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계급 간 이동 가능성과 방법
계급의 권한과 책임의 설정이 완료되고 나면,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설계 요소가 남는다.
바로 계급 간의 이동 가능성과 그 방법에 대한 설계다.
해마다 인사 이동 철이 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승진 여부를 두고 긴장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판타지 세계의 등장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의 신분 상승 욕구와 그것을 어렵게 하는 사회 구조 사이의 갈등은 많은 작품에서 활용된 아주 좋은 소재다.
그만큼 어떤 세력의 계급 자체가 설정되고 나면, 그 계급 간 이동 가능성, 그 방법, 그리고 이동의 난이도를 설계하는 것은 이야기 전체의 개연성과 긴장감을 좌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계급 간 이동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회다.
즉, 혈연에 의해 선대의 계급이 후대에 그대로 계승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죽고 태어나는 것을 이동 방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계급 간 이동은 사기와 범법 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족보'를 사거나 위조하는 범법 행위를 통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것 외에는 애초에 계급간 이동이 불가능하다.
이런 체계를 설계할 때는 애초에 그런 계급의 차이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개연성 있는 설명이 필요하며,
해당 체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한 혈연 관리 체계에 대한 설계가 뒤따라야만 한다.
즉 혼인과 출산의 원칙 설계가 필요하다. 이런 세력에서의 혼인은 철저하게 동일 계급 간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며, 이종 계급 간의 혼인은 배제되어야만 한다.
또 이런 체계가 긴 세월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위 계급의 출산 역시 제한적이어야만 한다.
어떤 사회든 자원은 제한되어 있게 마련이고, 한 계급의 숫자가 지나치게 불어나면 계급 체계 자체의 와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혈연에 의해서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계급 간의 혼인이 허용될 경우는 일부일처제가 아닌 것으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일처제에서 이종 계급 간 혼인이 허용되면 사실 상 혈연에 의한 계급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부계 사회일 경우 일부다처제가, 모계 사회일 경우 일처다부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계급의 세습은 정실에서 난 자손에게만 가능하며, 정실은 동일 계급과의 혼인을 통해서만 인정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정실이 아닌 아버지나 어머니를 통해서 태어난 자식은 유전적 친부모 중 하위 계급에 속한 자의 계급을 상속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모계 사회의 일처다부제의 경우 태어난 자식이 정실 아버지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런 계급 체계를 가진 사회는 대부분 부계 사회에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급 간 이동이 가능한 경우, 이동의 기준이 무엇이냐 하는 것에 대한 설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동의 기준은 크게 발탁, 선출, 시험의 3가지로 대별된다.
먼저 발탁은 상위 계급에 속한 자가 하위 계급에 속한 자 중 누군가를 발탁해 상위 계급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직속 상위 계급에서 하위 계급의 누군가를 발탁하는 경우보다는,
그 보다 더 위의 계급, 즉 두 계급 이상 차이가 나는 계급에서 발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떤 계급에 속한 자들은 하위 계급의 누군가가 자신들의 계급으로 옮겨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이런 경우는 대부분 그 위의 계급이 더 큰 권한으로 행사해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출은 하위 계급에 속한 자 중, 상위 계급으로 편입될 자를 투표를 통해서 선출하는 것인데,
선거권자는 상위 계급일 수도 있고, 동일 계급일 수도 있고, 더 하위 계급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험은 하위 계급에 있는 자들에게 주어진 어떤 시험을 통과한 자에게 상위 계급으로 옮겨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헝거 게임'에서는 시험을 통한 계급 이동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즉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은 우승자와 우승자 가족들에게 거주지와 일정 수준의 소득을 약속하며 신분을 상승시켜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급 간 이동의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론일 뿐 언제나 예외는 있게 마련이다.
계급 간 이동이 지극히 페쇄적이며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도,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에 의해서 극히 일부의 계급 이동이 가능한 경우를 많은 작품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정리된 내용은 '상상력 공학 101'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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