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재주를 부리지 못하도록 새옷을 입고 나타면 벗겨버릴 생각이었으나,

순이 이번엔 새옷이 아닌 헌옷을 입고 나타나자 계모들은 안심했다.

순이 우물에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우물 속으로 돌과 흙을 퍼부어 순을 생매장시켜버렸다.

하지만 순은 겉옷을 벗고 아내들이 준 용그림이 있는 옷을 드러냈고,

그는 용으로 변하여 지하를 뚫고 멀리 떨어진 다른 우물로 솟구쳐 오르며 벗어났다.

 

계모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순의 집으로 가 자신들의 몫을 무엇으로 할지 의논하며 희희낙낙했다.

상은 순의 거문고를 꺼내어 뜯으며 형수들을 취할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순간 순이 멀쩡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다.

 

순은 또다시 가족들에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고, 느낀 바가 있었는지 계모들도 더 이상 순을 해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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